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니콜라 게겐 지음, 고경란 옮김, 김현경 해설 / 지형 / 2006년 2월
평점 :
신문을 구독하는 분들은 신문을 읽기 전에 하는 일이 있습니다. 광고 전단지 버리는 일. 물론 걔 중에 몇 개는 꼼꼼이 읽을 만한 정보들을 담고 있겠습니다만, 신문읽기도 바쁜 출근길의 직장인의 눈에 광고 전단지가 제대로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광고 전단지를 보는 사람들은 남녀를 떠나 집에서 가사를 책임지는 사람이 볼 가능성이 높겠지요.
성가신 광고 전단지의 단골 고객은 한식, 중식, 일식, 분식, 피자 등 각종 음식점과 365일 할인행사를 펼치는 할인점이 압도적으로 많고, 간헐적으로 업종불문하고 신장개업하는 업소의 광고가 곁다리로 끼고 있습니다. 왜 이들은 대부분의 구독자들이 성가셔하고, 이제는 읽을 생각도 하지 않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 일쑤인 광고 전단지에 계속 광고를 하는 걸까요?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미심쩍기는 하지만,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버튼 등이 1999년에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전단지는 확실히 판매에 영향을 줍니다. 전단지를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 간의 매출 차이는 2배를 보였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늘 위의 사례와 같은 생산자들의 구애 행위를 접하고 있습니다. 때로 그들은 내숭을 떨기도 하고, 협박을 하기도 하고, 생색을 내기도 하고, 현혹시키기도 하고, 엄살을 떨기도 하고, 아부를 하기도 합니다. 상품을 만드는 이들이 생산물을 팔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펼치는 구애 행위는 우리 주변에서 일상화되어 이제는 우리가 의식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책은 상기의 사례처럼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생산자의 구애 행위와 소비자들의 반응에 대한 100가지 실험 결과입니다. 소비자가 제품의 정보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이를 구매와 연결하는 지, 소비자가 다양한 소비 환경에서 어떤 구매 패턴을 보이는 지, 그리고, 판매를 하는 이들이 소비자의 소비 행동에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를 설명하기 위해 내노라하는 저명 심리학자 혹은 경제학자들의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눈에 익은 심리학의 용어와 사례들도 많이 눈에 띄고, 시중에 나와 있는 심리학 서적에서 나온 내용과도 많은 부분 중복이 됩니다. 낯익은 용어라고 하더라도 사례가 다르면 새로운 느낌으로 와 닿겠습니다만, 알고 있는 사례들이 등장하여 신선함은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생산자들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구애하는 지 한번 읽어보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유용한 또다른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생산자의 이러한 구애 행위는 나이가 든 이와 여성에게 특히 효과가 있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