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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로 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 - 파이어족 2년이 가르쳐준 부와 자본주의,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작은 깨달음
최성락 지음 / 월요일의꿈 / 2024년 3월
평점 :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지라 대부분의 사람은 그 생각 역시 환경과 밀접하게 움직이게 됩니다. 직장인과 프리랜서, 기혼과 미혼, 아이를 키우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등 경험한 것과 경험하지 않는 것, 또 각 연령대에 달리 경험한 것들이 각 사람의 생각과 사고방식의 결을 달리 만드는 것처럼요. <월급쟁이로 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의 표지에 쓰여있는 문구, "일로 먹고사는 사람과 자본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사회를 보는 눈이 완전히 달랐다."라는 글귀가 저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삶을 경험해 보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17년간 대학교수였던 저자는 2021년 8월 말에 파이어족이 되었습니다. 일하지 않으면서 (월급을 포함해) 주변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스스로 먹고 살 수 있기를 바랐던 저자는, 비트코인이 폭등했던 2021년 금융 투자 수익으로 목표했던 금액을 달성하게 되었고, 순자산 50억 원을 가지고 이후의 삶과 경제적 여건 등에 대한 고심 끝에 은퇴를 결정합니다. 파이어족이 된 후 만나는 사람이라면 거의 어김없이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대답하며 자신의 파이어족 생활에 대해 생각한 것을 책으로 펴낸 만큼, 저자가 파이어족이 되기 전과 후의 생각, 생활, 알게 된 것, 파이어족의 장단점 등 현실감 가득한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기대 수명을 얼마로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재무 계획, 다양한 파이프라인과 그것들의 실질적인 장단점, 오랜 기간 직장을 다니며 전문성을 쌓은 이들이 왜 은퇴 이후에는 전문성과 동떨어진 치킨집 창업을 하게 되는지 등과 같은 현실 밀착형 이야기, 금융회사의 신용 판단 기준과 그에 따른 문제점, 자본주의의 본질과 자산가의 가치에 대해 달라진 생각, 큰돈을 벌게 된 후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여러 시도를 해보며 달라진 관점이나 새롭게 알게 된 것 등 조금 더 거시적인 이야기까지, 저자가 말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 되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재미있게 술술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는 많았던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었습니다. 막연하게 이론으로 접하고 매체를 통해 지식을 쌓는 것과는 달리,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달까요.
살면서 경험한 것 중에 가장 큰 긍정적인 변화는 '큰돈이 생긴 이후' 일어났다는 저자의 말과 그에 대한 이야기에, 삶을 바꿀만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일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일이 될 수도, 여행지에서 생긴 우연한 경험일 수도, 혹은 신과의 만남일 수도 있겠죠. 저자가 은퇴할 때 달성했던 순자산만큼의 큰돈을 버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바꿀 만큼 영향력이 있는 사건 중 그나마 우리의 힘이 미칠 수 있는 일이 '돈을 버는 것'이라는 사실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업무 관계에서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래서 삶에서 오는 큰 스트레스의 요인이 제거된다'는 파이어족의 가장 큰 장점은,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일하지 않고 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저에게 단번에 부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어렵고 힘든 상황 덕분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그래서 그나마 전보다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나에게 오히려 좋은 일인 것 같다는 생각도 했구요. 저자 역시 책 내용을 통해 말하듯 돈과 시간에 있어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 즉 자유가 주어졌다는 것이 모두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요.
책을 많이 읽는 저자가 말하는 가장 좋은 책은 '그 책을 읽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기는 경우'라고 합니다. 저 역시 꽤 많은 경우 책 선택 기준으로 두고 있는 것이기도 한데, 이 책 역시 저에게 그런 영감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파이어족을 꿈꾸는 사람은 물론이고, 너무 심각하지 않게 그러나 지금의 삶과 방향에 대해 돌아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