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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평점 :
이 책은 책덕후라면 꼭 읽어야 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심장이 두근두근거렸어요. (너무 좋아서...)
배경이...
무려...
1920년대 파리, 더블린..
심지어, 희귀서적을 취급하는 고서적입니다.
책 전반에 걸쳐서,
책에 대한 사랑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던 시대에,
책에 대한 사랑으로 서점을 운영하면서 희귀서적을 수집하던 멋진 여성 오펄린,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성용 바지를 입은 오펄린의 서점을 더블린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요.
헤이프니 레인 12번가에 꼭 가보고 싶었어요.
책을 읽다보면 우리에게 친숙한 헤밍웨이, 제임스 조이스가 등장인물로 나오기도 하고,
진짜 궁금한 에밀리 브론테의 2번째 소설 이야기도 나옵니다.
완전 진짜 흥미진진
줄거리:
책과 서점에 대한 깊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신비롭고 감동적인 이야기.
주인공 마서와 헨리는 각각 자신만의 이유로 미스터리한 서점과 서점 주인 오펄린의 이야기를 파헤칩니다.
오펄린의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책이 사람들의 인생과 기억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장소에요.
소설은 과거(오펄린의 시대)와 현재(헨리와 마서의 시대)를 넘나들며 마법과도 같은 서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잃어버린 꿈과 잊혀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어요.
이비 우즈는 서정적이고 풍부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을 책 속의 서점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아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는 스토리는 독자들로 하여금 두 시대를 동시에 경험하게 하여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책과 서점이 단순한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담아내는 특별한 장소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아... 서점 하고싶다....
다 읽고 나니
"폭풍의 언덕"이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사라진서점 번역본의 문장도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이 문장들을 원서에서 어떻게 표현했는지 너무 궁금해서 원서도 주문했습니다.
진짜 너무너무너무 행복하게 책을 읽었어요.
책을 너무나 사랑하시는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책이야말로, 정말....
판타지죠.
p.15.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책은 그저 종이에 적힌 글이 아니라, 다른 장소, 다른 삶으로 통하는 입구라고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나는 책과 그 안에 담긴 무한한 세계를 사랑하게 되었고, 이는 오롯이 아버지 덕분이었다.
"고개를 기울이면 말이다." 한번은 아버지가 말했다.
"옛날 책들이 비밀을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단다."
p.55. 나는 가방에 손을 집어넣어 보들레르의 책을 만졌다. 손끝에 느껴지는 책의 감촉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책은 내가 이 땅에 발 디디고 있다는 확고한 안정감을 주었다. 끝내 살아남은 저 글처럼 나도 어떻게든 버텨내리라는 확신이 생겼다.
p.59.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만큼 지내기에 좋은 곳도 없었다. 가게 자체는, 거무스름한 나무 서가들이 세월에 보드랍게 닳아 있고 종이와 가죽 냄새가 짙게 풍기는 여느 서점의 고요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 근무 첫날, 나는 장난감 가게의 열쇠를 받은 아이처럼 굴었을 것이다. 온갖 시대, 온갖 주제, 온갖 장정의 책들에 한눈을 팔면서 궁금해했다. 이 책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어디서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이건 무슨 향일까?
p.64. 한 여자 손님이 늦게 왔는데 몸을 오들오들 떨더라고. 난롯불에 엉덩이를 녹이면서 그이가 얘기하기를, 택시에서 내린 다음 우리집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니 서점이더라는 거야. 멋진 고서며 골동품이 가득 찬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작은 서점! 어쨌거나 다시 거리로 나와서 돌아봤더니, 세상에! 서점은 없어지고 다시 우리 집 현관문이 나타났다나? 당연히 우리는 그 여자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 줄 알았지. 그 시절엔 그런 인간들이 많았으니까. 그런데 또 그런 일이 벌어지다니 재미있지 않아?
p.91. 나는 몸을 옆으로 굴려 베개를 껴안았다. 바로 그때 벽에 갈라진 금들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거기 금이 있었던가? 그랬다면 진작 알아차렸을 텐데. 두께가 서로 다른 삐뚤빼뚤한 줄 세 개가 옷장 뒤에서 시작되어 작은 덩굴처럼 파란 벽으로 쫙 뻗어 있었다.
p.175. 그 후로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는 고집불통 여행자들이 그 머나먼 도서관을 우연히 발견했고, 관리인이 없는데도 어떤 특정한 책으로 이끌려, 그 책을 읽고 나서 인생의 행로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습사 도서관이, 그 구조가, 어떤 책이 길 잃은 영혼에게 진정한 인생길을 찾아줄지 직감적으로 아는 것처럼.
p.237. 깨어났을 땐 아직 새벽이었고 창으로 복숭앗빛이 스며들었다. 간밤에 너무도 생생한 꿈을 꾸었다.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만 잔뜩 남겨놓는 그런 꿈. 아버지가 책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미소 짓다가 내게도 들어보라 말했다. 책 한 권을 귓가에 대자 심장박동이 한 번, 두 번 들렸다. 두 번째는 더 가벽고 더 빨랐다. 그리고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듯 갑작스레 깨달음이 찾아들었다. 배에 손을 얹자 태동이 느껴졌다.
p.266. 그때 그일이 벌어졌다. 창문이 황금빛으로 반짝이면서 그 모든 단어들이 내게 밀려들었다. 검은 실로 바느질한 것처럼 정갈하고, 깨알처럼 작은 손 글씨를 마음의 눈으로 읽을 수있었다. 기묘하게 어두운 이야기의 글귀들이 한 줄 한 줄 내 마음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숨이 턱 막혔다.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는 문신 시술소를 향해 있는 힘껏 달려갔다.
p.285. 안으로 들어가 도서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자 숨이 턱 막혔다. 보기 좋게 거무스름한 나무 서가에 줄지어 꽂힌 책들, 미풍에 흔들리는 이파리처럼 속삭이는 고서들, 벽면을 오목하게 파서 만든 조그만 공간마다 벤치가 놓여 있고, 공기 중에 뜨거운 학구열이 감돌았다. 나는 놀라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p.377. "어느새 봄이 왔네요." 내 방에도 봄이 왔다. 나무줄기가 벽의 꼭대기에서 떨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머리 위의 나뭇가지들은 캐노피처럼 침대 위로 축 늘어졌다. 움튼 싹들이 잎사귀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보든 부인에게 알릴 생각은 없었다. 이 나무가 마음에 드는데, 이걸 베어버리라고 명령이라도 했다가는 곤란했다. 어느 헌책방 가판대에서 나무들의 숨겨진 생에 관한 책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동했다. 이 나무가 내 방에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리고 내가 어느덧 이런 사람이 되어 있었으니까. 충동적으로 책을 집어드는 사람.
p.414.
"길 잃은 곳", 제목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어느 오래된 서점의 아름다운 삽화가 들어 있었는데, 내가 헤이프니 레인에 처음 도착했을 때 봤던 바로 그 서점이 분명했다. 난 술에 취했던 게 아니었다. 정말 그곳에 서점이 있었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코가 근질거리는 것이, 까딱 잘못했다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나는 헛기침을 했다.
p.465. 길을 잃었다고 절망하지 말아요. 길 잃은 곳에서 인내하고 기다리세요. 길을 잃는다고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길 잃은 곳에서 다른 세계가 시작되고, 과거의 아픔이 힘으로 바뀔 수 있답니다. 여러분이 항상 품고 있었던 열쇠로 이 특별한 곳의 문을 열어보세요.
여기에 오기만 하면 누구든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여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어요. 기억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 말없이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삶들, 여러분의 귓가에 살며시 지식을 속삭이는 책들, 친절한 손길에 되살아나는 태엽 장난감들, 구조되어 새 생명을 얻는 옛 추억, 이 모든 마법이 이 벽돌 안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죠. 이곳에는 원하는 대로 마음껏 변신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요. 예전의 모든 걸 여전히 품고 언제든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그 작은 씨앗은 진정으로 믿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도록 숨어 있답니다.
자, 문턱을 넘어 여러분의 권리를 되찾을 준비가 됐나요?
p.487. "책을 읽으면 말이야." 마서가 말했다. "꿈꾸던 것보다 더 크고 더 좋은 인생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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