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벌레
앤토니어 수잔 바이어트 지음, 윤희기 옮김 / 두산동아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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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천사와 벌레-는 그 유명한 바이어트의 책이다. 워낙 기대를 갖고 읽어서 일까 바이어트의 살아있는 작가성을 확인하기엔 번역본은 역시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천사와 벌레-는 그래서인지 아무런 특색 없는, 책장 어딘가에 노상 있어온 서양의 옛 이야기 책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기묘한 제목인 -천사와 벌레-에는 무척이나 많은 뜻이 숨어있다. 겉으로의 모습으로 알 수 없는 것은 인간이나 생물이나 마찬가지다. 한낱 개미들도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인간이 놀랄 만큼 인간사를 닮아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책에 여러 차례 걸쳐 서술되어 있는 벌레(?)들의 모습이다. 사무라이 개미를 포함해 나방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세심한면들을 볼 수 있다. 주인공인 윌리엄의 직업을 여지 없이 잘 반영 한 이 장면들은 솔솔한 재미를 준다. -천사와 벌레-는 끝까지 하나의 교훈을 심어주기 바쁜데 그것은 사물은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심오한 진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적잖히 실망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원본을 보고 싶다. 바이어트가 이렇게 줄거리만 나열하듯 쓰진 않았을 게 분명하니까. 아무튼 많은 단점에도 그녀의 작품을 접하게 되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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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시네마
유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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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밍량의 영화를 보면 열린 공간도 폐쇄된 느김으로 다가온다. 인물들간의 고립이 막힌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말' 즉 '소통'이라는 것에 대해 점차 무뎌지는 것. -가족 시네마-는 이런 막막하고 알수 없는 우울함으로 가득하다. 금기시된 관계들이 정상화 되고, 인물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갈등과 불만들을 꼭꼭 숨긴다.

다시 모인 가족은 동생을 위해 영화를 찍지만 이것이 연기인지 실제인지 혼동이 오고 벌어진 관계는 진전되지 않는다. 표제작 -가족 시네마-는 유미리의 세계관이 압축되어 있는 중편이다. -풀 하우스-의 가족이라고 보기 어려웠던 그 상황이 다시 재현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여름- 역시 관계의 대한 유미리식의 반복이다. 유미리의 소설은 어딘지 모르게 낯선 동시에 친숙하다. 그리고 보고 나면 어지러울 정도로 멍해진다. 슬프게 멍.

참 단편집-이지메의 시간-에 실렸던 유미리의 단편<따돌림의 시간>는 -가족 시네마-에서<그림자 없는 풍경>으로 나온다. 혼동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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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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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열정을 앓았던 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건조하게 말한다. -단순한 열정-은 소설이라기 보다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다. 아니 아르노는 혼돈스럽던 그 때를 추억하며 자기 자신과 다시금 대화한다. 사랑이란 그녀가 말한 바로 그런 것이다. 그래서 그 그물에 걸리면 빠져 나오는 데 다소 힘이 든다. 온통 정신을 한 곳에만 집중을 하고 집중은 어느새 집착이 되고 자신은 바보 꼴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행복한, 그게 바로 사랑이다.

아르노는 정확하게 그 심리를 겪었고 단순히 열정으로 치부하기엔 소중한 그 순간을 기억한다. 그런 열정은 쉽게 오는 것이 아니고 지나가서도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단순한 열정-의 '여자'에게는 가혹한 일이다. -단순한 열정-은 어쩌면 무서운 책이다. 이 작은 책은 겪고 있는 사랑을 불안하게 만들고 지나간 사랑의 씁쓸함을 불러들인다. 특히 사랑에 관련된 후유증에 빠져서 우울해 하시는 분들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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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메의 시간
유미리 외 지음, 이초희 옮김 / 누림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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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책 표지를 보면 이 책은 유미리만 지은 것처럼 보인다. 유미리라는 이름만 굵고 클 뿐 그 뒤에 자리하고 있는 유미리 외 지음은 얼핏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유미리의 작품집인가 보다 해서 산 책이었다.

-이지메의 시간-은 6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6편을 잇는 소재가 바로 이지메이다.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힌 이지메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지메는 그 특성상 정치적인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과거 나치등 독재정권 아래 핍박 받던 시절들을 떠올릴 정도로 잔인하다. 문제는 이 악랄한 게임(?)이 어째서 학교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 급속도로 퍼졌냐 하는 점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아니 학교를 벗어나 모든 인간 관계가 위태로워 지고 있다. 마치 전염병처럼, 인간에 대한 공포가 유령처럼 떠돈다.

-이지메의 시간-은 이지메의 공포를 상기시키는 책이다. 여섯 작가의 여섯 개의 이야기는 서로 닮은 동시에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역시 문제 제기만 선뜻 해 놓고, 그러니까 이지메의 공포를 상기만 시키고 거기서 막을 내려 버린다. 이지메라는 현상에 대해 어설픈 제시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6편의 단편 중에 성인이 된 남자가 나오는 소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두려움으로 가득찬 학교에서 벗어나는 걸로(또는 이 상황을 잠시 벗어나는) 결론을 내린다. 아마 인간관계의 횡포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
희망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감정이 말라버렸다면 우리 아래 세대의 어린 사람들은 이 사태들을 어떻게 감당 할 수 있을까. 내 피부가 불에 댄 것처럼 괴롭고 쓰라린 이 악몽들이 빨리 사라졌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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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존스의 애인 브리짓 존스 시리즈
헬렌 필딩 지음, 임지현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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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정말 재밌다. 읽고 있는 동안 즐거움을 선사해준 이 책이 그저 사랑스러울 뿐이다. -브리짓 존스의 애인-은 전편을 잇는 이야기다. 전편에서 맺어진 브리짓과 마크는 연인 관계다. 이 로맨틱한 커플은 서로의 이해관계에 충돌을 겪으면서 이야기는 새롭게 전환 된다. 그녀 자신을 모델로 삼았다고 알려져 있는 헬렌 필딩은 브리짓 존스라는 낙천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로 공감을 자아낸다. 브리짓을 제하고도 등장인물 각자가 지니는 고유한 캐릭터는 생동감이 넘친다.

-브리짓 존스의 애인-은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그러나 페이지 한 장마다엔 지나치기 아까운 유머들이 존재하고, 현실에선 결코 찾아보기 힘든 우연과 사건들이 벌어진다. 물론 비현실적인면 때문에 -이를테면 브리짓의 태국사건까진 용서가 된다. 그러나 마크의 방에서 발견되는 자기 계발 류의 책들은(-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같은)- 보기에 유치한 감이 심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낭만적이고 귀여운 설정이다.
읽고 있는 동안 얼마 남지 않은 장 수에 안타까워 하는 이상한 기분을 맛보았다. 아마 이 책을 재밌게 읽은 분들이라면 이 같은 기분을 이해 할 것이다.

그리고 콜린 퍼스와 브리짓의 인터뷰는 진짜 웃긴다. 미스터 다아시의 물에 젖은 씬에만 직찹하는 브리짓의 상상을 초월하는 인터뷰, 그러나 브리짓이 목 맬 정도로 콜린 퍼스가 매력적이긴 하다. (환상적인 마크 다아시=콜린 퍼스) 초인적으로 감동적인 마크 다아시와 브리짓이 맺어져서 정말이지 행복하다. 언제나 몸무게 걱정에(19년간 다이어트 중) 실수투성이지만 유머러스하고 낙천적인 브리짓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헬렌 필딩이 계속해서 시리즈를 냈으면 좋겠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브리짓 존스의 애인-에 이어 브리짓 존스의 결혼, 브리짓 존스의 출산, 브리짓 존스의 이혼....많지 않은가?
계속해서 이 명랑한 아가씨를 만나고 싶다. 그녀는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더불어 용기까지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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