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전찬민 지음 / 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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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목을 보았을 때는 고양이 얘기라고 생각했었다.... 하하하

이 책은 고양이에 관한 책이 아니라, 도쿄에서 20년간 거주한 저자 전찬민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이다.

고양이가 평소에는 대체로 누워 있지만 가끔 우다다 달리듯, 저자 역시 대첵로 누워 있는 듯 느긋한 속도로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도쿄의 소소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일본에 유학하게 되면서 겪은 일들, 아르바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일본의 문화들, 어머니와 아버지에 얽힌 솔직한 이야기들, 남편과 어린 나이에 결혼하게 되었던 과정들,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우울함과 불안을 겪어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들...

저자는 도쿄 생활의 사소한 순간들, 인간관계의 따뜻함과 고독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담대함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워워간다.

고양이처럼, 느긋하게 누워 있다가도 필요할 때는 힘차게 달리는 그 모습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될 것 같다.

나도 일본에 가서 일본어를 배우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본의 공원을 산책하고 싶은 소망을 가졌던 사람으로써 참 재미있고, 감동을 느끼면서 읽었다.

찬민씨의 삶을 응원합니다.

"담대하자, 이번에도 그러자."




12.
"걱정이 되면 그냥 걱정만 하면 되는데, 왜 소리를 지르지?"
그러고는 심상히 페이지를 넘겼다.
불시에 들은 아이의 말에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걱정이 되었으면 그냥 걱정만 하면 될 것을, 나는 감정의 파고에 못 이겨 결국 화를 낸다. 목소리도 한껏 격앙되어 인상까지 쓴다. 안도했는데도 무작정 화를 낸다. 상대가 내 반응에 당황스러워하면 "걱정했잖아!"라 말하며 또 화를 낸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말하면 되고 슬프면 슬프다 말하면 되는데, 그대로 내보이지 못한 채허접한 천 한 장을 감정 위에 덮어두고 엉뚱한 것을 꺼내든다. 내 마음을 제대로 보이지 않아놓고 그 마음 몰라준다고 서운해한 셈이다. 그러네, 그냥 내 마음이 그랬어 하면 될 것을.

35.
담대하자는 문장을 실제로 내뱉으면 붕 떠서 갈 길을 잃었던 마음들이 그 소리에 모여든다. 모여든 마음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잃지 않았음을 알려주었고, 그럼 조급함에 시야가 어두워져 잘 보이지 않았던 소중한 것들이 선명히 드러난다. 그 순간 시련을 넘길 용기도, 기운도 난다. 우리 부부에게 '담대하자'는 요술공주의 주문인 셈이다. '뾰로롱 뿅' 같은 화려한 효과음은 없지만.


54.
우리는 지금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금방 지나가리라 믿었던 캄캄하고 길게 뻗은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멀미가 날 지경이지만, 동굴이 아니고 지나갈 터널이니 다행인 것 아니냐며 서로에게 최면을 걸어준다. 터널을 달리다보면 희미한 비이 섯히 강렬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럼 숨 한번 내뱉는 사이에 터널을 빠져나오게 된다.
통과한 후, 기대하던 풍경과 사뭇 다른 곳에 다다른 적도 있지만 새로운 이정표를 보며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으니 터널 끝이 어떤 곳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 나올 출구를 향해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63.
크고 작을 뿐이지 이곳은 매일 흔들린다. 지진이 잠잠하다 싶으면 산사태와 태풍이 밀려와 쓸고 간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지는 광경이 상처가 아물 틈도 없이 일어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어도 닥쳐오는 죽음, 인생의 허무함이 이곳에 사는 모두의 내면에 깔려 있다. 타인에게 피해 주는 것을 가장 무례하다 여깁면서도 정반대로 나밖에 없는 사고방식이 공존하는 이유가 그 때문일 거다. 삶은 공허하지만 주저앉을 순 없으니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는 게 최선이라고 나름의 답을 찾은 게 아닐까.

107.
마음이 멈춘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연스러운 것. 그러니 좋았던 시절을 부정하지 말 것.
마지막 인사는 꼭 하고 돌아설 것.

113.
나이를 먹으니 절로 이해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나이든 사람도 제 속이 시끄러우면 다 귀찮아져서 아이같이 자신만 생각하게 된다는 거다. 지난날의 말과 행동, 당시에는 진심이었던 각종 약속과 그로 인한 책임을 다 저버리고 그저 편하게만 지내고 싶은 비겁함은 어쩌면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큰 유혹으로 다가온다. 그 의무와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미성숙할지라돟 어른이 더 절감하니까.

177.
어른이 되면서 책임은 많아졌고, 시간을 통으로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없어 더딜 뿐이지 항상 분주히 노력했다. 물건으로 채워보려고도 했고 사람으로 채워보려고도 해봤다. 물건은 딱 세시간짜리 위로였고, 보통의 사람은 타인을 위로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못한 존재였다. 결국 내 불안의 원인은 내가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찾아야 하는 숙제였다.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 애가 있다면 내가 위로해주고, 숨기고 있던 욕망이 있다면 내가 응원해주면 된다.

192.
백발의 선생님은 나를 빤히 쳐다보다 말을 이었다.
"시호 짱 엄마도 이제는 알겠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환경은 없어요. 부족한 환경도 있고 욕심이 더 커지는 환경도 있죠. 늘 최선을 선택했다고 스스로 믿어야 해요. 엄마가 최선이었다고 여겨야 아이들도 부모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의 환경에서 살고 있다 믿거든요. 그 믿음이 아이들을 부족함 없이 크게 해줄거예요.
우선 가장 밝은 얼굴로 바이바이 하고 헤어집시다. 절대 돌아보지 말아요! 아이가 울어도 엄마는 웃어요! 그래야 아이도 슬프지 않아요.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데리러 와줘요. 실제로 아이 만날 생각에 기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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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와의 티타임 - 정소연 소설집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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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와의 티타임』은 멀티버스, 시공간의 불일치 같은 SF적 설정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기는 단편 소설집이다.

2015년에 출간된 옆집의 영희 씨의 복간과 더불어 새롭게 수록된 신작 단편들이 함께 구성된 책으로, 총 14편의 단편 소설을 담고 있다.


‘앨리스와의 티타임’은 다양한 세계에서 서로 다른 ‘팁트리’를 만나는 이야기로, SF와 철학적 질문이 맞물린 흥미로운 작품이다.

특히, 멀티버스에서 서로 다른 버전의 인물들을 만나는 설정은 세계와나에 대한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이 책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SF의 틀 안에서 다루고 있다.

‘옆집의 영희 씨’는 외계인과의 공존을 다루며 편견과 두려움 속에서도 잔잔한 우정을 그리며 따뜻한 감성을 전하고,

'비거스렁이’에서는 청소년의 정체성 문제를 다중우주적 설정으로 풀어내며, 성장 과정에서 겪는 고립감과 자아 탐색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출판사 이름처럼, 그리고 책 이름처럼
래빗홀로 빨려들어가 모자장수와 색다른 존재들과 티타임하는 느낌을 주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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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좋은느낌이면 좋겠어 - 삶은 수많은 좋은느낌들로 매일 조금씩 더 견고해진다
김민철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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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들이 참여한 이 책이 나오자마자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어떻게 또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너무 행복...

근데, 책을 받기 전까지는 정말 '좋은 느낌'이 그 '좋은 느낌'인지 몰랐다는 사실

✒️ 들어가는 말:
25년간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순우리말 여성용품 '좋은 느낌',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에 편안케 하고자 만든 '한글'.

둘 다,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자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쓰는 이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일상과 일생 속에 깊이 스며들어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느낌은 한글과 참 닮아 있고, 앞으로도 더 닮아가고 싶습니다.



"당신의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좋은 느낌은 무엇인가요?



✒️
김민철,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 다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언어로 그린 매일의 좋은 느낌에 대한 단상을 담은 책입니다.

순 우리말 브랜드인 '좋은 느낌'이 한글날을 맞아 진행한 프로젝트라고 해요.


✒️
다섯 명의, 아름다운 여성 작가(김민철,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가 일상에서 느낀 작은 기쁨과 따뜻함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삶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을 ‘좋은 느낌’이라는 주제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일상 속 작은 행복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우치게 해주죠.

각 글들은 각 작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좋음’과 ‘선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기쁨과 자아 탐색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따뜻한 책입니다.



✒️ 사소한 것들로 단단하게 _ 김민철

아주 오래 고심해서 나만의 My favorite things를 써본다. 여기에 적힌 것들을 읽으며 나는 안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버드나무의 연둣빛이 봄마다 나를 위로하고, 창에 비치는 새의 그림자를 찍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기다린 적이 많다는 사실에. 그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일부러 최대한 어긋나는 화음을 넣는 걸 그도 난도 좋아한다는 사실에. 비싼 술이 아니라 동네 허름한 호프집에서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를 여전히 제일 좋아한다는 사실에. 추위를 좋아하지만, 이제는 추울 때 신는 털신을 더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나에게도 애착 담요가 있고, 그 담요가 앞으로의 겨울에도 내 곁에 있을 거라는 사실에. 누군가에게는 '겨우' 일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게는 '무려' 좋음이 되어 있고, 그 사실에 나는 단단히 만족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 정도가 딱 적당한 살람이라 다행이다.



✒️ 좋고도 나쁜, 나쁘고도 좋은 _ 김민철

결국 나의 최선은 이것이다. 우연히 나의 환경이 된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들을 배우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서 나에게 좋은 순간을 구축한 것처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장점을 모아서 나를 구축하려고 애쓰는 것. 물론 100퍼센트 닮고 싶은 누군가를 따라가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그 사람의 장점이 나의 장점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니까. 누군가의 크나큰 장점도 나에게 맞아야 나의 일부로 이식된다. 장식이 아니라 이식. 남들의 좋아 보이는 점을 억지로 가져다가 나를 꾸며봤자 남의 깃털로 덕지덕지 장식한 우스꽝스러운 새가 될 뿐이니까.

동시에 매번 생각하려 애쓴다. 나에게 좋음이 누군가에게는 나쁨이 될 수 있고, 누군가의 나쁨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포근한 좋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 한 뼘의 좋음을 늘리기 위해 _ 김민철

세상에 이토록 선이 부족한데, 위선이 왜 나빠요? 그렇게라도 선이 많아져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제발 다들 위선이라도 좀 부리며 살았으면 좋겠어.



✒️ 인간 진화의 장바구니론 _ 김하나

인류 문명이 태동할 때 그 중심에 창과 칼 대신 바구니와 그릇이 있었다는 인식은 내게 무엇보다도 큰 안도감을 주었다. 매일같이 잔학하고 파괴적인 뉴스들을 접하며 느끼게 되는 '인류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존재일지도 모른다'라는 일종의 자기혐오감도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종교적 상징이 사람의 마음을 집중시키듯, 이 인류 태초의 바구니와 그릇들을 상상하면 나의 정신세계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늘어서는 것만 같았다.



✒️ 기억을 애도하기 _ 하미나

미식 문화도 없고 패션 감각도 떨어지는 등 정교한 아름다움을 차근차근 구축하는 데에는 별 흥미가 없는 도시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껴지는 에너지가 있어요. 매일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고, 화장을 하지 않고 살아가니 그렇게 아껴지는 일상적 에너지를 읽거나 쓰는 데에 쓸 수 있어 좋습니다.



✒️ 축하하고 만끽하기 _ 하미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영어식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얻은 영어 이름을 그대로 쓰는 건데, 뿌리를 간직한 이름을 잃은 거죠. 타인에 의해 너무 많은 규칙을 강요당한 채로 살다 보면 어떻게 되냐면요. 자신 안의 주체성, 혹은 자율성을 잃게 돼요.



✒️ 전세를 역전하다 _ 홍인혜

그 느낌이 정말로, 정말로 좋았다. 인간의 '좋음'을 수치화해서 순위를 매긴다면 내 인생 최고의 열락이었다. 그 좋은 느낌의 근원에는 내 삶의 키를 드디어 내가 틀어쥐었다는 주체적인 감각이 있었다.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는 일을 스스로 돌파해 삶의 주권을 되찾아왔다는 감각. 모랄 해저드 집주인이나 지엄한 법의 처분에 인생을 맡길 필요가 없다는 독자력.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다는 희열.
마침내 나만이 나를 통솔하고 지휘하고 거역하고 배반할 수 있었다. 내 사적인 우주의 황제는 나였다.


✒️ 왕국을 재건하다 _ 홍인혜

나는 오늘의 삶이 행복하다. 내 힘으로 꾸며진 이 공간, 소금 한 톨까지 내가 장악하는 이 우주가 소중하다. 부모님이 구축한 공간은 편안했으나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가족을 사랑하고 그들의 안녕을 위해서 많은 것을 감당할 수 있었으나, 그것은 견디는 일이었지 즐길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거처는 오직 좋음으로 가득하다. 창문만 열어도 재밌고, 화분에 물을 줘도 신나고, 청소기를 돌려도 흥겹다. 이 영토는 내가 마련했기 때문이다. 순전히 내 힘과 내 의지로. 나는 삶의 진득한 의무감과 잠자리를 뒤숭숭하게 하는 죄책감에서 놓여나 나를 다시 움켜쥐었다. 이 좋은 느낌, 이 황홀한 느낌, 이 완벽한 느낌.



✒️ 100살 _ 황선우

"아, 아몬드 드시다가 이 깨져서 많이들 오세요."
게장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충격적이었다. 한 번도 이렇게 조심스럽게 살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은 다채로운 풍미로 가득 차 있으며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곳 아니었나?
...

내가 스스로에게서 좋아해온 부분, 긍지를 느껴온 나의 본질 가운데 젊음의 특질이라 부를 만한 것들을 떼어 낸 다음에는 무엇이 남을까? 기꺼이 받아들이고 나를 변화시켜보려는 적극성과 유연성, 활력과 생기, 귀찮지만 재미있는 일들을 마다하지 않는 개방성, 강하고 단다한 신체와 그 몸이 가진 체력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 꺾이지 않고 시도하는 장난과 농담, 순발력과 총기, 새로운 영역에 대한 호기심,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독립심, 내 업무 분야에서 일을 효율적으로 장악하고 해내는 유능함...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이런 것들을 점점 잃어가는 시간이라면? 그럼에도 나는 나 자신을 여전히 좋아할 수 있을까?



✒️ 다시 100살 _ 황선우

몇 개의 이는 더 잃어도 삶을 향한 호기심은 잃지 않기를, 임플란트가 점점 저렴해지는 것처럼 세상에 더 나아지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많이 겪어본 뒤에도 쌀쌀한 태도로 비웃기보다는 작은 우연들을 기대하는 사람이기를. 그때 주름을 깊이 만들며 크게 웃을 수 있기를. 내가 주목받는 대신 누군가를 기꺼이 칭찬할 수 있는 아량과, 아직 삶에 적응 중인 젊은이들이 세상에 잘 초대받은 손님처럼 느끼도록 대할 수 있는 친절함을 소망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 뒤에 얼마나 힘들겠냐는 이해와 포용이 달라붙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가진 것들이 사라졌을 때도 마지막까지 줄지 않는 관대함은 지니기를 원한다.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어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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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하시겠습니까 - 펫로스를 이겨내는 유기견과의 행복 일상
김효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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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하시겠습니까』 / 김효진 / 미다스북스

✒️
반려강아지, 반려구피, 반려달팽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
반려견과 함께한 저자의 일상과 그 안에서 얻은 사랑, 이별,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10년간 함께했던 반려견 미키와의 이별 후 느낀 슬픔을 유기견 봉사활동을 통해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새로운 반려견 순무와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사랑과 행복을 찾아간다.

그저 반려견과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려동물을 돌보는 데 필요한 전문적인 정보도 주는 책이다. 특히 요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유기견 입양에 대해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인 팁과 경험을 공유하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책임과 헌신의 여정이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저자가 펫로스 증후군을 겪었기에,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으로, 반려동물과의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기며 치유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려견 미키와의 이별 후 흑백처럼 느껴졌던 삶이, 다시 한 번 색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저자가 느낀 감정들이 많이 감동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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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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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영문학도인데, 당대 최고의 에세이스트라는 '윌리엄 해즐릿'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읽고 싶었다.



✒️윌리엄 해즐릿은 누구?

윌리엄 해즐릿은 당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에세이스트였다. 자유사상가이자 이단아였고, 반체제 운동의 열렬한 옹호자였다. (그런 견해를 갖는 것이 위험한 시대였다.)

해즐릿은 놀라운 분량의 문학 비평과 인간사에 대한 에세이를 남겼으며 그가 규정한 문학 비평론은 월터 페이터와 토머스 칼라일은 물론 현대 비평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적극적인 지식인이었던 해즐릿은 문학 비평 이전에 정치와 사회 문제를 보도하고 해설하는 일을 했다.



✒️간단한 약력

1778년. 영국 메이드스톤에서 급진적인 유니테리언 목사의둘째 아들로 태어남.

1793년. 런던의 해크니 뉴칼리지에 들어간 해즐릿은 급진적 사상가들과 친분을 맺음. 몇년동안 초상화 화가로 경력을 쌓고, 철학서 '인간 행동론'을 발표함.

1812년. '모닝 크로니컬'의 의회 출입 기자로 일하기 시작. 에세이스트로서, 문학과 미술, 연극 비평가로서 활약함. 보수주의자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됨.

1830년. 사회에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죽을 때까지 조금도 굽히지 않음. 런던 소호의 허름한 하숙집에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남.



✒️They say...

버지니아 울프는 윌리엄 해즐릿의 에세이를 극찬하면서도 '최고 중의 최고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했는데, 나는 해즐릿의 에세이가 최고 중의 최고 레벨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 장강명

탁월한 지성의 소유자.
말이 필요 없는 당대 최고의 에세이스트
- 버지니아 울프

해즐릿의 글은 생생하고 상쾌하고 강력하다
- 서머싯 몸

해즐릿과 견줄 만한 비평가는 존 러스킨과 새뮤얼 존슨 밖에 없다.
- 해럴드 블룸

오늘날 우리는 해즐릿처럼 쓰지 못한다.
- 로버트 루이 스티븐슨



해즐릿이 쓴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는 인간 감정의 복잡성을 탐구한 작품으로, 해즐릿은 혐오가 개인에게 일종의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이 에세이는 인간의 독립성과 자기 판단을 드러내는 도구로 혐오를 묘사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불일치가 오히려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 글에서 해즐릿은 혐오가 단순한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혐오가 억제된 사회적 기대에 대한 반발이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하지만, 과도한 혐오가 인간성을 잃게 하고 폭력과 잔인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38.
인간의 본성은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반감들로 이루어져 있는 듯 하다. 혐오할 게 없으면 생각과 행동의 원천마저 잃어버릴 것 같다. 삐걱거리는 이해관계, 제멋대로인 열정으로 계속 파문을 일으키지 않으면 삶은 고인물이 될 것이다.

39.
인간은 순수한 선에 금방 싫즐을 내고 변화와 활기를 원한다. 고통은 씁쓸하면서도 달콤하며, 이 맛은 물리지 않는다. 사랑은 조금만 탐닉해도 무관심이나 역겨움으로 변한다. 혐오만이 죽지 않는다. 어디를 가나 이 원칙이 작용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짐슴들은 무자비하게 서로를 물어뜯는다. 어린아이들은 재미로 파리를 죽인다. 모든 사람들이 사고와 범죄에 관한 신문 기사를 최고의 잡담거리로 삼는다. 불이 나면 온 마을 사람들이 현장으로 달려가 구경한다. 그들은 화재가 진압되어도 결코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불을 꺼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불이 꺼지면 재미가 식는 것이다. 감정은 이해보다는 열정과 한 편이다. 사람들은 비극적 사건을 목격하는 일이라면 열정적으로 떼지어 모인다.

40.
우리는 유령과 마녀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버리기를 얼마나 싫어했던가. 사람들은 죽을 듯이 무서움을 타고 싶어서 유령이 필요했고, 박해하기를 좋아해서 마녀가 필요했다. 우리가 열망하는 것은 흥분의 질보다는 양이다.

44.
혐오의 즐거움은 종교의 심장을 먹어들어가 원한과 광신으로 가득 채운다. 그것은 애국심을 구실로 다른 나라를 불바다로 만들고 역병을 퍼뜨리고 기아를 낳는다. 혐오의 즐거움이 덕목으로 남기는 것은 흠잡기 좋아하는 성향, 남들의 행동과 동기를 시기하고 꼬치꼬치 파고들 듯 감시하는 편협한 태도 뿐이다.

52.
우리는 좋아하는 책도 시간이 좀 지나면 싫어하게 된다. 같은 책을 언제까지고 재독할 수는 없다. 뮤즈와 결혼하더라도 밀월은 끝날 수 밖에 없고, 그러고나면 증오까지는 아니어도 무관심이 뒤따른다.

59.
우리는 개인 생활에서 득세하는 위선과 노예 근성, 이기심, 후안무치와 충돌할 때 겸양은 위축되고 가치가 짓밟히는 것을 보지 않는가? 장미꽃 같은 정숙한 여자가 얼마나 자주 매춘부로 만들어지는가! 진정한 열정이 성공할 가망이 있을까? 그 성공은 확실하게 지속될까? 나처럼 이 모든 것을 보고, 인생의 직물을 풀어 비열함과 악의, 비겁함, 감정의 결핍, 이해의 결핍, 타인에 대한 무관심, 자신에 대한 무지라는 다양한 실로 구분하고, 관습이 모든 우수성을 압도하고 악행에 길을 내주는 것을 보고서, 타인을 내 관점에서 평가하되 잘못해서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품은 희망이 와오되었어도, 우정에 속는 얼간이이자 사랑에 우롱당하는 바보인 내가 가장 의지하던 것에 낙담했다면, 이것이야말로 나 자신을 혐오하고 경멸할 이유가 되지 않을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세상을 충분히 혐오하고 경멸하지 않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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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 받아 즐겁게 읽고 진심을 담아 #서평 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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