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좋은느낌이면 좋겠어 - 삶은 수많은 좋은느낌들로 매일 조금씩 더 견고해진다
김민철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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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들이 참여한 이 책이 나오자마자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어떻게 또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너무 행복...

근데, 책을 받기 전까지는 정말 '좋은 느낌'이 그 '좋은 느낌'인지 몰랐다는 사실

✒️ 들어가는 말:
25년간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순우리말 여성용품 '좋은 느낌',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에 편안케 하고자 만든 '한글'.

둘 다,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자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쓰는 이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일상과 일생 속에 깊이 스며들어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느낌은 한글과 참 닮아 있고, 앞으로도 더 닮아가고 싶습니다.



"당신의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좋은 느낌은 무엇인가요?



✒️
김민철,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 다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언어로 그린 매일의 좋은 느낌에 대한 단상을 담은 책입니다.

순 우리말 브랜드인 '좋은 느낌'이 한글날을 맞아 진행한 프로젝트라고 해요.


✒️
다섯 명의, 아름다운 여성 작가(김민철,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가 일상에서 느낀 작은 기쁨과 따뜻함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삶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을 ‘좋은 느낌’이라는 주제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일상 속 작은 행복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우치게 해주죠.

각 글들은 각 작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좋음’과 ‘선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기쁨과 자아 탐색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따뜻한 책입니다.



✒️ 사소한 것들로 단단하게 _ 김민철

아주 오래 고심해서 나만의 My favorite things를 써본다. 여기에 적힌 것들을 읽으며 나는 안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버드나무의 연둣빛이 봄마다 나를 위로하고, 창에 비치는 새의 그림자를 찍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기다린 적이 많다는 사실에. 그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일부러 최대한 어긋나는 화음을 넣는 걸 그도 난도 좋아한다는 사실에. 비싼 술이 아니라 동네 허름한 호프집에서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를 여전히 제일 좋아한다는 사실에. 추위를 좋아하지만, 이제는 추울 때 신는 털신을 더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나에게도 애착 담요가 있고, 그 담요가 앞으로의 겨울에도 내 곁에 있을 거라는 사실에. 누군가에게는 '겨우' 일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게는 '무려' 좋음이 되어 있고, 그 사실에 나는 단단히 만족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 정도가 딱 적당한 살람이라 다행이다.



✒️ 좋고도 나쁜, 나쁘고도 좋은 _ 김민철

결국 나의 최선은 이것이다. 우연히 나의 환경이 된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들을 배우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서 나에게 좋은 순간을 구축한 것처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장점을 모아서 나를 구축하려고 애쓰는 것. 물론 100퍼센트 닮고 싶은 누군가를 따라가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그 사람의 장점이 나의 장점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니까. 누군가의 크나큰 장점도 나에게 맞아야 나의 일부로 이식된다. 장식이 아니라 이식. 남들의 좋아 보이는 점을 억지로 가져다가 나를 꾸며봤자 남의 깃털로 덕지덕지 장식한 우스꽝스러운 새가 될 뿐이니까.

동시에 매번 생각하려 애쓴다. 나에게 좋음이 누군가에게는 나쁨이 될 수 있고, 누군가의 나쁨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포근한 좋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 한 뼘의 좋음을 늘리기 위해 _ 김민철

세상에 이토록 선이 부족한데, 위선이 왜 나빠요? 그렇게라도 선이 많아져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제발 다들 위선이라도 좀 부리며 살았으면 좋겠어.



✒️ 인간 진화의 장바구니론 _ 김하나

인류 문명이 태동할 때 그 중심에 창과 칼 대신 바구니와 그릇이 있었다는 인식은 내게 무엇보다도 큰 안도감을 주었다. 매일같이 잔학하고 파괴적인 뉴스들을 접하며 느끼게 되는 '인류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존재일지도 모른다'라는 일종의 자기혐오감도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종교적 상징이 사람의 마음을 집중시키듯, 이 인류 태초의 바구니와 그릇들을 상상하면 나의 정신세계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늘어서는 것만 같았다.



✒️ 기억을 애도하기 _ 하미나

미식 문화도 없고 패션 감각도 떨어지는 등 정교한 아름다움을 차근차근 구축하는 데에는 별 흥미가 없는 도시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껴지는 에너지가 있어요. 매일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고, 화장을 하지 않고 살아가니 그렇게 아껴지는 일상적 에너지를 읽거나 쓰는 데에 쓸 수 있어 좋습니다.



✒️ 축하하고 만끽하기 _ 하미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영어식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얻은 영어 이름을 그대로 쓰는 건데, 뿌리를 간직한 이름을 잃은 거죠. 타인에 의해 너무 많은 규칙을 강요당한 채로 살다 보면 어떻게 되냐면요. 자신 안의 주체성, 혹은 자율성을 잃게 돼요.



✒️ 전세를 역전하다 _ 홍인혜

그 느낌이 정말로, 정말로 좋았다. 인간의 '좋음'을 수치화해서 순위를 매긴다면 내 인생 최고의 열락이었다. 그 좋은 느낌의 근원에는 내 삶의 키를 드디어 내가 틀어쥐었다는 주체적인 감각이 있었다.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는 일을 스스로 돌파해 삶의 주권을 되찾아왔다는 감각. 모랄 해저드 집주인이나 지엄한 법의 처분에 인생을 맡길 필요가 없다는 독자력.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다는 희열.
마침내 나만이 나를 통솔하고 지휘하고 거역하고 배반할 수 있었다. 내 사적인 우주의 황제는 나였다.


✒️ 왕국을 재건하다 _ 홍인혜

나는 오늘의 삶이 행복하다. 내 힘으로 꾸며진 이 공간, 소금 한 톨까지 내가 장악하는 이 우주가 소중하다. 부모님이 구축한 공간은 편안했으나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가족을 사랑하고 그들의 안녕을 위해서 많은 것을 감당할 수 있었으나, 그것은 견디는 일이었지 즐길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거처는 오직 좋음으로 가득하다. 창문만 열어도 재밌고, 화분에 물을 줘도 신나고, 청소기를 돌려도 흥겹다. 이 영토는 내가 마련했기 때문이다. 순전히 내 힘과 내 의지로. 나는 삶의 진득한 의무감과 잠자리를 뒤숭숭하게 하는 죄책감에서 놓여나 나를 다시 움켜쥐었다. 이 좋은 느낌, 이 황홀한 느낌, 이 완벽한 느낌.



✒️ 100살 _ 황선우

"아, 아몬드 드시다가 이 깨져서 많이들 오세요."
게장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충격적이었다. 한 번도 이렇게 조심스럽게 살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은 다채로운 풍미로 가득 차 있으며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곳 아니었나?
...

내가 스스로에게서 좋아해온 부분, 긍지를 느껴온 나의 본질 가운데 젊음의 특질이라 부를 만한 것들을 떼어 낸 다음에는 무엇이 남을까? 기꺼이 받아들이고 나를 변화시켜보려는 적극성과 유연성, 활력과 생기, 귀찮지만 재미있는 일들을 마다하지 않는 개방성, 강하고 단다한 신체와 그 몸이 가진 체력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 꺾이지 않고 시도하는 장난과 농담, 순발력과 총기, 새로운 영역에 대한 호기심,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독립심, 내 업무 분야에서 일을 효율적으로 장악하고 해내는 유능함...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이런 것들을 점점 잃어가는 시간이라면? 그럼에도 나는 나 자신을 여전히 좋아할 수 있을까?



✒️ 다시 100살 _ 황선우

몇 개의 이는 더 잃어도 삶을 향한 호기심은 잃지 않기를, 임플란트가 점점 저렴해지는 것처럼 세상에 더 나아지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많이 겪어본 뒤에도 쌀쌀한 태도로 비웃기보다는 작은 우연들을 기대하는 사람이기를. 그때 주름을 깊이 만들며 크게 웃을 수 있기를. 내가 주목받는 대신 누군가를 기꺼이 칭찬할 수 있는 아량과, 아직 삶에 적응 중인 젊은이들이 세상에 잘 초대받은 손님처럼 느끼도록 대할 수 있는 친절함을 소망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 뒤에 얼마나 힘들겠냐는 이해와 포용이 달라붙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가진 것들이 사라졌을 때도 마지막까지 줄지 않는 관대함은 지니기를 원한다.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어른이기를.









#내가너에게좋은느낌이면좋겠어
#김민철 #김하나 #하미나 #홍인혜 #황선우
#21세기북스 #출판사 로부터 #도서협찬 받아 즐겁게 읽고 진심을 다해 #서평 을 작성했습니다🩷

#좋은느낌 #성장 #극복 #위로 #에세이
#생리대 #여성작가 #순우리말 #한글날 #공감에세이 #한글날이벤트 #유한킴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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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하시겠습니까 - 펫로스를 이겨내는 유기견과의 행복 일상
김효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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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하시겠습니까』 / 김효진 / 미다스북스

✒️
반려강아지, 반려구피, 반려달팽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
반려견과 함께한 저자의 일상과 그 안에서 얻은 사랑, 이별,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10년간 함께했던 반려견 미키와의 이별 후 느낀 슬픔을 유기견 봉사활동을 통해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새로운 반려견 순무와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사랑과 행복을 찾아간다.

그저 반려견과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려동물을 돌보는 데 필요한 전문적인 정보도 주는 책이다. 특히 요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유기견 입양에 대해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인 팁과 경험을 공유하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책임과 헌신의 여정이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저자가 펫로스 증후군을 겪었기에,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으로, 반려동물과의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기며 치유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려견 미키와의 이별 후 흑백처럼 느껴졌던 삶이, 다시 한 번 색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저자가 느낀 감정들이 많이 감동적인 책이다.



#반려하시겠습니까 #김효진 #미다스북스
#미키 #순무 #반려동물 #독서감상문 #독서기록 #서평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책벌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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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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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주문


명색이 영문학도인데, 당대 최고의 에세이스트라는 '윌리엄 해즐릿'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읽고 싶었다.



✒️윌리엄 해즐릿은 누구?

윌리엄 해즐릿은 당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에세이스트였다. 자유사상가이자 이단아였고, 반체제 운동의 열렬한 옹호자였다. (그런 견해를 갖는 것이 위험한 시대였다.)

해즐릿은 놀라운 분량의 문학 비평과 인간사에 대한 에세이를 남겼으며 그가 규정한 문학 비평론은 월터 페이터와 토머스 칼라일은 물론 현대 비평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적극적인 지식인이었던 해즐릿은 문학 비평 이전에 정치와 사회 문제를 보도하고 해설하는 일을 했다.



✒️간단한 약력

1778년. 영국 메이드스톤에서 급진적인 유니테리언 목사의둘째 아들로 태어남.

1793년. 런던의 해크니 뉴칼리지에 들어간 해즐릿은 급진적 사상가들과 친분을 맺음. 몇년동안 초상화 화가로 경력을 쌓고, 철학서 '인간 행동론'을 발표함.

1812년. '모닝 크로니컬'의 의회 출입 기자로 일하기 시작. 에세이스트로서, 문학과 미술, 연극 비평가로서 활약함. 보수주의자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됨.

1830년. 사회에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죽을 때까지 조금도 굽히지 않음. 런던 소호의 허름한 하숙집에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남.



✒️They say...

버지니아 울프는 윌리엄 해즐릿의 에세이를 극찬하면서도 '최고 중의 최고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했는데, 나는 해즐릿의 에세이가 최고 중의 최고 레벨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 장강명

탁월한 지성의 소유자.
말이 필요 없는 당대 최고의 에세이스트
- 버지니아 울프

해즐릿의 글은 생생하고 상쾌하고 강력하다
- 서머싯 몸

해즐릿과 견줄 만한 비평가는 존 러스킨과 새뮤얼 존슨 밖에 없다.
- 해럴드 블룸

오늘날 우리는 해즐릿처럼 쓰지 못한다.
- 로버트 루이 스티븐슨



해즐릿이 쓴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는 인간 감정의 복잡성을 탐구한 작품으로, 해즐릿은 혐오가 개인에게 일종의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이 에세이는 인간의 독립성과 자기 판단을 드러내는 도구로 혐오를 묘사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불일치가 오히려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 글에서 해즐릿은 혐오가 단순한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혐오가 억제된 사회적 기대에 대한 반발이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하지만, 과도한 혐오가 인간성을 잃게 하고 폭력과 잔인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38.
인간의 본성은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반감들로 이루어져 있는 듯 하다. 혐오할 게 없으면 생각과 행동의 원천마저 잃어버릴 것 같다. 삐걱거리는 이해관계, 제멋대로인 열정으로 계속 파문을 일으키지 않으면 삶은 고인물이 될 것이다.

39.
인간은 순수한 선에 금방 싫즐을 내고 변화와 활기를 원한다. 고통은 씁쓸하면서도 달콤하며, 이 맛은 물리지 않는다. 사랑은 조금만 탐닉해도 무관심이나 역겨움으로 변한다. 혐오만이 죽지 않는다. 어디를 가나 이 원칙이 작용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짐슴들은 무자비하게 서로를 물어뜯는다. 어린아이들은 재미로 파리를 죽인다. 모든 사람들이 사고와 범죄에 관한 신문 기사를 최고의 잡담거리로 삼는다. 불이 나면 온 마을 사람들이 현장으로 달려가 구경한다. 그들은 화재가 진압되어도 결코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불을 꺼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불이 꺼지면 재미가 식는 것이다. 감정은 이해보다는 열정과 한 편이다. 사람들은 비극적 사건을 목격하는 일이라면 열정적으로 떼지어 모인다.

40.
우리는 유령과 마녀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버리기를 얼마나 싫어했던가. 사람들은 죽을 듯이 무서움을 타고 싶어서 유령이 필요했고, 박해하기를 좋아해서 마녀가 필요했다. 우리가 열망하는 것은 흥분의 질보다는 양이다.

44.
혐오의 즐거움은 종교의 심장을 먹어들어가 원한과 광신으로 가득 채운다. 그것은 애국심을 구실로 다른 나라를 불바다로 만들고 역병을 퍼뜨리고 기아를 낳는다. 혐오의 즐거움이 덕목으로 남기는 것은 흠잡기 좋아하는 성향, 남들의 행동과 동기를 시기하고 꼬치꼬치 파고들 듯 감시하는 편협한 태도 뿐이다.

52.
우리는 좋아하는 책도 시간이 좀 지나면 싫어하게 된다. 같은 책을 언제까지고 재독할 수는 없다. 뮤즈와 결혼하더라도 밀월은 끝날 수 밖에 없고, 그러고나면 증오까지는 아니어도 무관심이 뒤따른다.

59.
우리는 개인 생활에서 득세하는 위선과 노예 근성, 이기심, 후안무치와 충돌할 때 겸양은 위축되고 가치가 짓밟히는 것을 보지 않는가? 장미꽃 같은 정숙한 여자가 얼마나 자주 매춘부로 만들어지는가! 진정한 열정이 성공할 가망이 있을까? 그 성공은 확실하게 지속될까? 나처럼 이 모든 것을 보고, 인생의 직물을 풀어 비열함과 악의, 비겁함, 감정의 결핍, 이해의 결핍, 타인에 대한 무관심, 자신에 대한 무지라는 다양한 실로 구분하고, 관습이 모든 우수성을 압도하고 악행에 길을 내주는 것을 보고서, 타인을 내 관점에서 평가하되 잘못해서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품은 희망이 와오되었어도, 우정에 속는 얼간이이자 사랑에 우롱당하는 바보인 내가 가장 의지하던 것에 낙담했다면, 이것이야말로 나 자신을 혐오하고 경멸할 이유가 되지 않을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세상을 충분히 혐오하고 경멸하지 않았기 때문에.



#혐오의즐거움에관하여 #윌리엄해즐릿 #에세이 #아티초크
#독서기록 #독서감상문 #독서감상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책벌레 #📚🐛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 받아 즐겁게 읽고 진심을 담아 #서평 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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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의 가족
가와세 나나오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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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의 가족』은 『만사 조심하라』로 제57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가와세 나나오가 쓴 ‘인터넷 동반자살 지원자들의 위기에 빠진 아기 구하기’ 이야기입니다.

깊은 밤 산속, 오로지 자살을 하기 위해서 인터넷으로 알게 된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장면에서 시작하는데요.

잠시 후, 그들이 숨어든 산속에 또 다른 존재인 수상한 여자가 등장하지요.

배낭을 메고 나무숲으로 들어갔던 여자는 무언가를 버리고 산을 떠납니다.

네 사람은 원래 목적대로 차의 틈을 테이프로 꽁꽁 막고 연탄불을 피우려는 순간,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네 사람은 버려진 배낭 속에 갓난아이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지요.

네 사람은 자신들의 처지도 잊은 채, 이 아기를 당분간 보호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자칭 아기 엄마라는 여자가 SNS에 영상을 올리고, 이 때문에 그들은 꼼짝없이 유괴범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게 됩니다.

이 누명을 벗기 위해 이들이 택한 방법은?
그 방법을 좌충우돌 이뤄가는 여정과 그 여정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진실은?


✔️
각자의 삶에 절망한 네 명의 사람들은 오직 자살을 목적으로 모였지만, 우연히 발견한 아기와 그 아기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펼쳐집니다.

이들이 아기를 돌보며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에서 작가가 말하는 바가 드러납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불신하던 네 명의 사람들은 아기를 중심으로 서로 도와가면서 점점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각자의 사연과 상처를 서로에게 오픈하게 됩니다.

아기를 돌보는 과정은 이들에게 새로운 책임감을 심어주고,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들은 모두 상처와 고통을 안고 있지만, 아기와 함께하는 4일 동안 그들이 겪는 일들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치유의 시간이 되었기에, 이들은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거죠.

지요코, 하세베, 나쓰미, 리쿠토는 어린아이 유괴범이라는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요?

그들은 상처를 치유하고 새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미스터리인가 싶었다가 힐링 소설이었던 '4일간의 가족'이었습니다.


#4일간의가족 #가와세나나오 #블루홀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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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의 꽃말은 모의고사 - 계절 앤솔러지 : 가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9
강석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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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의 꽃말은 모의고사』는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 중 가을을 배경으로 한 계절 앤솔러지로, 다섯 작가가 참여한 단편 소설집이다.

청소년들의 일상과 성장, 그리고 모의고사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기의 복잡한 감정과 심리를 다루고 있다.

마침 어제 10모가 끝난터라 재미있게 읽었다 ㅎ

고3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앞두고 느끼는 불안, 긴장, 그리고 이로 인한 내적 갈등을 다채롭게 풀어낸 단편들이다. (9모는 정말 중요하니까)

시험에 대한 부담감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꿈과 진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어떻게 얽히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청소년 성장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주는 압박과 그로 인한 불안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 같다.

28.
교육부에게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바로 ‘사냥꾼’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그 시점이 9월 모의고사가 치러지는 날과 겹친다는 것이었다. ‘사냥꾼’은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아홉 시까지 삼십 분에 한 번씩 미사일을 발사할 예정이었다.
물론 미사일 소리가 영어 듣기를 방해한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한 시까지, 소행성이 수소 폭탄을 맞는 모습은 분명히 관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시험에 집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36.
"9월 모의고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오늘을 수능처럼 생각해. 수능 날 밥도 이거랑 똑같이 해 줄 거야. 너 달걀 좋아하잖아.”
그러자 하지현이 고개를 숙이고는, 달걀말이 한 조각을 먹은 다음 말했다.
“수능 안 칠 수도 있잖아.”
“그게 무슨 소리니?”
“……아니, 오늘 잘 안 되면…… 수능이고 뭐고 없는 거잖아.”
“아이고, 또 이상한 소리 한다. 그럴 일 없어. 엄마가 살면서 세상이 망한단 소리 몇 번이나 들었는지 아니? 근데 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갔어. 원래 사람들 호들갑이란 게 그런 거야.”
그 호들갑이 이번에는 진짜라면, 난 여기서 끝나잖아. 수능만 준비하다가.


51.
"시계가 사라지다니! 시간이 멈춘 거 아니야? 그치, 얘들아? 시간이 멈춘 거지?”
그러자 옆에 앉은 아이가 푹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시간이 건너뛰었으면 좋겠어, 수능 다음 날로.”
아이들은 돌아가며 시시한 농담을 했다. 그렇게라도 긴장감을 쫓아내려는 것 같았다.
민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오늘이 9모라니. 고3이 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한 학기가 지나가고 운명의 9모가 눈앞에 닥쳤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이렇게 준비가 안 된 채로 9모를 맞이할 줄은. 3월의 뇌에 든 것과 9월의 뇌에 든 것이 이렇게 차이가 없을 줄은.

116
쉽지 않아. 방해가 만만치가 않아. 다 네 말대로야.
4교시 탐구 영역 시험을 보며 이삭의 편지를 곱씹었다. 오류가 있는 문항을 두 개 발견했다. 화학 18번과 생명 과학 19번이었다. 한 문제는 정답이 없었고 한 문제는 모두 정답이었다.
눈을 감고 교실의 분위기를 살폈다. 시험이 끝을 향해 갈수록 내 감각은 극도로 예민해졌다. 다른 아이들의 사소한 반응 하나하나가 눈과 귀에 감지되었다. 명백한 오류를 본 아이들이 여럿일 텐데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므로 이건 우리에게만 주어진 오류. 오류를 긍정하고 포용하는 자세로, 두 문항 모두 4번에 마킹했다.

#자음과모음 #단풍의꽃말은모의고사 #계절앤솔러지 #도서추천 #소설 #한국소설 #도서협찬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기록 #서평 #책벌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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