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의 꽃말은 모의고사 - 계절 앤솔러지 : 가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9
강석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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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의 꽃말은 모의고사』는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 중 가을을 배경으로 한 계절 앤솔러지로, 다섯 작가가 참여한 단편 소설집이다.

청소년들의 일상과 성장, 그리고 모의고사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기의 복잡한 감정과 심리를 다루고 있다.

마침 어제 10모가 끝난터라 재미있게 읽었다 ㅎ

고3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앞두고 느끼는 불안, 긴장, 그리고 이로 인한 내적 갈등을 다채롭게 풀어낸 단편들이다. (9모는 정말 중요하니까)

시험에 대한 부담감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꿈과 진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어떻게 얽히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청소년 성장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주는 압박과 그로 인한 불안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 같다.

28.
교육부에게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바로 ‘사냥꾼’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그 시점이 9월 모의고사가 치러지는 날과 겹친다는 것이었다. ‘사냥꾼’은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아홉 시까지 삼십 분에 한 번씩 미사일을 발사할 예정이었다.
물론 미사일 소리가 영어 듣기를 방해한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한 시까지, 소행성이 수소 폭탄을 맞는 모습은 분명히 관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시험에 집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36.
"9월 모의고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오늘을 수능처럼 생각해. 수능 날 밥도 이거랑 똑같이 해 줄 거야. 너 달걀 좋아하잖아.”
그러자 하지현이 고개를 숙이고는, 달걀말이 한 조각을 먹은 다음 말했다.
“수능 안 칠 수도 있잖아.”
“그게 무슨 소리니?”
“……아니, 오늘 잘 안 되면…… 수능이고 뭐고 없는 거잖아.”
“아이고, 또 이상한 소리 한다. 그럴 일 없어. 엄마가 살면서 세상이 망한단 소리 몇 번이나 들었는지 아니? 근데 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갔어. 원래 사람들 호들갑이란 게 그런 거야.”
그 호들갑이 이번에는 진짜라면, 난 여기서 끝나잖아. 수능만 준비하다가.


51.
"시계가 사라지다니! 시간이 멈춘 거 아니야? 그치, 얘들아? 시간이 멈춘 거지?”
그러자 옆에 앉은 아이가 푹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시간이 건너뛰었으면 좋겠어, 수능 다음 날로.”
아이들은 돌아가며 시시한 농담을 했다. 그렇게라도 긴장감을 쫓아내려는 것 같았다.
민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오늘이 9모라니. 고3이 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한 학기가 지나가고 운명의 9모가 눈앞에 닥쳤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이렇게 준비가 안 된 채로 9모를 맞이할 줄은. 3월의 뇌에 든 것과 9월의 뇌에 든 것이 이렇게 차이가 없을 줄은.

116
쉽지 않아. 방해가 만만치가 않아. 다 네 말대로야.
4교시 탐구 영역 시험을 보며 이삭의 편지를 곱씹었다. 오류가 있는 문항을 두 개 발견했다. 화학 18번과 생명 과학 19번이었다. 한 문제는 정답이 없었고 한 문제는 모두 정답이었다.
눈을 감고 교실의 분위기를 살폈다. 시험이 끝을 향해 갈수록 내 감각은 극도로 예민해졌다. 다른 아이들의 사소한 반응 하나하나가 눈과 귀에 감지되었다. 명백한 오류를 본 아이들이 여럿일 텐데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므로 이건 우리에게만 주어진 오류. 오류를 긍정하고 포용하는 자세로, 두 문항 모두 4번에 마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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