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신저, 파리
패신저 편집팀 지음, 박재연 옮김 / Pensel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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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이상화된 도시로만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깨고, 오늘날의 파리를 현실적으로 탐구하는 책이다.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전형적인 여행서가 아닌, 파리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하는 문화적 에세이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파리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과 경험을 담아내며, 미디어에 많이 드러나는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파리와는 다른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책이다.

파리를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복잡한 역사와 사회적 맥락을 담고 있는 생생한 도시로 묘사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현대 파리의 이면, 특히 빈부 격차, 인종차별,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파리 사람들이 겪는 여러 갈등을 다루어 파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낭만과 현실의 격차를 느끼게 하면서도, 파리가 가진 매력과 독특함을 발견하게 한다.

파리 가고 싶다 🇫🇷

이 리뷰는 @woojoos_story 모집으로 출판사 서내 @seonaebooks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추천 #에세이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기록 #서평 #책벌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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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걷는사람 소설집 14
노현수 지음 / 걷는사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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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수의 『대리인』에는 총 7편의 단편들이 있다.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주인공들의 사정에 감정 이입하면서 읽었고, 가독성 있게 잘 쓴 글이라 슉슉 잘 읽혔다.

작품 속 사람들이 모두, 좋은 선택을 하고 그 이후의 삶이 평온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1. 대리인:
은행 감사팀에서 근무하는 윤 과장은 아주 높은 곳 까지 얽혀 있는 비리를 알게 되고 진실을 드러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고뇌와 돈, 사회적 저항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그는 옳은 선택을 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그의 삶은 어떨까....

37.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이것은 진흙탕에 빠지는 심청이와 같습니다. 아버지의 눈처럼 국민들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몸을 던집니다. 하지만 심청이는 연꽃을 타고 세상에 다시 나오지만 내부 고발자는 그냥 진흙탕에서 질척거려야 합니다.
-연꽃도 진흙탕에서 피잖아요. 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택시 문을 열었다.


2. 팝업창:
코인에 빠져버린 대학생. 여기저기 대출을 받아 코인에 투자했지만, 코인사기였다. 그런데...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너무 어렵다.
이번 한번만 넘기면 될까?
정말?

70.
나는 진심으로 혜리와 할머니를 걱정하는 척 말을 했다. 아영과 민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자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이 순간은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동아리가 해체될 수도 있었지만 내 관심 밖의 문제였다. 무엇보다 나의 잘못을 숨길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만족했다. 내 몸속에서는 스멀스멀, 하이드 활성 산소가 증식하기 시작했다.


3. 기억의 침몰:
기억과 망각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
주인공인 할아버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당신이 믿고 있는 기억은 사람들이 자꾸 틀렸다고 하고, 분명 아내가 호수에 빠졌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민국이의 10주기라고? 그런 일이?
자신의 기억 속에서 단절된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100.
기억은 힘이 세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의 감정을 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살아나 행동하게 만든다. 한 사람이, 하나의 집단이, 하나의 공동체가, 하나의 나라가 기억하면 그 힘이 진실에 닿는다.

(꼭 기억할게.....💛)


4. 상식적인, 너무나 상식적인:
학교폭력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야기의 화자가 교감 선생님, 그리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아버지, 그리고 담임선생님 이렇게 화자가 바뀌어 가며 같은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과 서로 다른 생각들을 보여준다.
모두의 입장에 다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래서... 어찌해야 할꼬... 소리가 절로 나오다가.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빠져버린 교사의 입장이 나오자 분노가 치밀었다.
하....

115.
처음에는 민우와 같이 등하교를 해줄 수 없냐고 전화가 왔었다. 조종례때문에 힘들다고 하니 그럼 범호, 동석이 민우에게 접근하는지 살펴 달라고 했다. 최대한 지켜보겠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고 얘기하니 다음날부터 문자가 시작되었다. 민우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게 무슨 교사입니까, 이십 대인 사년 차 교사가 뭘 알겠습니까, 그러니 남자 친구도 없지, 어느 순간 문자는 존대와 반말이 오가고 있었다. 넌 선생 자격이 없어, 어제 오전에 학교에서 받은 문자였다.

5. 덕봉 송종개:
16세기 조선의 여성 작가인 송덕봉(송종개)의 삶과 작품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덕봉은 미암의 아내로 살며 겪은 16세기 조선의 아녀자의 삶의 고충을 토로하고 유교적 틀을 벗어나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문학적 성취를 이루어낸 강인한 여성이다.

6. 중첩:
죽음과 투병, 심리적 정황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특징이다. 폐암에 걸린 주인공의 투병 일지와 감정이 아주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알 수 있다.

189.
의사가 말한 육개월이 어제로 끝이 났다. 육개월에서 일년 사이라고 했으니 오늘부터 다시 육개월의시작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지금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살아나면 다행인 시간대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통증이 심해졌다. 노크를 하듯 무엇인가 머리를 계속 두드렸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앞에서 뒤로 두드리는 빈도가 빨라졌고 때로는 못으로 긁는 듯한 아픔도 느껴졌다. 그런 후에는 헛구역질이 났다. 먹은 것도 없는데 허공에 대고 웩, 웩 소리를 냈다. 구역질을 할 때마다 가슴 통증이 동반되었다. 가슴이 아파구역질을 못 할 정도였다.

7. 딥페이크:
딥페이크로 인해 상처 받은 2024년의 미연과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2054년 지수의 피해 이야기,

232.
아파트 옥상이다. 처음 올라온 곳이다. 어, 파도 소리가 들린다. 나는 옥상 난간으로 걸어간다. 밑을 바라본다. 수평선이 보인다. 아빠와 같이 갔던 바다다. 파도가 백사장에 부딪힌다. 하얀 포말이 일었다 사라진다. 백사장에 아빠가 서 있다. 오라고 손짓한다. 빨리 아빠 품에 안기고 싶다. 난간 위로 올라선다. 나는 바다를 향해 뛰어내린다.

237
지수야, 저거 너잖아. 엄마는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지수도 자기라고 생각했다. 목소리도 똑같았다. 머리 모양도 지수였다. 영상을 멈추고 여자의 얼굴을 확대했다. 분명 지수가 맞았다. 콧등 위에 있는 조그만 점도 보였다.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돌려 봤다. 교실이었다. 지수가 교실에서 앉는 자리의 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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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전찬민 지음 / 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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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목을 보았을 때는 고양이 얘기라고 생각했었다.... 하하하

이 책은 고양이에 관한 책이 아니라, 도쿄에서 20년간 거주한 저자 전찬민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이다.

고양이가 평소에는 대체로 누워 있지만 가끔 우다다 달리듯, 저자 역시 대첵로 누워 있는 듯 느긋한 속도로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도쿄의 소소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일본에 유학하게 되면서 겪은 일들, 아르바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일본의 문화들, 어머니와 아버지에 얽힌 솔직한 이야기들, 남편과 어린 나이에 결혼하게 되었던 과정들,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우울함과 불안을 겪어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들...

저자는 도쿄 생활의 사소한 순간들, 인간관계의 따뜻함과 고독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담대함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워워간다.

고양이처럼, 느긋하게 누워 있다가도 필요할 때는 힘차게 달리는 그 모습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될 것 같다.

나도 일본에 가서 일본어를 배우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본의 공원을 산책하고 싶은 소망을 가졌던 사람으로써 참 재미있고, 감동을 느끼면서 읽었다.

찬민씨의 삶을 응원합니다.

"담대하자, 이번에도 그러자."




12.
"걱정이 되면 그냥 걱정만 하면 되는데, 왜 소리를 지르지?"
그러고는 심상히 페이지를 넘겼다.
불시에 들은 아이의 말에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걱정이 되었으면 그냥 걱정만 하면 될 것을, 나는 감정의 파고에 못 이겨 결국 화를 낸다. 목소리도 한껏 격앙되어 인상까지 쓴다. 안도했는데도 무작정 화를 낸다. 상대가 내 반응에 당황스러워하면 "걱정했잖아!"라 말하며 또 화를 낸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말하면 되고 슬프면 슬프다 말하면 되는데, 그대로 내보이지 못한 채허접한 천 한 장을 감정 위에 덮어두고 엉뚱한 것을 꺼내든다. 내 마음을 제대로 보이지 않아놓고 그 마음 몰라준다고 서운해한 셈이다. 그러네, 그냥 내 마음이 그랬어 하면 될 것을.

35.
담대하자는 문장을 실제로 내뱉으면 붕 떠서 갈 길을 잃었던 마음들이 그 소리에 모여든다. 모여든 마음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잃지 않았음을 알려주었고, 그럼 조급함에 시야가 어두워져 잘 보이지 않았던 소중한 것들이 선명히 드러난다. 그 순간 시련을 넘길 용기도, 기운도 난다. 우리 부부에게 '담대하자'는 요술공주의 주문인 셈이다. '뾰로롱 뿅' 같은 화려한 효과음은 없지만.


54.
우리는 지금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금방 지나가리라 믿었던 캄캄하고 길게 뻗은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멀미가 날 지경이지만, 동굴이 아니고 지나갈 터널이니 다행인 것 아니냐며 서로에게 최면을 걸어준다. 터널을 달리다보면 희미한 비이 섯히 강렬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럼 숨 한번 내뱉는 사이에 터널을 빠져나오게 된다.
통과한 후, 기대하던 풍경과 사뭇 다른 곳에 다다른 적도 있지만 새로운 이정표를 보며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으니 터널 끝이 어떤 곳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 나올 출구를 향해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63.
크고 작을 뿐이지 이곳은 매일 흔들린다. 지진이 잠잠하다 싶으면 산사태와 태풍이 밀려와 쓸고 간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지는 광경이 상처가 아물 틈도 없이 일어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어도 닥쳐오는 죽음, 인생의 허무함이 이곳에 사는 모두의 내면에 깔려 있다. 타인에게 피해 주는 것을 가장 무례하다 여깁면서도 정반대로 나밖에 없는 사고방식이 공존하는 이유가 그 때문일 거다. 삶은 공허하지만 주저앉을 순 없으니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는 게 최선이라고 나름의 답을 찾은 게 아닐까.

107.
마음이 멈춘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연스러운 것. 그러니 좋았던 시절을 부정하지 말 것.
마지막 인사는 꼭 하고 돌아설 것.

113.
나이를 먹으니 절로 이해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나이든 사람도 제 속이 시끄러우면 다 귀찮아져서 아이같이 자신만 생각하게 된다는 거다. 지난날의 말과 행동, 당시에는 진심이었던 각종 약속과 그로 인한 책임을 다 저버리고 그저 편하게만 지내고 싶은 비겁함은 어쩌면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큰 유혹으로 다가온다. 그 의무와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미성숙할지라돟 어른이 더 절감하니까.

177.
어른이 되면서 책임은 많아졌고, 시간을 통으로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없어 더딜 뿐이지 항상 분주히 노력했다. 물건으로 채워보려고도 했고 사람으로 채워보려고도 해봤다. 물건은 딱 세시간짜리 위로였고, 보통의 사람은 타인을 위로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못한 존재였다. 결국 내 불안의 원인은 내가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찾아야 하는 숙제였다.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 애가 있다면 내가 위로해주고, 숨기고 있던 욕망이 있다면 내가 응원해주면 된다.

192.
백발의 선생님은 나를 빤히 쳐다보다 말을 이었다.
"시호 짱 엄마도 이제는 알겠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환경은 없어요. 부족한 환경도 있고 욕심이 더 커지는 환경도 있죠. 늘 최선을 선택했다고 스스로 믿어야 해요. 엄마가 최선이었다고 여겨야 아이들도 부모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의 환경에서 살고 있다 믿거든요. 그 믿음이 아이들을 부족함 없이 크게 해줄거예요.
우선 가장 밝은 얼굴로 바이바이 하고 헤어집시다. 절대 돌아보지 말아요! 아이가 울어도 엄마는 웃어요! 그래야 아이도 슬프지 않아요.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데리러 와줘요. 실제로 아이 만날 생각에 기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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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와의 티타임 - 정소연 소설집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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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와의 티타임』은 멀티버스, 시공간의 불일치 같은 SF적 설정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기는 단편 소설집이다.

2015년에 출간된 옆집의 영희 씨의 복간과 더불어 새롭게 수록된 신작 단편들이 함께 구성된 책으로, 총 14편의 단편 소설을 담고 있다.


‘앨리스와의 티타임’은 다양한 세계에서 서로 다른 ‘팁트리’를 만나는 이야기로, SF와 철학적 질문이 맞물린 흥미로운 작품이다.

특히, 멀티버스에서 서로 다른 버전의 인물들을 만나는 설정은 세계와나에 대한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이 책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SF의 틀 안에서 다루고 있다.

‘옆집의 영희 씨’는 외계인과의 공존을 다루며 편견과 두려움 속에서도 잔잔한 우정을 그리며 따뜻한 감성을 전하고,

'비거스렁이’에서는 청소년의 정체성 문제를 다중우주적 설정으로 풀어내며, 성장 과정에서 겪는 고립감과 자아 탐색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출판사 이름처럼, 그리고 책 이름처럼
래빗홀로 빨려들어가 모자장수와 색다른 존재들과 티타임하는 느낌을 주는 책 📚

#앨리스와의티타임 #정소연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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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국소설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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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좋은느낌이면 좋겠어 - 삶은 수많은 좋은느낌들로 매일 조금씩 더 견고해진다
김민철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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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들이 참여한 이 책이 나오자마자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어떻게 또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너무 행복...

근데, 책을 받기 전까지는 정말 '좋은 느낌'이 그 '좋은 느낌'인지 몰랐다는 사실

✒️ 들어가는 말:
25년간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순우리말 여성용품 '좋은 느낌',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에 편안케 하고자 만든 '한글'.

둘 다,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자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쓰는 이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일상과 일생 속에 깊이 스며들어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느낌은 한글과 참 닮아 있고, 앞으로도 더 닮아가고 싶습니다.



"당신의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좋은 느낌은 무엇인가요?



✒️
김민철,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 다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언어로 그린 매일의 좋은 느낌에 대한 단상을 담은 책입니다.

순 우리말 브랜드인 '좋은 느낌'이 한글날을 맞아 진행한 프로젝트라고 해요.


✒️
다섯 명의, 아름다운 여성 작가(김민철,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가 일상에서 느낀 작은 기쁨과 따뜻함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삶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을 ‘좋은 느낌’이라는 주제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일상 속 작은 행복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우치게 해주죠.

각 글들은 각 작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좋음’과 ‘선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기쁨과 자아 탐색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따뜻한 책입니다.



✒️ 사소한 것들로 단단하게 _ 김민철

아주 오래 고심해서 나만의 My favorite things를 써본다. 여기에 적힌 것들을 읽으며 나는 안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버드나무의 연둣빛이 봄마다 나를 위로하고, 창에 비치는 새의 그림자를 찍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기다린 적이 많다는 사실에. 그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일부러 최대한 어긋나는 화음을 넣는 걸 그도 난도 좋아한다는 사실에. 비싼 술이 아니라 동네 허름한 호프집에서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를 여전히 제일 좋아한다는 사실에. 추위를 좋아하지만, 이제는 추울 때 신는 털신을 더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나에게도 애착 담요가 있고, 그 담요가 앞으로의 겨울에도 내 곁에 있을 거라는 사실에. 누군가에게는 '겨우' 일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게는 '무려' 좋음이 되어 있고, 그 사실에 나는 단단히 만족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 정도가 딱 적당한 살람이라 다행이다.



✒️ 좋고도 나쁜, 나쁘고도 좋은 _ 김민철

결국 나의 최선은 이것이다. 우연히 나의 환경이 된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들을 배우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서 나에게 좋은 순간을 구축한 것처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장점을 모아서 나를 구축하려고 애쓰는 것. 물론 100퍼센트 닮고 싶은 누군가를 따라가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그 사람의 장점이 나의 장점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니까. 누군가의 크나큰 장점도 나에게 맞아야 나의 일부로 이식된다. 장식이 아니라 이식. 남들의 좋아 보이는 점을 억지로 가져다가 나를 꾸며봤자 남의 깃털로 덕지덕지 장식한 우스꽝스러운 새가 될 뿐이니까.

동시에 매번 생각하려 애쓴다. 나에게 좋음이 누군가에게는 나쁨이 될 수 있고, 누군가의 나쁨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포근한 좋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 한 뼘의 좋음을 늘리기 위해 _ 김민철

세상에 이토록 선이 부족한데, 위선이 왜 나빠요? 그렇게라도 선이 많아져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제발 다들 위선이라도 좀 부리며 살았으면 좋겠어.



✒️ 인간 진화의 장바구니론 _ 김하나

인류 문명이 태동할 때 그 중심에 창과 칼 대신 바구니와 그릇이 있었다는 인식은 내게 무엇보다도 큰 안도감을 주었다. 매일같이 잔학하고 파괴적인 뉴스들을 접하며 느끼게 되는 '인류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존재일지도 모른다'라는 일종의 자기혐오감도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종교적 상징이 사람의 마음을 집중시키듯, 이 인류 태초의 바구니와 그릇들을 상상하면 나의 정신세계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늘어서는 것만 같았다.



✒️ 기억을 애도하기 _ 하미나

미식 문화도 없고 패션 감각도 떨어지는 등 정교한 아름다움을 차근차근 구축하는 데에는 별 흥미가 없는 도시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껴지는 에너지가 있어요. 매일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고, 화장을 하지 않고 살아가니 그렇게 아껴지는 일상적 에너지를 읽거나 쓰는 데에 쓸 수 있어 좋습니다.



✒️ 축하하고 만끽하기 _ 하미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영어식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얻은 영어 이름을 그대로 쓰는 건데, 뿌리를 간직한 이름을 잃은 거죠. 타인에 의해 너무 많은 규칙을 강요당한 채로 살다 보면 어떻게 되냐면요. 자신 안의 주체성, 혹은 자율성을 잃게 돼요.



✒️ 전세를 역전하다 _ 홍인혜

그 느낌이 정말로, 정말로 좋았다. 인간의 '좋음'을 수치화해서 순위를 매긴다면 내 인생 최고의 열락이었다. 그 좋은 느낌의 근원에는 내 삶의 키를 드디어 내가 틀어쥐었다는 주체적인 감각이 있었다.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는 일을 스스로 돌파해 삶의 주권을 되찾아왔다는 감각. 모랄 해저드 집주인이나 지엄한 법의 처분에 인생을 맡길 필요가 없다는 독자력.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다는 희열.
마침내 나만이 나를 통솔하고 지휘하고 거역하고 배반할 수 있었다. 내 사적인 우주의 황제는 나였다.


✒️ 왕국을 재건하다 _ 홍인혜

나는 오늘의 삶이 행복하다. 내 힘으로 꾸며진 이 공간, 소금 한 톨까지 내가 장악하는 이 우주가 소중하다. 부모님이 구축한 공간은 편안했으나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가족을 사랑하고 그들의 안녕을 위해서 많은 것을 감당할 수 있었으나, 그것은 견디는 일이었지 즐길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거처는 오직 좋음으로 가득하다. 창문만 열어도 재밌고, 화분에 물을 줘도 신나고, 청소기를 돌려도 흥겹다. 이 영토는 내가 마련했기 때문이다. 순전히 내 힘과 내 의지로. 나는 삶의 진득한 의무감과 잠자리를 뒤숭숭하게 하는 죄책감에서 놓여나 나를 다시 움켜쥐었다. 이 좋은 느낌, 이 황홀한 느낌, 이 완벽한 느낌.



✒️ 100살 _ 황선우

"아, 아몬드 드시다가 이 깨져서 많이들 오세요."
게장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충격적이었다. 한 번도 이렇게 조심스럽게 살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은 다채로운 풍미로 가득 차 있으며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곳 아니었나?
...

내가 스스로에게서 좋아해온 부분, 긍지를 느껴온 나의 본질 가운데 젊음의 특질이라 부를 만한 것들을 떼어 낸 다음에는 무엇이 남을까? 기꺼이 받아들이고 나를 변화시켜보려는 적극성과 유연성, 활력과 생기, 귀찮지만 재미있는 일들을 마다하지 않는 개방성, 강하고 단다한 신체와 그 몸이 가진 체력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 꺾이지 않고 시도하는 장난과 농담, 순발력과 총기, 새로운 영역에 대한 호기심,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독립심, 내 업무 분야에서 일을 효율적으로 장악하고 해내는 유능함...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이런 것들을 점점 잃어가는 시간이라면? 그럼에도 나는 나 자신을 여전히 좋아할 수 있을까?



✒️ 다시 100살 _ 황선우

몇 개의 이는 더 잃어도 삶을 향한 호기심은 잃지 않기를, 임플란트가 점점 저렴해지는 것처럼 세상에 더 나아지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많이 겪어본 뒤에도 쌀쌀한 태도로 비웃기보다는 작은 우연들을 기대하는 사람이기를. 그때 주름을 깊이 만들며 크게 웃을 수 있기를. 내가 주목받는 대신 누군가를 기꺼이 칭찬할 수 있는 아량과, 아직 삶에 적응 중인 젊은이들이 세상에 잘 초대받은 손님처럼 느끼도록 대할 수 있는 친절함을 소망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 뒤에 얼마나 힘들겠냐는 이해와 포용이 달라붙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가진 것들이 사라졌을 때도 마지막까지 줄지 않는 관대함은 지니기를 원한다.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어른이기를.









#내가너에게좋은느낌이면좋겠어
#김민철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
#21세기북스 #출판사 로부터 #도서협찬 받아 즐겁게 읽고 진심을 다해 #서평 을 작성했습니다🩷

#좋은느낌 #성장 #극복 #위로 #에세이
#생리대 #여성작가 #순우리말 #한글날 #공감에세이 #한글날이벤트 #유한킴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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