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인간의 경제학 -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 탐구
이준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학에서 언급하는 각종 원칙들은 하나의 가정을 전제로 합니다. “인간은 완전히 합리적이다.”
   경제학의 수많은 이론들을 현실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실과 다른 환경의 제한적 변수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완전히 합리적인 주체라는 가정과 현실에서의 인간과의 괴리 때문입니다. 저자는 합리적인 인간을 경제학이란 거울에 비추어보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이런 행동을 할 것이며 그 결과 경제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라는 조건부 예측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이 책의 제목을 “36.5℃ 인간의 경제학”이라 한 이유도 완벽한 이성을 구비한 인간을 배제하고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인간미(?) 넘치는 경제학’의 모습을 발견하고자하는 의도로 보입니다.

  근래 경제학의 한 켠에서는 인간의 합리성과 이기심에 명백한 한계가 있음을 제기하는 ‘행동경제학’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2년 노벨경제학상은 이러한 행동경제학이란 영역을 구축하고 넓히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상하였습니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까지 수상한 행동경제학을 경제학의 주류의 한 분야로 분류하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행동경제학이 경제학도 심리학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교수도 경제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이니까 말이죠.

  행동경제학에서는 현실의 상황을 판단하는 일은 무척 복잡하기 때문에 인간은 이를 단순화하여 몇 개의 주먹구구식 원칙을 사용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이러한 주먹구구식 원칙을 ‘휴리스틱(heuristics)’이라고 하죠. 이 용어는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책을 읽노라면 반드시 등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용어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이렇게 휴리스틱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현실이 복잡하기 때문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을 철저히 파악하고 따져보고 행동하기에는 기회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어가노라면 이 책이 경제학책인지, 심리학책인지 구별이 모호하다고 느껴집니다. 특히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경제학자측면에서 바라본 인간의 모습과 심리학자측면에서 바라본 인간의 모습이 크게 달라보이지 않아 더욱 그러합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 경제학의 각종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나열하고 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 이들은 매우 실망할 겁니다. 이는 이 책의 의도라기보다는 행동경제학이 아직은 경제학의 단편적인 이론의 토막들에서 보이는 빈틈을 메워주는 역할만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드는 사례들은 다른 책에서도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라 ‘넛지’나 ‘행동경제학’을 먼저 읽은 독자들은 약간 식상하다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의미는 번역서가 아닌 한국의 경제학자가 쉽게 풀어쓴 책이라는 데 두어야 할 것이고, 행동경제학 분야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친절한 길라잡이로서의 역할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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