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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좋은느낌이면 좋겠어 - 삶은 수많은 좋은느낌들로 매일 조금씩 더 견고해진다
김민철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들이 참여한 이 책이 나오자마자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어떻게 또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너무 행복...
근데, 책을 받기 전까지는 정말 '좋은 느낌'이 그 '좋은 느낌'인지 몰랐다는 사실
✒️ 들어가는 말:
25년간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순우리말 여성용품 '좋은 느낌',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에 편안케 하고자 만든 '한글'.
둘 다,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자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쓰는 이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일상과 일생 속에 깊이 스며들어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느낌은 한글과 참 닮아 있고, 앞으로도 더 닮아가고 싶습니다.
"당신의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좋은 느낌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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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 다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언어로 그린 매일의 좋은 느낌에 대한 단상을 담은 책입니다.
순 우리말 브랜드인 '좋은 느낌'이 한글날을 맞아 진행한 프로젝트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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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아름다운 여성 작가(김민철,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가 일상에서 느낀 작은 기쁨과 따뜻함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삶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을 ‘좋은 느낌’이라는 주제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일상 속 작은 행복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우치게 해주죠.
각 글들은 각 작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좋음’과 ‘선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기쁨과 자아 탐색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따뜻한 책입니다.
✒️ 사소한 것들로 단단하게 _ 김민철
아주 오래 고심해서 나만의 My favorite things를 써본다. 여기에 적힌 것들을 읽으며 나는 안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버드나무의 연둣빛이 봄마다 나를 위로하고, 창에 비치는 새의 그림자를 찍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기다린 적이 많다는 사실에. 그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일부러 최대한 어긋나는 화음을 넣는 걸 그도 난도 좋아한다는 사실에. 비싼 술이 아니라 동네 허름한 호프집에서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를 여전히 제일 좋아한다는 사실에. 추위를 좋아하지만, 이제는 추울 때 신는 털신을 더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나에게도 애착 담요가 있고, 그 담요가 앞으로의 겨울에도 내 곁에 있을 거라는 사실에. 누군가에게는 '겨우' 일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게는 '무려' 좋음이 되어 있고, 그 사실에 나는 단단히 만족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 정도가 딱 적당한 살람이라 다행이다.
✒️ 좋고도 나쁜, 나쁘고도 좋은 _ 김민철
결국 나의 최선은 이것이다. 우연히 나의 환경이 된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들을 배우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서 나에게 좋은 순간을 구축한 것처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장점을 모아서 나를 구축하려고 애쓰는 것. 물론 100퍼센트 닮고 싶은 누군가를 따라가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그 사람의 장점이 나의 장점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니까. 누군가의 크나큰 장점도 나에게 맞아야 나의 일부로 이식된다. 장식이 아니라 이식. 남들의 좋아 보이는 점을 억지로 가져다가 나를 꾸며봤자 남의 깃털로 덕지덕지 장식한 우스꽝스러운 새가 될 뿐이니까.
동시에 매번 생각하려 애쓴다. 나에게 좋음이 누군가에게는 나쁨이 될 수 있고, 누군가의 나쁨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포근한 좋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 한 뼘의 좋음을 늘리기 위해 _ 김민철
세상에 이토록 선이 부족한데, 위선이 왜 나빠요? 그렇게라도 선이 많아져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제발 다들 위선이라도 좀 부리며 살았으면 좋겠어.
✒️ 인간 진화의 장바구니론 _ 김하나
인류 문명이 태동할 때 그 중심에 창과 칼 대신 바구니와 그릇이 있었다는 인식은 내게 무엇보다도 큰 안도감을 주었다. 매일같이 잔학하고 파괴적인 뉴스들을 접하며 느끼게 되는 '인류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존재일지도 모른다'라는 일종의 자기혐오감도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종교적 상징이 사람의 마음을 집중시키듯, 이 인류 태초의 바구니와 그릇들을 상상하면 나의 정신세계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늘어서는 것만 같았다.
✒️ 기억을 애도하기 _ 하미나
미식 문화도 없고 패션 감각도 떨어지는 등 정교한 아름다움을 차근차근 구축하는 데에는 별 흥미가 없는 도시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껴지는 에너지가 있어요. 매일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고, 화장을 하지 않고 살아가니 그렇게 아껴지는 일상적 에너지를 읽거나 쓰는 데에 쓸 수 있어 좋습니다.
✒️ 축하하고 만끽하기 _ 하미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영어식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얻은 영어 이름을 그대로 쓰는 건데, 뿌리를 간직한 이름을 잃은 거죠. 타인에 의해 너무 많은 규칙을 강요당한 채로 살다 보면 어떻게 되냐면요. 자신 안의 주체성, 혹은 자율성을 잃게 돼요.
✒️ 전세를 역전하다 _ 홍인혜
그 느낌이 정말로, 정말로 좋았다. 인간의 '좋음'을 수치화해서 순위를 매긴다면 내 인생 최고의 열락이었다. 그 좋은 느낌의 근원에는 내 삶의 키를 드디어 내가 틀어쥐었다는 주체적인 감각이 있었다.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는 일을 스스로 돌파해 삶의 주권을 되찾아왔다는 감각. 모랄 해저드 집주인이나 지엄한 법의 처분에 인생을 맡길 필요가 없다는 독자력.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다는 희열.
마침내 나만이 나를 통솔하고 지휘하고 거역하고 배반할 수 있었다. 내 사적인 우주의 황제는 나였다.
✒️ 왕국을 재건하다 _ 홍인혜
나는 오늘의 삶이 행복하다. 내 힘으로 꾸며진 이 공간, 소금 한 톨까지 내가 장악하는 이 우주가 소중하다. 부모님이 구축한 공간은 편안했으나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가족을 사랑하고 그들의 안녕을 위해서 많은 것을 감당할 수 있었으나, 그것은 견디는 일이었지 즐길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거처는 오직 좋음으로 가득하다. 창문만 열어도 재밌고, 화분에 물을 줘도 신나고, 청소기를 돌려도 흥겹다. 이 영토는 내가 마련했기 때문이다. 순전히 내 힘과 내 의지로. 나는 삶의 진득한 의무감과 잠자리를 뒤숭숭하게 하는 죄책감에서 놓여나 나를 다시 움켜쥐었다. 이 좋은 느낌, 이 황홀한 느낌, 이 완벽한 느낌.
✒️ 100살 _ 황선우
"아, 아몬드 드시다가 이 깨져서 많이들 오세요."
게장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충격적이었다. 한 번도 이렇게 조심스럽게 살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은 다채로운 풍미로 가득 차 있으며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곳 아니었나?
...
내가 스스로에게서 좋아해온 부분, 긍지를 느껴온 나의 본질 가운데 젊음의 특질이라 부를 만한 것들을 떼어 낸 다음에는 무엇이 남을까? 기꺼이 받아들이고 나를 변화시켜보려는 적극성과 유연성, 활력과 생기, 귀찮지만 재미있는 일들을 마다하지 않는 개방성, 강하고 단다한 신체와 그 몸이 가진 체력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 꺾이지 않고 시도하는 장난과 농담, 순발력과 총기, 새로운 영역에 대한 호기심,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독립심, 내 업무 분야에서 일을 효율적으로 장악하고 해내는 유능함...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이런 것들을 점점 잃어가는 시간이라면? 그럼에도 나는 나 자신을 여전히 좋아할 수 있을까?
✒️ 다시 100살 _ 황선우
몇 개의 이는 더 잃어도 삶을 향한 호기심은 잃지 않기를, 임플란트가 점점 저렴해지는 것처럼 세상에 더 나아지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많이 겪어본 뒤에도 쌀쌀한 태도로 비웃기보다는 작은 우연들을 기대하는 사람이기를. 그때 주름을 깊이 만들며 크게 웃을 수 있기를. 내가 주목받는 대신 누군가를 기꺼이 칭찬할 수 있는 아량과, 아직 삶에 적응 중인 젊은이들이 세상에 잘 초대받은 손님처럼 느끼도록 대할 수 있는 친절함을 소망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 뒤에 얼마나 힘들겠냐는 이해와 포용이 달라붙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가진 것들이 사라졌을 때도 마지막까지 줄지 않는 관대함은 지니기를 원한다.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어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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