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윤용인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 1
   보험회사에 몸 담고 계신 분들은 아마 다 아시는 내용일 터이고, 굳이 몸을 담고 있지 않더라도 정황상 뻔한 통계가 있습니다.
1. 자녀를 둔 남자의 보험금 수령인은 누구일까요?
2. 자녀를 둔 여자의 보험금 수령인은 누구일까요?
1번 답은 ‘아내’가 90%이고, 2번 답은 ‘자녀’가 90%입니다.(※ 비율이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 2
   여성가족부가 2006년 발표한 ‘2005년 전국 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아버지의 50.8%가 ‘자녀가 고민이 생길 경우 가장 먼저 나와 의논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자녀들 가운데 ‘아빠와 고민을 나눈다’는 비율은 4%였습니다. 아버지는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가장은 배우자로부터도 그렇고, 자녀로부터도 그렇게 후순위 관심 대상입니다.

# 3
   서강대 정유성 교수는 ‘한국 40대 직장 남성들의 생활과 인권-사회의 병리, 육체의 손상, 영혼의 노숙’이라는 제목의 꽤 긴 보고서에서 “아버지는 그저 돈 벌어오는 기계라고 생각하는 것이 전반적 세태예요. 아내도 그렇고, 아이한테 아빠가 왜 좋냐고 물으니까 돈 벌어와서 좋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합니다. 덧붙여 “세대마다 불안감이야 다 있겠지만 40대가 가장 심한 거 같아요. 승진을 해도 뭔가 보장되는 느낌이 없고 불안하기만 하니까”라고 합니다.
  
   저자는 조선일보에서 ‘아저씨 가라사대’라는 제목의 연재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저자의 생긱이나, 이념, 가치관 그외 뭐라 부르던 간에 그가 ‘보수적’일 거라는 편견을 가질 법한 정황입니다. 그러나 딴지일보에서도 몸을 담았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무작정 저자에게 ‘보수’라는 옷을 입히는 것은 성급합니다. 실제 책 속에서 그는 소통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냅니다.

  저자는 심리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심리 상담 등으로 밥먹고 사는 사람은 아닙니다. 보통 사람과 전문가의 중간인 ‘프로추어’쯤 됩니다. 딴지일보에 있었다는 사실에 걸맞게 맛깔스런 글솜씨로 그의 주변에 있는 ‘남자’에게 ‘심리학’이라는 돋보기를 들이댑니다. 저자는 이 책의 전반부는 ‘남자 친구’의 이야기를, 후반부에서는 ‘남편’ 또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했습니다만, 리뷰어가 보기에는 그냥 모두 중년 남자의 이야기로 보입니다.

  저자는 비록 자신의 주변인을 주로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자신이 그동안 꼼꼼이 관찰한 남자들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고 그 내면의 심리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자들의 기를 살릴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쳐 줍니다. 돈이 들지는 않습니다. 관심과 배려만 있으면 됩니다. 특히 집에서 밥 먹는 남자에 대한 부분에서는 많은 공감에 씁쓸한 웃음이 났습니다. 집 밖에서 잔뜩 상처를 입은 남자는 집안에서 다시 재충전을 하고 싶습니다. 정성이 가득한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거기에 용기를 돋우는 말 한 마디는 축 늘어진 남성의 자존심을 충분히 다시금 빳빳하게 고개들게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중년남자에게 배려를 구걸하라고만 하지는 않습니다. 중년 남자가 비록 불쌍한 존재이긴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자존심을 가지고 세상을 멋지게 살아가는 조언도 곁들이고 있습니다. 집 안팎에서 위에서부터 그리고 밑에서부터도 다구리를 당하는 중년 남자에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멋있게 살아가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찾으라는 요청은 무리일 지 모릅니다. 하지만, 잠깐만 곁눈질하며 여유있고 덜 추하게 나이들어감을 배워야겠습니다. 젊은 남자들은 때로 넘어지고 실수하더라도 생채기가 쉽게 아물뿐더러 툭툭 털고 일어나는 모습이 멋지기까지 합니다만, 배 나온 중년 남자는 넘어질 때마다 추하고 보기 안 쓰럽습니다. 저자는 중년 남자들에게 굳이 젊은이들을 따라가지 말라고 합니다. 여유와 넉넉함을 가질 것을 주문합니다.

  결혼하신 여자분과 젊은 친구들은 지금 옆에 있는 남편, 아빠를 다시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결혼하고 자녀가 있는 남자분들은 자신이 잘 늙어가고 있는 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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