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로움 다가와 마음을 흔들면 시선 시인선 95
임창연 지음 / 시선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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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앞에만 서면 한 없이 작아지는 나. 늘 그랬다. 시라고 하는 것은 내가 결코 넘어 설 수 없는 히말라야 산맥 그 이상이라고 느꼈었다. 늘 갈증과 허기에 지쳐 허겁지겁 먹어 치우던 책들 속에서도 시는 내가 손댈 수 없는, 먹을 수 없는 아니 다가서서는 안 될 그런 그 무엇이었다. 노력해 보기는 했었다. 나름 애송시라고 하여 묶여서 나온 시집들을 손에 쥐고는 한 번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리라 작심을 하고 페이지를 넘겨 보기는 했지만 그때 뿐 어느 사이엔가 그 시집들은 내 가방, 혹은 책상 위 어느 구텅이에 뎅그라니 놓여서 방치되곤 했었다.

 

그렇게 젊은 날을 보내고 이제는 불혹도 절반을 넘어선 지금, 이제야 무조건 빠른 것만이 최선이 아님을, 무엇이든 꽉 채우는 것이 성공이 아님을 서서히 느껴갈 즈음, 어쩌면 시라고 하는 녀석이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물현 듯 찾아 오게 되었다. 그래서 책장 구석에 꽂혀 그동안 천덕꾸러니 대접을 받고 있던 시집들을 다시 손에 들고 계면쩍은 대면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낯설기는 하다. 하지만 예전만큼 그리 캄캄하지는 않다. 비록 시인들의 그 절제된 언어의 연금술은 지금도 결코 내가 훙내낼 수 없는 것이라 여겨지지만 젊은 날 그때처럼 열등감으로 까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사물을, 사람을, 생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갈 근력이랄까 아님 여유랄까..글로써 미처, 또는 외써 표현하지 않은 그 여백의 맛을 다소나마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임창연 시인의 첫 시집이라고 한다. 젊은 나이도 아닌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시인의 작품들에는 언어의 화려한 수식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랑에 대한 뜨거움으로 인한 감정의 과잉도 보이지를 않고, 더불어 삶에 대해 절망적이지도 않다. 연륜에 의한 영향인가 어쩌면 시인의 내부 속에는 그런 감정들이 솟구쳐 올라왔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시인은 나지막한 차분한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는 것이라 받아들여졌다.

 

어차피 작품은, 특히나 시라고 하는 녀석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이제 작가의 것이 아닐 것이다. 오롯이 그 작품을 받아 들인 독자의 몫으로 남겨지는 것. 내게는 작품을 분석할 능력도, 그럴 의도도 없다. 단지 철저히 소비의 주체로 서 있을 뿐. 그래서 작품집 중 읽으면서 내게 공감이 되고 울림을 주었던 작품들을 접어 두고는 다시 읽을 때마다 소비해 보려고 한다. 물론 그렇게 읽어 나가다 보면 지금 나에게 간택 되지 않은 작품들 중에 또 다른 녀석들이 눈에 띄어 새로운 맛으로 읽혀지게 되겠지.

 

그 중의 하나.

삼계 숲속마을이다.

 

누가 켰을까 노을보다 먼저 켜진 붉은 네온 십자가

 

길 한켠의 야채 트럭이 확성기로 사람을 부르고 있다

 

보이는 것과 듣는 것 생각하는 것이 사는 일이라면

어둠이란 이 모든 것을 삭제하는 연습

 

끝없는 환한 낮이란 얼마나 끔직한 것인가

 

 

인생의 사건들을 마음대로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기도 싫은 삶의 기억들이 순간순간 치솟아 오를때면 다시 이 놈의 삶을 리셋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모든 것이 드러나는 환한 낮만 지속되는 삶이란 얼마나 피곤하고 절망적일는지.. 이럴 때 정기적으로 찾아 오는 어둠이란 흥분된 나를 진정시키고 오늘의 부끄러움을 잊고 내일을 향해 다시 한번 희망을 품게 만들어 주는 축복의 공간.

 

결혼의 꽃”(p.86)은 언제적 작품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세월 아내를 맞이하면서 써 두었던 작품이었을까? 아님 혹시 늦장가라도 드신 것일까?

아내 생일날 케잌 꽂아 놓고 낭송해 주면 참 좋아할 것 같다라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감사하다.

시란 녀석에게 한걸음 다가서는 징검돌로 이 시집은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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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영혼의 노래
어니스트 톰슨 시튼 & 줄리아 M. 시튼 지음, 정영서 옮김 / 책과삶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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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티브에서 방영하던 영화중 홍콩 무협 영화와 더불어 미국의 서부극 영화가 최고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에야 그 저급한 백인 우월주의의 멧세지에 고개를 흔들며 채널을 돌려 버리게 되지만 당시 극중의 말달리며 악인을 무찌르고 정의를 수행하던 주인공의 그 현란한 총솜씨에 반해 사내 녀석들은 꽤나 가슴 설레이며 장난감 총에 아버지 중절모를 쓰고 흉내도 내곤 햇었던 것 같다.
 
그 주인공이 죽이고 무찌르던 악의 화신의 대표격이 바로 인디언이었던 바 당시에는 우리 역시 그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서 나에게도 인디언은 반드시 응징해야 적이었지만, 차츰차츰 그 서부극이 던지는 메세지가 실상과는 너무나 다른 거짓된 것임을 알면서 차츰 서부극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않았었나 싶다.
 
하지만 떡 거기까지였지 않나 싶다.
인디언이 절대적 악의 화신은 아니라는 점은 알았지만 반대로 인디언의 그 진면목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하지 않았었고 또 알려고 해도 그 방법이 그리 녹녹하진 않았던것 같다. 그런던 차 우연히 손에 집어들게 된 이 책을 통해서 부족하나마 인디언의 그 내면적 모습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놀랍게도 우리에게 '동물기'로 잘 알려진 시튼 박사이다. 저자는 동물들을 연구하던 틈틈이 인디언들에 대한 자료를 하나씩 모아가게 되었고, 당시 대중의 인디언에 대한 인식이 그 진짜 내면과 너무나 큰 괴리가 있음을 깨닫고는 책으로 엮어 발간하게 되었다. 동물에 대한 애정이 어점 동물 취급을 받던 인디언에게 투사된 것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책은 인디언의 풍습과 문화, 그들의 종교와 정신 세계, 그들 중에서 이름을 떨쳤던 이들에 대한 소개와 그들의 연설 내용등과 함께 인디언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백인들이 인디언에 대해 던지는 찬사등으로 엮어 있다. 비록 책이 동물기 처럼 현미경을 들이대고 그들의 생활 전반에 대해 속속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우리가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던 인디언들이 아닌, 그들이 얼마나 고귀한 품성의 소유자였었는지, 그들이 도덕 지수가 얼마나 높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머니인 대지의 품속에서 얼마나 행복한 삶을 영위해 왔는지를 이 책은 이야기해 준다.
 
서구의 기독교 - 실질적으로는 그들이 그렇게 전하려고 했던 기독교 정신과도 전혀 이질적이고 반 인간적인 -  종교와 물질 문명의 기준에서 볼때는 비록 인디언의 삶은 사탄적이고 또 상당히 뒤쳐진 미개한 사회였을는지 몰라도 이는 전적으로 자아 도취적이고 교만한 서구의 일방적 시선이라는 점을 이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가슴으로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비록 지금 현재 미국 사회내에서의 인디언은 외형적으로는 인디언 보호 구역에서 정부의 지원아래 그 문화를 영위해 나아가고 잇다고는 하지만 실은 빛좋은 개살구일 뿐, 인디언 젊은이들은 정부로 부터 주어진 돈으로 근로의 의욕도 꺽인채 마약으로 그들의 젊음을 탕진해 가며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제노사이드를 격고 있다는 것이 중론인듯 하다.
 
인디언들의 그 순수한 영혼의 노래 소리가 앞으로의 시대에 회복되어 다시 들려질 날이 있을는지....먹먹한 마음으로 이 책을 덮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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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끕 언어 - 비속어, 세상에 딴지 걸다
권희린 지음 / 네시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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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이 대세인 시대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그동안 영화, 문학, 저널, 패션등 각각의 영역에서 각개 약진을 통해 토해내던 B급의 언어와 몸짓에 대해 이제 드디어 너희들의 시대가 왔노라, 더 이상 눈치보지 말고 당당히 너희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라는 공식적 세례의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B급의 역할과 기능이 인구수만큼이나 다양하게 팽창하는 욕망에 대해 기존 공식으로는 표현될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 해소의 즉발적 표현을 통한 해소 또는 위안이란 점에서, 특히나 언어에 있어서의 B급 요소는 다른 어떤 영역에서 보다 더 다양하고 즉각적이고 또한 폭발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어려서부터 주입되고 주변에서 강요되어온 ‘모범 어린이’, ‘모범 학생’을 거쳐 모범 시민으로 살아온 나에게 있어서 B급 언어는 타인 앞에 결코 드러내서는 안 될 금기 그 자체였었다. 스스로도 B급 언어 사용자와는 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라는 자의식으로 그들과 구별지었었다. 하지만 나 역시 내 속의 욕망과 쌓이는 분노와 함께 일생 동안 반드시 처리되어야 할 지랄 욕구는 어떤 방식으로든 분출 또는 배설 되어야 했고, 이런 내적 충동은 외적인 교양 시민의 준칙과 충돌 되어 폭발의 임계점까지 치솟아 오르다가 종국에는 혼자말로 중얼거리는 형태로 나타나고야 말았다. 

화장실에서, 잠자리에서, 길가다가, 차안에서... 종종 주변 사람을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급작스레 나는 혼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게 되고 그것이 주변에 사람들이 있을 경우에는 그들을 당혹하게 만들곤 햇엇다. 물론 그것에 대한 어설픈 변명을 만들어 내느라 나는 또 식은 땀을 흘려야만 했고 말이다.

아 ‘씨발’.. ‘존나’, 도대체 어떤 ‘꼰대’들이 나에게 이따위 ‘좆같고’ ‘개떡같은’ 어줍잖은 도덕심을 심어 놓아, 내 평생 ‘빠순이’의 추억도 경험 못하게 만들고, 남이 만들어 놓은 삶을 내 인생이라 여기는 ‘짝퉁’의 삶을 살면서 그것이 ‘간지나는’ 삶이라 착각하게 만들었단 말인가 말이다.

아이들이 그 나이 때면 다보는 빨간책도 더러운 것인양 취급하며 고상한척 온갖 ‘꼴값’은 다하면서도, 혼자서는 영어 사전에서 ‘SEX'를 찾아보고, 소설책에 나오는 남녀상열지사의 장면을 접어두곤 남몰래 두고두고 묵상하는 ’호박씨 까는‘ ’또라이‘ 같은 놈으로 살아오게 만들었냐 말이다.

모처럼 한창 사춘기인 아들 녀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아빠가 되었다는 ‘자뻑’과 함께 아들 녀석들에게 이 책의 내용들을 가지고 ‘주접’을 떨어보았다.
“인석들아, 너희들 뺑끼치다, 꽐라, 쩐다가 어디서 나온 말인줄 알어? ”
어라.. 이 녀석들, 갑자기 ‘뻘줌한’ 표정들을 짓더니 지들 각자 하던 일 하면서 ‘쌩까버리고’ 만다. 아, 젠장 쪽팔려서 어디...

그나저나 이 책의 저자인 권희린 선생님한테 책 잘 읽었다고 문자라도 보내고 싶은데 혹 그냥 '씹어' 버리는건 아닐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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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 사랑한다면, 지스폿(G-spot)보다 브이스폿(V-spot)을 찾아라
조앤 래커 지음, 김현정 옮김 / 전나무숲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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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자극적이다.

사랑한다면, 지스폿(G-spot)보다 브이스폿(V-spot)을 찾아라”.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한단어로 표현한 것이 바로 V-spot이다. 육체적 자극의 정수가 G-spot에 있듯이 감성적 자극의 정곡이 바로 V-spot이며 이 V-spot을 이해하는 것이야 말로 개인의 심리적 약점및 돌발 반응등의 원인과 그에 대한 적절한 치유책을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환경을 통해 겪게 되는 경험들을 통해 여러 가지 인격적 인자를 소유하게 된다. 모든 환경과 부모를 비롯한 주의의 사람들이 완전하지 않기에 필연적으로 성장 과정 속에서 작고도 큰 상처들을 하나 둘씩은 지니게 되고 이것은 그 사람이 사회속에서 사람들과 맺게 되는 관계 속에서 여러 가지 장애물로 나타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사람들의 특징을 크게 5가지의 범주로 분류하여 말하고 있다.

자기애성 성향, 경계성 성향, 수동공격성 성향, 강박성 성향, 마지막으로 분열성 성향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의 특징과 그들이 나타내는 행동 양태에 관해서 사례를 들어가면서 개략적으로 설명하고 또한 각자의 성향에 어울리는 성향을 이야기하면서 그 두 성향이 조합하게 될 경우의 진행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5가지 범주의 성향의 공통점이 바로 각각의 V-spot때문이라는 것이며 이러한 V-spot이 제대로 치유되지 않게 될 때 사람과의 관계, 특히나 부부간의 관계는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 학대로 드러나게 되고 필연적으로 그 관계는 파탄에 이를 수 밖에 없음을 저자는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저자의 주장이 새삼 새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많은 심리학자들에 의해 성장과정에서 구축된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상처들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또 관계들을 망치는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론과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설명해왔다. 나를 돌이켜 볼 때 작가의 범주에 따르면 나는 경계성 성향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나 개인적으로도 어려서 극도의 열등감으로 대학 시절까지 정말 끔직한 나날을 보내본 경험이 있었기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V-spot에 대한 개념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가 있었다. 본인 스스로 왜 나에게 있어서 그런 깊은 열등감이 내면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나의 V-spot을 직면하게 되고) 그런 감정이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의지적으로 인지하게 되면서부터 차츰 그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번역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어색한 문장들이 다소 있는 점과 함께 낯선 심리학적 용어들로 인해 이해하기에 좀 난감한 부분들이 있다라는 점이 책에 대한 흠이라고 하면 흠일 수 있겠지만

어느 날, 혹 주변의 지인이 갑자기 다른 사람이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급작스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면 그 무언가가 그이 V-spot을 건드렸다고 이해한다면 괜한 감정의 상함으로 관계가 어색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더욱 나아가서는 면밀한 관찰을 통해 그의 V-spot을 찾아내어 그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V-spot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 그가 그것을 극복 할 수 있게 도와 줄 수 있다면 이 책 한권에 들인 금전적, 시간적 투자는 결코 아깝지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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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귀환 - 희망을 부르면, 희망은 내게 온다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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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원리로 널리 알려진 인기 강사 차동엽 신부가 또 한 권의 책을 우리에게 내밀었다. 그동안 차 동엽 신부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희망에 관한 메시지를 집대성해 엮은 희망의 귀환이 그것이다. 먼저 제목이 주는 의미를 분석해 보자면 귀환이라 함은 어디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뜻할진대, 그렇다면 희망이 잠시 우리를 떠나 있었다는 말일 터.

 

우리 영악한 독자들은 이미 제목에서부터 3포를 넘어 이제 4포로 일컬어지는 현 세대의 절망을 치유하기 위한 메시지임을 눈치 채었으리라. 차 신부는 책 전체에서 희망을 노래한다. 오직 희망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희망이 지금까지 인류에게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를 여러 사례를 들어가면서, 이렇게 절망이 에코(echo)되어 울려대는 시대에 부디 우리에게 희망 그 이름 자체가 주는 힘에 기대어 세상을 정면으로 부딪치라고 권면하고 있는 것이다.

 

차 동엽 신부의 책은 일기가 쉽다. 술술 넘어가는데 시쳇말로 넘어가도 너무 잘 넘어간다. 그래서 이 책을 손에 드는 사람들도 있을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애를 먹어야 했다. 이 책이 쉽게 넘어간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읽어버릴 책이 아니었기에 말이다. 한 순간 휙하니 저 넘어 가버린 눈길을 다시 돌려 일부러 아이들이 국어책 읽듯 한 단어 한 문장 또박 또박 정독하면서 눌러 읽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했는지...

 

이 책이 단지 한 책상물림의 한가로운 예화 모음을 바탕으로 한 경구 모음에 그쳤다면 그 울림이 그리 크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차 동엽 신부 본인이 바로 어린 시절은 가난에 의해서, 또 나이 들면서는 건강 문제로 여러 고난을 겪으면서 본인을 오늘의 모습으로 있게끔 한 그 원동력이 바로 희망이었기에 저자가 줄기차게 외치는 희망의 멧세지는 우리에게 공허한 외침이 아닌 육중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빨간 펜으로 마음에 부딪쳐 오는 곳곳에 밑줄을 그었고 간직하고픈 예화와 일화들도 별도로 표기를 해두었다. 그리고는 책 읽기를 마친 후에는 그 부분들을 다시 모니터에 하나하나 찾아가며 갈무리를 해 두었다. 그 과정 속에 이 책의 내용들을 다시 한 번 복기 할 수가 있었고 이렇게 갈무리한 내용들은 시간이 흘러 나에게 다시 절망의 어두움이 드리울 때마다 꺼내어 마음을 다잡는 역할들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갈무리 한 것들 중 몇 개를 적어본다.

 

나도 희망한다. 너도 희망하라 (spero, spera)

 

바라만 보지 마세요, 관찰하세요 (Don’t just look, OBSERVE)

삼키지만 마세요, 맛보세요 (Don’t just swallow, TASTE)

잠들지만 마세요, 꿈꾸세요 (Don’t just sleep, DREAM)

생각만 하지 마세요, 느껴보세요 (Don’t just think, FEEL)

존재하지만 마세요, 살아가세요 (Don’t just exist, LIVE)

 

트렌드라는 말은 참 매력적이지만 야속한 단어다. 트렌드는 간사하며 자주 바뀌고, 심지어 지구의 자전축처럼 자꾸 바뀌지만 브랜드는 바뀌지 않는다

- 브렌드화하여 그것으로 세계를 뒤흔드는 트렌드가 되게하라

 

단테의 <신곡> 첫머리 지옥의 입구에 적혀 있는 글귀

일체의 희망을 버리라

 

희망이 있어서 희망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 희망이 없기에 희망자체가 지니는 힘을 빌려서 힘을 내라는 것이다.

 

절망의 유혹은 무섭게 집요하다. 이것으로 안 되면 저것을 가지고 와서 우리의 고요를 흔들어댄다. 절망이 우리를 넘어뜨리는 전형적인 수법 가운데 하나가 속단이다.

 

어플루엔자(affluenza) : 풍요로움(affluent) + 독감(influenza)

풍요의 욕망을 전염시키는 독감. 소비지상주의가 탐욕병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과중한 업무와 빚, 근심과 걱정을 떠안게 하는 한마디로 만들어진 절망이다.

반면에 부추겨진 절망도 잇으니 그것이 바로 비교이다.

 

세르반테스가 미치광이 돈키호테를 통해 이 희망가를 부른 곳은 감옥이었고, 그때 그의 나이는 50줄을 넘겼을 때였다. 그의 삶은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 가난, 결투와 도피생활, 전쟁 중에 입은 상처로 불구가 된 한쪽 팔, 5년에 걸친 노예생활, 4번에 걸친 탈출 실패. 말년에는 비리 혐으로 인해서 옥살이를 해야 했다. 그는 이렇게 희망이 동난 막장의 상황에서 이상향에 대한 낭만으로 가득 찬 소설 돈키호테를 썼다.

보발것없는 재산보다 훌륭한 희망을 가지는 것이 훨씬 낫다. 재산보다는 희망을 욕심내자. 어떠한 일이 있어도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

 

사람들에게 배를 만들게 하려면, 바다를 보여주라!

 

젊음은 아름답지만, 노년은 찬란하다. 젊은이는 불을 보지만, 나이든 사람은 그 불길 속에서 빛을 본다”- 빅토르 위고

 

멋지게 생겨서 조경수로 가져다 사용하는 소나무는 하나같이 비정상적으로 발육한 나무인 것이다. 악조건을 무뤂쓰고 생존하기 위하여 뒤틀리며 성장한 나무들인 것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은 골앗의 싸움 법칙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완전히 다른 창조적 전략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다윗이 절대적 약자였기 까닭이다.

 

위험(danger)에서 한 치 모자라는 것이 화(anger)이다.

 

흔히 꿈의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고들 말한다. 나는 이를 굳이 마다하지도 않지만 적극적으로 권하지도 않는다. 나는 이를 꿈의 계획 농법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이는 자신의 꿈에 농약도 주고 비료도 주고, 때 되면 인위적으로 전지도 하고 하면서 꿈의 결실을 보려는 접근법이다. 꿈이 이루어질 확률은 높아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농법으로는 꿈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부작용이 남기 마련이다. 주위 환경의 피해, 잔류농약, 그리고 건강의 이상등.

이런 이유로 나는 꿈의 유기 농법내지 태평 농법을 권한다. 꿈이라는 나무를 파종만 하고 생태의 이치에 맡기는 것이다. 오로지 생태적으로 경합하고 상생하면서 결실을 맺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설령 소출이 적다 하더라도 그 꿈의 결실은 주위 환경과 농부 그리고 이웃들에게 자연의 환상적인 풍미로 기쁨을 주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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