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이윤기
출연 : 김지수, 황정민, 서동원
언제나 알람보다 먼저 눈을 뜨고 있는 여자.
굳이 알람을 맞추어 놓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늘 알람을 맞추어 놓고 자는 여자.
마치...
자신이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말을 하는 것처럼...
질서가 파괴되지 않은 사람이란 것을 자신에게 인식시키는 것처럼..
남자가 언니라고 부르는 것을 심하게 거부하는 여자.
아무런 감정 없이 그냥 안내하기 위해 필요한 스킨쉽도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여자.
신혼여행에 갔다가 그냥 집으로 와 버린 여자.
자신에게 오는 사랑조차도 받아 들일 수 없는 가련한 여자.
어릴때 고모부로 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그 여자를 그렇게 만들었다.
스스로 세상과 분리되고
스스로 사람들과 분리되도록 그렇게 만들었다.
그 여자 안에 숨겨져 있는 분노..
그 상처들.. 너무나 끔찍한 상처.
여자로써 가장 큰 수치심이 될 그런 상처.
그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자. 정혜"
고모부를 죽이려고 맘을 먹은 정혜.
하지만 끝내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화장실에 들어가 꺼이 꺼이 우는 여자.
지금까지 소리내서 한번도 울어 보지 못했으리라.
그 울음이 그 안의 분노를 희석시켜주길 바라는 맘이 생겼다.
칼을 쌌었던 손수건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영상이
여자 정혜의 의지처럼 보였다.
용서하기로 마음 먹은 결단인 것처럼 보였다.
그 뒤에 찾아오는 사랑의 가능성...
스스로 왕따가 된 정혜였지만
사람은 사람이었나 보다.
여자는 여자였나 보다.
"정혜씨"라는 그 한마디가
그 시점에서 정혜에겐 너무나 큰 위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새로이 시작하게 될 사랑이
여자 정혜 안에 있는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