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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ㅣ 걷는사람 소설집 14
노현수 지음 / 걷는사람 / 2024년 9월
평점 :
노현수의 『대리인』에는 총 7편의 단편들이 있다.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주인공들의 사정에 감정 이입하면서 읽었고, 가독성 있게 잘 쓴 글이라 슉슉 잘 읽혔다.
작품 속 사람들이 모두, 좋은 선택을 하고 그 이후의 삶이 평온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1. 대리인:
은행 감사팀에서 근무하는 윤 과장은 아주 높은 곳 까지 얽혀 있는 비리를 알게 되고 진실을 드러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고뇌와 돈, 사회적 저항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그는 옳은 선택을 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그의 삶은 어떨까....
37.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이것은 진흙탕에 빠지는 심청이와 같습니다. 아버지의 눈처럼 국민들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몸을 던집니다. 하지만 심청이는 연꽃을 타고 세상에 다시 나오지만 내부 고발자는 그냥 진흙탕에서 질척거려야 합니다.
-연꽃도 진흙탕에서 피잖아요. 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택시 문을 열었다.
2. 팝업창:
코인에 빠져버린 대학생. 여기저기 대출을 받아 코인에 투자했지만, 코인사기였다. 그런데...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너무 어렵다.
이번 한번만 넘기면 될까?
정말?
70.
나는 진심으로 혜리와 할머니를 걱정하는 척 말을 했다. 아영과 민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자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이 순간은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동아리가 해체될 수도 있었지만 내 관심 밖의 문제였다. 무엇보다 나의 잘못을 숨길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만족했다. 내 몸속에서는 스멀스멀, 하이드 활성 산소가 증식하기 시작했다.
3. 기억의 침몰:
기억과 망각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
주인공인 할아버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당신이 믿고 있는 기억은 사람들이 자꾸 틀렸다고 하고, 분명 아내가 호수에 빠졌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민국이의 10주기라고? 그런 일이?
자신의 기억 속에서 단절된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100.
기억은 힘이 세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의 감정을 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살아나 행동하게 만든다. 한 사람이, 하나의 집단이, 하나의 공동체가, 하나의 나라가 기억하면 그 힘이 진실에 닿는다.
(꼭 기억할게.....💛)
4. 상식적인, 너무나 상식적인:
학교폭력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야기의 화자가 교감 선생님, 그리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아버지, 그리고 담임선생님 이렇게 화자가 바뀌어 가며 같은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과 서로 다른 생각들을 보여준다.
모두의 입장에 다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래서... 어찌해야 할꼬... 소리가 절로 나오다가.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빠져버린 교사의 입장이 나오자 분노가 치밀었다.
하....
115.
처음에는 민우와 같이 등하교를 해줄 수 없냐고 전화가 왔었다. 조종례때문에 힘들다고 하니 그럼 범호, 동석이 민우에게 접근하는지 살펴 달라고 했다. 최대한 지켜보겠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고 얘기하니 다음날부터 문자가 시작되었다. 민우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게 무슨 교사입니까, 이십 대인 사년 차 교사가 뭘 알겠습니까, 그러니 남자 친구도 없지, 어느 순간 문자는 존대와 반말이 오가고 있었다. 넌 선생 자격이 없어, 어제 오전에 학교에서 받은 문자였다.
5. 덕봉 송종개:
16세기 조선의 여성 작가인 송덕봉(송종개)의 삶과 작품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덕봉은 미암의 아내로 살며 겪은 16세기 조선의 아녀자의 삶의 고충을 토로하고 유교적 틀을 벗어나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문학적 성취를 이루어낸 강인한 여성이다.
6. 중첩:
죽음과 투병, 심리적 정황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특징이다. 폐암에 걸린 주인공의 투병 일지와 감정이 아주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알 수 있다.
189.
의사가 말한 육개월이 어제로 끝이 났다. 육개월에서 일년 사이라고 했으니 오늘부터 다시 육개월의시작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지금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살아나면 다행인 시간대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통증이 심해졌다. 노크를 하듯 무엇인가 머리를 계속 두드렸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앞에서 뒤로 두드리는 빈도가 빨라졌고 때로는 못으로 긁는 듯한 아픔도 느껴졌다. 그런 후에는 헛구역질이 났다. 먹은 것도 없는데 허공에 대고 웩, 웩 소리를 냈다. 구역질을 할 때마다 가슴 통증이 동반되었다. 가슴이 아파구역질을 못 할 정도였다.
7. 딥페이크:
딥페이크로 인해 상처 받은 2024년의 미연과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2054년 지수의 피해 이야기,
232.
아파트 옥상이다. 처음 올라온 곳이다. 어, 파도 소리가 들린다. 나는 옥상 난간으로 걸어간다. 밑을 바라본다. 수평선이 보인다. 아빠와 같이 갔던 바다다. 파도가 백사장에 부딪힌다. 하얀 포말이 일었다 사라진다. 백사장에 아빠가 서 있다. 오라고 손짓한다. 빨리 아빠 품에 안기고 싶다. 난간 위로 올라선다. 나는 바다를 향해 뛰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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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야, 저거 너잖아. 엄마는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지수도 자기라고 생각했다. 목소리도 똑같았다. 머리 모양도 지수였다. 영상을 멈추고 여자의 얼굴을 확대했다. 분명 지수가 맞았다. 콧등 위에 있는 조그만 점도 보였다.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돌려 봤다. 교실이었다. 지수가 교실에서 앉는 자리의 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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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로부터 #도서협찬 받아 즐겁게 읽고 진심을 다해 #서평 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