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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독시 - 나는 왜 그리스도인이 되었는가
G. K. 체스터튼 지음, 윤미연 옮김 / 이끌리오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이 나만의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을 뿐이다..... 나는 나만의 반론을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것을 진실에 접근 시켰을 때, 나는 그것이 결국 올바른 믿음, 즉 정통신앙이라는 것을 발견했다"(p.17)
체스터턴에 대해서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수많은 기독교 서적에 인용되는 글을 쓴 사람. 그러나 국내에 번역된 책이라고는 그의 추리소설 외에는 거의 없다. 그런 와중에 그의 대표작이라고 거론되는 Heretics 과 Orthodoxy 중에서 후자의 책이 번역되었다. 언젠가는 번역되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번역되어 나왔는데도 그리 큰 이슈가 되지 않은 것은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체스터턴이 쓴 문장 하나 하나에서 느껴지는 깨달음은 매우 심오하다. 나는 가끔씩 그의 글을 떠올리면서 약간의 전율을 느끼곤 한다. 놀랍도록 글을 많이 썼던 이 한 명의 그리스도인의 책이 <오소독시>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다가왔다. 이 책은 저자의 기독교 신앙에 대한 견해를 듣기 원하는 이들의 요청에 응하면서 쓰여진 책이다. 그는 단지 기독교란 무엇인가를 쓰기 보다는 자신이 어떤 경로와 사고를 통해 기독교인이 되었는지를 말하고 싶어했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에 대해 어떠한 계획도 없었다. 단지 삶에서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아가고 싶어했고 그런 와중에 그리스도인이 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그런 과정이 나와있는 책이다.
"나는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이 나만의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을 뿐이다."
진실... 그는 기독교가 자신만의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다른 이들에게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을 권하는 것 같다. 서문에서 그는 자신의 목적은 기독교가 믿을만한 것이냐 아니냐를 다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자신이 어떻게 기독교를 믿게 되었느냐 하는 것에 관한 설명을 시도하고자 한다고 밝힌다. 한번 정도는 살펴볼만한 책이다. 그런 가운데 어려운 점도 있다.
첫째는 그의 책이 나온지 오래되었기에 당시의 영국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저자가 언급하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좀 어렵다는 점이다. 번역자가 친절하게 (주)를 달면서 설명을 해주기는 하지만 말이다. 본문에서 언급되는 인물들은 당시의 영국인들에게는 익숙한 인물들이겠지만 다른 문화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한 인물들이고 거리의 지명이나 사건들은 매우 낫설고 다가오지 않는다.
둘째로는 그의 원문 문장도 옛날 단어들이 자주 나오고 다소 해석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번역된 문장이 다듬어지지 않은 면이 있어서 가독성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다른 면으로는 저자의 내용 전개가 다소 철학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마 쉽게 전체 내용을 파악하면서 읽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만나게 되는 저자의 참신한 문장 하나 하나는 독자들에게 좋은 선물로 남을 것이다.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강한 확신... 책을 읽으면서 당대 최고의 지성인으로 이름 높았던 저자의 확신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독자인 나도 하나님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정통신앙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정통신앙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이 책을 읽은 이에게 남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