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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아이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4
로이스 로리 지음, 강나은 옮김 / 비룡소 / 2024년 9월
평점 :
로이스 로리의 신작 『최초의 아이』는 빈데비 늪지에서 발견된 철기시대 소녀 미라(빈데비 소녀라고 불린)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소설이다.
"빈데비 늪지에서 미라로 발굴된 아이의 시신,
어느 어린 삶이 왜 늪 속에 잠겨야 했을까?"
처음에는 소녀라고 생각되어졌다가, 나중에는 소년이라고 생각되어진 에스트릴트와 파리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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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릴트와 파리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고, 한계를 극복해 나가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강인한 소녀, 소년이다.
최초의 여자 전사를 꿈꾼 소녀 에스트릴트,
과학 이전에 자연과 생명을 탐구한 소년 파리크,
그리고 앞서 걸은 이들을 기억하는 이야기의 힘.
"사람은 죽은 뒤에도 '누군가가 그를 기억하는 한' 계속해서 살아 있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하는 한' 이라는 한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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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로리는 이 소설을 통해 "기억"과 "이야기"라는 주제를 탐구하며, 이들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를 어떻게 연결시키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역사 속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 특히 어리거나 연약해 보이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되살리며 그들의 존재 가치를 강조한다.
에스트릴트와 파리크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규범을 넘어,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멋진 아이들이다.
이것은 로이스 로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로, 모든 인간의 존재는 기억되고, 이야기를 통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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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에스트릴트는 십삼년을 살아오면서 이처럼 짜릿한 기분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마치 이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이 완벽히 어우러진 것 같았다. 늘 좋아했던 따뜻한 봄 날씨도 고맙고, 하필 지금 날개를 펼쳐 푸른 하늘에 곡선을 그리는 부엉이 한 마리도 근사하고, 뭉툭한 창끝이 땅을 칠 때마다 발 밑에서 느껴지는 흙의 떨림도 좋고, 숲에서 나와 우렁차게 행진하는 새 전사들을 향한 사람들의 감탄도 듣기 좋고, 새 전사들이 방패에 대고 내지르는 바리타스도 짜릿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 마침내 기다리던 시간이었다. 에스트릴트의 시간. 여동생들과 여자 친구들을 위한 시간. 모든 여자의 미래를 위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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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바라보던 마을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여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늪을 향해 끌려가는 에스트릴트의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럽게 나누는 말소리로만 들렸다. 그 소리는 여자 어른들, 그리고 여자아이들이 속삭이는 소리였다. 서로에게 질문하는 소리였다. 자기들의 미래를 묻는 소리였다. 그 작은 소리가 여자의 삶에 대한 희망처럼 들려왔고, 그 희망이 에스트릴트를 위로하듯 감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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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파리크는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순간 에스트릴트가 선물을 건넸다. 그것은 천으로 된 기다란 띠였다.
"우리 엄마 베틀에서 떼어 온 거야."
파리크는 부드러운 양털실로 짜인 띠를 손끝으로 만저보고, 갈색과 노란색과 빨간색이 서로 교차하며 이루는 정교한 무늬를 경의롭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에스트릴트가 보는 앞에서, 갈기처럼 숱이 많고 엉킨 자신의 머리카락을 그 띠로 질끈 묶었다. 그러고는 고맙다는 뜻으로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 파리크에게, 에스트릴트는 싱긋 웃으며 늘 하던 것처럼 "짹"하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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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파리크도 알았다. 파리크는 달빛이 물든 밤을 걸어 늪으로 향했다. 뒤틀리고 열이 끓는 몸을 그 흐린 물에 담그면, 마침내 시원해지리라. 주황색 눈 부엉이도 그곳에서 파리크와 함께할 것이다. 파리크와 부엉이의 머리 위로 신비로운 늪의 불빛이 환영의 춤을 출 것이다. 파리크와 부엉이는 잠드는 것이 아니다. 아니고말고! 함께 불빛들을 지나 스르르 공중으로 올라갈 테니까. 훨훨 날아오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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