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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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다!!! 더글라스 케네디!!!!


2036년, 미국이 두 개의 나라로 분열된 미래를 그린 SF 스릴러이다.

소설가 장강명은 이 책에 대해 " 이 책을 읽을지 말지 망설이는 분들에게 '걱정 말고 읽으십시오! 진짜 재밌습니다.'" 라고 했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마치 악몽을 꾸듯 섬뜩한 미국의 미래 이야기'



이복자매인 샘과 케이틀린은 각각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의 정보요원으로, 서로를 제거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두 나라는 극단적으로 상반된 정치적 체제를 대표하며, 연방공화국은 채드윅 칩(생체 칩)을 통한 감시 사회, 공화국연맹은 종교적 엄격함을 바탕으로 한 독재 국가이다.

사실은 자매였던 두 정보요원이 서로를 죽여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치열한 첩보전을 펼쳐나간다.

작가는 이들의 관계를 통해 오늘날 미국 사회의 정치적 갈등을 극단화한 미래를 묘사하며, 분열과 대립의 결과는 어떨 것인지에 대해 묘사한다.

2023년까지의 현실과 그 이후의 상상
기발하구나~
(작가는 이번 대선에 바이든이 다시 나올 거라 상상했다.)



42.
인간은 살면서 많은 실수를 저지르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많아. 자네 부친도 예외가 아니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네에게는 배다른 자매가 있어. 게다가 우리의 적이야. 공화국 연맹 경찰국 요원.

64.
원래는 미합중국이었다가 두 나라로 분리된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은 끔찍한 이혼 소송을 겪은 예전 부부처럼 서로를 미워하고 적대시했다. 시간이 갈수록 원한이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더 축적되고 있었다. 나라가 분리되는 바람에 소모적인 논쟁과 사화적인 갈등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아직 미합중국이었던 시절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있기에 서로 상대에게 분리의 책임을 떠넘기며 치열하게 싸울 수 밖에 없었다.




#원더풀랜드 #더글라스케네디 #밝은세상
#장강명추천 #소설 #소설추천 #책추천 #미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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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은 날엔 카프카를 읽는다 - 예술가들의 흑역사에서 발견한 자기긍정 인생론
김남금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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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은 날엔 카프카를 읽는다』는 출근하기 싫은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재조명하는 에세이이다.

특히 '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예술가들의 고뇌와 성찰을 엮어, 독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일상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예술가들이 남긴 고뇌와 성취의 흔적에서 위안을 찾을 수있도록 돕는 책이다.

바흐, 헤밍웨이, 카프카, 모네, 고흐 등 위대한 예술가들의 어려움을 조명하며, 그들이 인생의 실패와 자신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준다.

대문호인 발자크는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생계영 마감 노동자'였고, 유명한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는 '하는 일마다 망하고 실패었던 실패 전문가'였으며, 엄청난 이야기꾼인 위화는 '빈둥거리고 싶어서 작가가 되고 싶었던 발치사'였다.

특히, 카프카는 낮에는 직장인으로 살고 퇴근 후에는 글을 쓰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버텨낸 사람인데, 카프카처럼 일상에서 지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볼 것을 조언한다.

예술가들의 '흑역사'를 통해 인생의 어려움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며, 이렇게 위대한 예술가들도 이렇게나 힘들었구나... 하면서 작은 위로를 얻는달까...

40.
인생을 바꾸는 첫걸음은 주도면밀한 계획이 아닐 때가많다. 오히려 오해나 우연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위화가 작가를 빈둥거리는 사람이라고 오해해 작가에 대한 욕망을 품을 수 있었듯이, 내 일이 아니면 다 편하고 근사할 거라는 착각이 때로는 필요하다. 사소한 착각이 작은 행동을 이끌고 이는 큰 그림의 첫 조각이 된다. 퍼즐이 조각을 맞추어 완성되듯이 직업적 큰 그림도 환경과 상황에 따라 수정되면 완성된다. 그러니 현재 내 일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작은 보폭으로 걷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41.
어떻게 해야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나요? 란 질문에 모든 작가의 대답은 단 하나이다. 바로 '쓰기'이다. 위화는 글쓰기는 경험과 같다고 말한다.
"혼자서 뭔가 경험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을 이해할 수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직접 써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있는지 알지 못한다."

45.
자기 분야에서 끝까지 뚜벅뚜벅 걸은 사람을 들여다보면, 약점 한가지쯤 없는 사람은 없다. 외길로 오랫동안 걸었다는 말은 그 일 때문에 생긴 부작용을 잘 극복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약점이 있더라도 약점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는 말도 된다.

48.
모네는 백내장에 절망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그 결과, 단점이 개성이 되었다. 우리는 대개 약점을 인정하지 않고 이기려고 한다. 또 인정한다고 해도 약점을 극복하지 못할 때도 많다. 모네는 백내장 환자로서 사물을 보이는 대로 그렸다. 어둡고 두꺼운 붓질은 실제 모습의 수련과 거리가 있었다. 화가가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은 분명히 치명적 단점이지만, 그 단점이 또 하나의 개성을 낳은 셈이다. 만약 모네가 좌절해서 이 시기에 그림을 그리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51.
'카프카스러운'이란 형용사가 있다. 희망 없고, 참을 수 없는 모든 상황을 일컬을 때 사용한다. 이 땅에 태어나서 살면서 카프카스런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53.
카프카는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일상을 버텨냈다. 그에게 어른의 삶이란 자기 몫의 하기 싫은 일을 해내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에게 할당된 몫만큼 어른으로 살면서 절망을 받아들이고,자신만의 방식으로 버텼다. 카프카스러운 상황에서 버티려고 퇴근 후에 '쓰는 사람'으로 살았다. 억압적인 환경에 적응하는 척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저항했다. 카프카의 본캐는 낮에는 산재보험공사 직원이었고, 퇴근하면 글을 쓰는 부캐로 살았다. 본캐와 부캐는, 그러니까 오래된 개념이었다.

59.
카프카는 기존 질서를 따르는 사람들이 겪는 내적 불편함을 주로 글로 썼다. 작품을 읽다 보면 그의 삶이 보이고, 우리의 삶도 겹친다. 나는 문득문득 쥐와 같은 마음이 된다. 바깥은 변한 것이 없는데 안에서 인식하는 방법이 변해서 괴롭다. 그레고르처럼 겉모습이 변하면 내면도 바뀔까? 벌레가 되어서도 일어나야 할 시간보다 늦게 일어나서 기차를 놓친 것을 깨닫고 다음 기차 시간을 헤어리는 것을 보면 사는 것은 원래 다 힘든 게 아닐까?
카프카의 삶과 작품에서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위안을 얻는다.

67.
헤밍웨이가 겪은 어려움은 경제적 어려움만이 아니었다. 밥은 굶어도 원고에 대한 희망으로 버텼는데 한번은 원고를 몽땅 잃어버렸다. ... 이런 상황에서 헤밍웨이가 보인 태도는 놀랍다.
그는 아내와 친구들에게 초기 작품을 잃어버린 것이 자신을 위해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참에 다시 단편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처음에는 단지 그를 위로하려고 거짓말을 했지만, 그 말을 하는 순간 그것은 진심이 되었다."

72.
일은 나의 일부일 뿐이라고 속으로 외치지만, 공식적으로 나를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일을 대하는 태도,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리고 그 시간을 견디며 얻은 것과 잃은 것 등이 나를 이룬다. 이 모든 것 뒤에는 책임감이 있다. 나에 대한 책임감, 타인에 대한 책임감.

81.
세찬 물살은 작은 물줄기가 모일 때 생긴다. 아무리 음악적 대가의 창의적 작업일지라도 말이다. 대단한 작곡으로 한 번에 눈에 띄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하루하루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다듬을 때 걸작도 만들어진다. 멋진 인생도 커다란 이벤트 한 방이 아니라 책임감으로 꾸역꾸역 자잘한 일을 해내고 일상을 꾸릴 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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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로부터 #도서협찬 받아 즐겁게 읽고 진심을 다해 서평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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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신저, 파리
패신저 편집팀 지음, 박재연 옮김 / Pensel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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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이상화된 도시로만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깨고, 오늘날의 파리를 현실적으로 탐구하는 책이다.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전형적인 여행서가 아닌, 파리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하는 문화적 에세이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파리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과 경험을 담아내며, 미디어에 많이 드러나는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파리와는 다른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책이다.

파리를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복잡한 역사와 사회적 맥락을 담고 있는 생생한 도시로 묘사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현대 파리의 이면, 특히 빈부 격차, 인종차별,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파리 사람들이 겪는 여러 갈등을 다루어 파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낭만과 현실의 격차를 느끼게 하면서도, 파리가 가진 매력과 독특함을 발견하게 한다.

파리 가고 싶다 🇫🇷

이 리뷰는 @woojoos_story 모집으로 출판사 서내 @seonaebooks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추천 #에세이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기록 #서평 #책벌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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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걷는사람 소설집 14
노현수 지음 / 걷는사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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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수의 『대리인』에는 총 7편의 단편들이 있다.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주인공들의 사정에 감정 이입하면서 읽었고, 가독성 있게 잘 쓴 글이라 슉슉 잘 읽혔다.

작품 속 사람들이 모두, 좋은 선택을 하고 그 이후의 삶이 평온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1. 대리인:
은행 감사팀에서 근무하는 윤 과장은 아주 높은 곳 까지 얽혀 있는 비리를 알게 되고 진실을 드러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고뇌와 돈, 사회적 저항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그는 옳은 선택을 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그의 삶은 어떨까....

37.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이것은 진흙탕에 빠지는 심청이와 같습니다. 아버지의 눈처럼 국민들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몸을 던집니다. 하지만 심청이는 연꽃을 타고 세상에 다시 나오지만 내부 고발자는 그냥 진흙탕에서 질척거려야 합니다.
-연꽃도 진흙탕에서 피잖아요. 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택시 문을 열었다.


2. 팝업창:
코인에 빠져버린 대학생. 여기저기 대출을 받아 코인에 투자했지만, 코인사기였다. 그런데...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너무 어렵다.
이번 한번만 넘기면 될까?
정말?

70.
나는 진심으로 혜리와 할머니를 걱정하는 척 말을 했다. 아영과 민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자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이 순간은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동아리가 해체될 수도 있었지만 내 관심 밖의 문제였다. 무엇보다 나의 잘못을 숨길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만족했다. 내 몸속에서는 스멀스멀, 하이드 활성 산소가 증식하기 시작했다.


3. 기억의 침몰:
기억과 망각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
주인공인 할아버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당신이 믿고 있는 기억은 사람들이 자꾸 틀렸다고 하고, 분명 아내가 호수에 빠졌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민국이의 10주기라고? 그런 일이?
자신의 기억 속에서 단절된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100.
기억은 힘이 세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의 감정을 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살아나 행동하게 만든다. 한 사람이, 하나의 집단이, 하나의 공동체가, 하나의 나라가 기억하면 그 힘이 진실에 닿는다.

(꼭 기억할게.....💛)


4. 상식적인, 너무나 상식적인:
학교폭력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야기의 화자가 교감 선생님, 그리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아버지, 그리고 담임선생님 이렇게 화자가 바뀌어 가며 같은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과 서로 다른 생각들을 보여준다.
모두의 입장에 다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래서... 어찌해야 할꼬... 소리가 절로 나오다가.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빠져버린 교사의 입장이 나오자 분노가 치밀었다.
하....

115.
처음에는 민우와 같이 등하교를 해줄 수 없냐고 전화가 왔었다. 조종례때문에 힘들다고 하니 그럼 범호, 동석이 민우에게 접근하는지 살펴 달라고 했다. 최대한 지켜보겠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고 얘기하니 다음날부터 문자가 시작되었다. 민우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게 무슨 교사입니까, 이십 대인 사년 차 교사가 뭘 알겠습니까, 그러니 남자 친구도 없지, 어느 순간 문자는 존대와 반말이 오가고 있었다. 넌 선생 자격이 없어, 어제 오전에 학교에서 받은 문자였다.

5. 덕봉 송종개:
16세기 조선의 여성 작가인 송덕봉(송종개)의 삶과 작품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덕봉은 미암의 아내로 살며 겪은 16세기 조선의 아녀자의 삶의 고충을 토로하고 유교적 틀을 벗어나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문학적 성취를 이루어낸 강인한 여성이다.

6. 중첩:
죽음과 투병, 심리적 정황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특징이다. 폐암에 걸린 주인공의 투병 일지와 감정이 아주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알 수 있다.

189.
의사가 말한 육개월이 어제로 끝이 났다. 육개월에서 일년 사이라고 했으니 오늘부터 다시 육개월의시작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지금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살아나면 다행인 시간대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통증이 심해졌다. 노크를 하듯 무엇인가 머리를 계속 두드렸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앞에서 뒤로 두드리는 빈도가 빨라졌고 때로는 못으로 긁는 듯한 아픔도 느껴졌다. 그런 후에는 헛구역질이 났다. 먹은 것도 없는데 허공에 대고 웩, 웩 소리를 냈다. 구역질을 할 때마다 가슴 통증이 동반되었다. 가슴이 아파구역질을 못 할 정도였다.

7. 딥페이크:
딥페이크로 인해 상처 받은 2024년의 미연과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2054년 지수의 피해 이야기,

232.
아파트 옥상이다. 처음 올라온 곳이다. 어, 파도 소리가 들린다. 나는 옥상 난간으로 걸어간다. 밑을 바라본다. 수평선이 보인다. 아빠와 같이 갔던 바다다. 파도가 백사장에 부딪힌다. 하얀 포말이 일었다 사라진다. 백사장에 아빠가 서 있다. 오라고 손짓한다. 빨리 아빠 품에 안기고 싶다. 난간 위로 올라선다. 나는 바다를 향해 뛰어내린다.

237
지수야, 저거 너잖아. 엄마는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지수도 자기라고 생각했다. 목소리도 똑같았다. 머리 모양도 지수였다. 영상을 멈추고 여자의 얼굴을 확대했다. 분명 지수가 맞았다. 콧등 위에 있는 조그만 점도 보였다.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돌려 봤다. 교실이었다. 지수가 교실에서 앉는 자리의 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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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전찬민 지음 / 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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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목을 보았을 때는 고양이 얘기라고 생각했었다.... 하하하

이 책은 고양이에 관한 책이 아니라, 도쿄에서 20년간 거주한 저자 전찬민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이다.

고양이가 평소에는 대체로 누워 있지만 가끔 우다다 달리듯, 저자 역시 대첵로 누워 있는 듯 느긋한 속도로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도쿄의 소소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일본에 유학하게 되면서 겪은 일들, 아르바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일본의 문화들, 어머니와 아버지에 얽힌 솔직한 이야기들, 남편과 어린 나이에 결혼하게 되었던 과정들,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우울함과 불안을 겪어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들...

저자는 도쿄 생활의 사소한 순간들, 인간관계의 따뜻함과 고독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담대함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워워간다.

고양이처럼, 느긋하게 누워 있다가도 필요할 때는 힘차게 달리는 그 모습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될 것 같다.

나도 일본에 가서 일본어를 배우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본의 공원을 산책하고 싶은 소망을 가졌던 사람으로써 참 재미있고, 감동을 느끼면서 읽었다.

찬민씨의 삶을 응원합니다.

"담대하자, 이번에도 그러자."




12.
"걱정이 되면 그냥 걱정만 하면 되는데, 왜 소리를 지르지?"
그러고는 심상히 페이지를 넘겼다.
불시에 들은 아이의 말에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걱정이 되었으면 그냥 걱정만 하면 될 것을, 나는 감정의 파고에 못 이겨 결국 화를 낸다. 목소리도 한껏 격앙되어 인상까지 쓴다. 안도했는데도 무작정 화를 낸다. 상대가 내 반응에 당황스러워하면 "걱정했잖아!"라 말하며 또 화를 낸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말하면 되고 슬프면 슬프다 말하면 되는데, 그대로 내보이지 못한 채허접한 천 한 장을 감정 위에 덮어두고 엉뚱한 것을 꺼내든다. 내 마음을 제대로 보이지 않아놓고 그 마음 몰라준다고 서운해한 셈이다. 그러네, 그냥 내 마음이 그랬어 하면 될 것을.

35.
담대하자는 문장을 실제로 내뱉으면 붕 떠서 갈 길을 잃었던 마음들이 그 소리에 모여든다. 모여든 마음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잃지 않았음을 알려주었고, 그럼 조급함에 시야가 어두워져 잘 보이지 않았던 소중한 것들이 선명히 드러난다. 그 순간 시련을 넘길 용기도, 기운도 난다. 우리 부부에게 '담대하자'는 요술공주의 주문인 셈이다. '뾰로롱 뿅' 같은 화려한 효과음은 없지만.


54.
우리는 지금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금방 지나가리라 믿었던 캄캄하고 길게 뻗은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멀미가 날 지경이지만, 동굴이 아니고 지나갈 터널이니 다행인 것 아니냐며 서로에게 최면을 걸어준다. 터널을 달리다보면 희미한 비이 섯히 강렬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럼 숨 한번 내뱉는 사이에 터널을 빠져나오게 된다.
통과한 후, 기대하던 풍경과 사뭇 다른 곳에 다다른 적도 있지만 새로운 이정표를 보며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으니 터널 끝이 어떤 곳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 나올 출구를 향해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63.
크고 작을 뿐이지 이곳은 매일 흔들린다. 지진이 잠잠하다 싶으면 산사태와 태풍이 밀려와 쓸고 간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지는 광경이 상처가 아물 틈도 없이 일어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어도 닥쳐오는 죽음, 인생의 허무함이 이곳에 사는 모두의 내면에 깔려 있다. 타인에게 피해 주는 것을 가장 무례하다 여깁면서도 정반대로 나밖에 없는 사고방식이 공존하는 이유가 그 때문일 거다. 삶은 공허하지만 주저앉을 순 없으니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는 게 최선이라고 나름의 답을 찾은 게 아닐까.

107.
마음이 멈춘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연스러운 것. 그러니 좋았던 시절을 부정하지 말 것.
마지막 인사는 꼭 하고 돌아설 것.

113.
나이를 먹으니 절로 이해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나이든 사람도 제 속이 시끄러우면 다 귀찮아져서 아이같이 자신만 생각하게 된다는 거다. 지난날의 말과 행동, 당시에는 진심이었던 각종 약속과 그로 인한 책임을 다 저버리고 그저 편하게만 지내고 싶은 비겁함은 어쩌면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큰 유혹으로 다가온다. 그 의무와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미성숙할지라돟 어른이 더 절감하니까.

177.
어른이 되면서 책임은 많아졌고, 시간을 통으로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없어 더딜 뿐이지 항상 분주히 노력했다. 물건으로 채워보려고도 했고 사람으로 채워보려고도 해봤다. 물건은 딱 세시간짜리 위로였고, 보통의 사람은 타인을 위로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못한 존재였다. 결국 내 불안의 원인은 내가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찾아야 하는 숙제였다.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 애가 있다면 내가 위로해주고, 숨기고 있던 욕망이 있다면 내가 응원해주면 된다.

192.
백발의 선생님은 나를 빤히 쳐다보다 말을 이었다.
"시호 짱 엄마도 이제는 알겠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환경은 없어요. 부족한 환경도 있고 욕심이 더 커지는 환경도 있죠. 늘 최선을 선택했다고 스스로 믿어야 해요. 엄마가 최선이었다고 여겨야 아이들도 부모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의 환경에서 살고 있다 믿거든요. 그 믿음이 아이들을 부족함 없이 크게 해줄거예요.
우선 가장 밝은 얼굴로 바이바이 하고 헤어집시다. 절대 돌아보지 말아요! 아이가 울어도 엄마는 웃어요! 그래야 아이도 슬프지 않아요.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데리러 와줘요. 실제로 아이 만날 생각에 기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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