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그래스 부부가 함께 공저한 <자존감>이라는 책은 사람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 자존감에 대해서 다루는 책이다. 자존감에 대한 정의를 하기는 쉽지 않기에 저자들은 책의 자존감에 대한 기존의 학문적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접근 방법들을 소개하며 최종적으로 기독교적인 자존감에 대해서 결론을 내린다. 자존감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던 터에 맥그라의 명성을 떠올리며 기대하면서 봤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그리 내용의 깊이가 깊지 않다는 생각 뿐이다. 초반부의 자존감에 대한 여러가지 학문적 결과를 정리한 부분은 그리 상세하지도 않고 지나가는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본 책과 같이 200페이지 정도의 짧은 책에서 이처럼 방대한 주제를 자세히 설명해 나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와 같은 기대는 오히려 잘못된 기대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소한 피상적이어서 감을 잡을 수 없을 바에는 오히려 핵심적인 개념을 선택적으로 비교해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번역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번역을 많이 하는 윤종석씨라 믿을만 한 면도 있고 번역자의 전공을 생각해볼 때 용어의 선택에 믿음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가 번역한 다른 책에 비해 다소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점이 느껴지기도 한다. 전체 8장의 책 내용 중 6장까지의 내용은 그리 특별한 시사점이 없고 매우 지루한 전개만이 있다. 거의 기존의 자존감에 대한 정리 형태의 내용과 함께 다소 깊이 없는 개별적인 얘기만이 지루하게 전개된다. 그나마 마지막 7장과 8장에서 기독교적인 자존감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나올 때 조금 흥미가 생길 뿐이다. 저자들의 주장은 자존감의 근거는 자신의 행위나 능력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독교는 인간의 죄된 모습이며 그런 인간의 상태가 매우 절망적인 것을 말하고 있고 이것은 인간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것임을 지적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인간의 자존감이 부정적으로 나타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죄된 성향은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것 같지만 그 이후 하나님께서 성육신을 통해 인간들을 구원한다는 점은 새로운 자존감의 기초가 됨을 저자들은 지적한다.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성육신을 통해 십자가에서 죽으실 정도로 인간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바로 사람의 자존감의 근거라는 것이다. 인간의 행위나 보여지는 모습에 의한 자존감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님의 사랑과 그의 뜻을 행함으로써 얻는 성취를 통한 자존감의 형성이 저자들이 말하는 주된 내용이다. 그와 같은 자존감에 대한 평가는 매우 합당한 것 같다. 다만 그와 같은 결론이 그리 새롭거나 신선한 결론은 아니라는 데 아쉬움이 있다. 만약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 대해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이들이거나 초신자들이라면 이와 같은 내용이 올바른 자존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본 책은 자존감에 대한 매우 피상적이면서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을 가볍게 지적하고 끝내는 매우 초보적인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은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