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 내 발목을 잡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죄책감과 수치심에 맞서는 심리학
셰리 캠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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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로운 사람과의 관계, 그것이 가족이라 해도 단절할 수 있다는 말은 요즘 들어 책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조언입니다. 하지만 아마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도움을 받고자 했을 무렵엔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그럼에도 책의 저자는 자신을 잘 돌보기 위해 가족과의 단절을 선택했고 또 그것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의 저자 셰리 캠벨은 외국 영화를 볼 때 등장하곤 하는 여러 문제들을 합친 듯한 가정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의 잦은 결혼과 이혼 및 연애, 예고 없는 오랜 기간의 부재, 극적인 사건과 갈등, 왜곡된 신앙, 한 아이를 희생자 삼는 가족 환경 등 저자가 '학대'라고 표현하는 여러 조건들 속에 살아가면서 저자는 자신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적응 패턴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런 환경에 살았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고민하며 이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을 기록한 것입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해로운 사람 -가족의 특성, 해로운 가족 안에서 성장한 이들이 경험하는 여러 심리적 문제나 증상들, 스스로를 회복하도록 돕는 다양한 방법들과 함께 관계 단절 이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합니다. 저자가 말하듯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이 여실히 반영된 내용이었습니다. 저자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그리 많이 기록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얼마나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었고, 오랜 시간 자신을 들여다보며 마주하는 시간을 보냈을거란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온전하게 산다는 건 

자신의 좋은 점 뿐만 아니라 

힘들고, 슬프고, 터무니없는 면과 두렵고 화가 나는 면까지 

전부 알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좋은 점과 나쁜 점, 억울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 망가진 부분과 치유된 부분, 

예쁜 면과 못난 면, 사랑과 고통이 모두 있어야 진정한 온전함이 된다. (p.167)


저자는 해로운 가족과 단절하는 것의 목표가 가족에게 해를 입히거나, 상처를 주거나, 화를 돋우려는 의도로 내리는 결정이 아닌, 자신을 보호하고 해방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단절 이후 내면의 허전함은 저절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며, 거기에서 오는 상실감이나 애도의 시간 또한 필요합니다. 인내가 필요하고 이전에 없던 과제도 부여되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상처받고 흉터가 남은 채로 산다고 해도 그 짐을 지고 계속 살아가면 된다구요. 

지금의 가족과 단절이 필요한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따를 것입니다. 다만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증상들이 자신의 삶에서 나타난다면, 전문적인 상담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책을 참고하여 자신이 양육된 환경을 돌아보며 그 원인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지금까지처럼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거나 가족의 탓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 아닌, 나를 더 이해하고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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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 (블루캣 에디션) - 당신을 위한 행복한 인간관계 지침서, 개정판
김경일 지음 / 저녁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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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것과 타인이 이해하도록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같은 것이 아니라고 하죠. 본질을 잘 알고 있을수록 아이들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데, 저는 김경일 교수님의 책이나 강의를 보고 들을 때마다 종종 '이 분도 그런 분이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상대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능력이 종합적으로 작용되어 나온 결과인 듯한데, 어떤 비법이 있을까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구요.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은 '타인, 나, 그리고 삶'을 주제로 합니다. 관계에서, 삶에서 발생하는 여러 고민에 대해 저자의 경험과 인지심리학자로서의 지식을 버무려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죠. '감정적인 사람에게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 '관점이 다른 사람은 나에게 도움이 된다', '남의 인정보다 더 중요한 것', '먼저 다가가기 위한 작은 행동', '꼰대 소리 듣지 않고 잘 소통하는 법' 등의 소제목은 많은 이들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나 고민들을 보여줍니다. 글을 읽으면서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구나' 생각하기도 하고, '이런 개념이 이렇게 연결되기도 하는구나' 하며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성숙의 정도를 의미하는 '마음의 눈금'은, 용어만으로도 따뜻함을 전해줍니다. '이 사람은 이분법적이네/ 미성숙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저 부분에 대해서는 마음의 눈금이 아직 2개구나'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느낌이랄까요. 머릿속에서 생각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을 막는, 어찌 보면 불편하기도 한 환경이 실은 과한 확신을 막아주는 고마운 역할을 하는구나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저자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나의 삶과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이해를 넓혀주며 또 거기에서 오는 깨달음이 있구요.



인생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불행해지는 방법 중 하나는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을 가장 허망하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가 

'바꿀 수 있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p.6)


프롤로그의 이 구절과 함께 우리 삶의 상수와 변수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를 보다 명확하게 그리게 도와줍니다. 성격과 지능처럼 거의 변하지 않는 부분, 그리고 나의 외부 조건인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것은, 변할 수 있는 부분인 나의 관점과 태도를 보다 넓혀주고 유연하게 해준다는 사실을요. 다양한 고민에 대한 심리학자로서의 답과 한 인간으로서의 경험을 전해주는 첫걸음이라는 이 책을 보니 벌써 다음에 나올 책도 기대가 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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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나를 괴롭힐 때 지금당장 3
데이비드 A. 카보넬 외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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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전혀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청난 문제가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걱정들을 하고, 또 불안해하거나 고민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생각이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일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그 생각이 아니었더라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자꾸 하게 만든다면, 그때는 조금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에 대해 관찰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생각이 나를 괴롭힐 때>는 무려 10인의 공저자가 함께 쓴 얇은 책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또는 아무 이유도 없이 불쑥 떠오르는 생각 때문에 괴로운 이들을 위해 쓰인 책입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원치 않는 생각'에는 주로 자신이 원하는 생각 또는 자신의 성격, 가치관, 소망과는 '정반대'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무시하거나 억누르기 어렵고 논리적으로 논쟁이 가능한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밀어내려고 애를 쓸수록 불에 기름을 붓는 것처럼 오히려 끈질기게, 더 자주 일상을 지배하게 되죠. 저자는 원치 않는 생각으로 인해 괴로움을 겪는 이들의 '생각' 그 자체가 아니라 생각을 대하는 '관점'에 대해 초점을 맞춥니다. 생각은 생각일 뿐이며 현실이나 나 자신과는 다르고, 생각한다고 해서 다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라구요.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마음이 하는 말을 판단하거나 반응하지 않고 그저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당장 조치가 필요한 다급한 상황인 것처럼 반응하지 않고 관찰자로 머무르면서 마음과 거리를 두는 것이 우리를 괴롭히는 반복적인 생각에서 멀어질 수 있는 핵심이라고 합니다. 이와 함께 의도적으로 두렵게 여기는 것에 달리 반응하는 등 두려워하는 것들을 피하는 대신 건강하게 마주하고 다른 방법으로 대처한다면, 편도체의 반응 경로가 바뀌고 횟수가 쌓일수록 그 생각과의 거리는 멀어질 수 있다구요.

'완벽한 상태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그 완벽함은 파괴되므로 완벽함은 환상일 뿐이며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책은 완벽이나 위생 등 '강박'으로 판단될 만한 생각이나 행동이 아니더라도, 파국화(미래에 자신이 두려워하는 상황이 생겨 이겨내지 못하리라고 짐작하는 것)의 사고방식을 주로 하는 분, 모 아니면 도 - 흑과 백 같은 극단적인 생각을 주로 하는 분들 등 조금 더 건강한 형태의 생각이 필요한 모든 분들에게 자신의 생각에 대한 통찰을 전해줄 것 같습니다.


저자가 권유하는 마음을 대하는 방식은, 마치 무언가에 대해 고집을 부리는 사람을 대하는 좋은 방식과 같지 않나 싶었습니다. 때로 이성이나 논쟁이 통하지 않는 대화 상대를 만날 때가 있죠. 그때 그의 논리에 대해 반박하면 할수록 수긍하기보다는 자신의 논리를 강화해가며 절대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나요.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 대신 관찰하며 수긍하면, 신기하게도 고집은 한 풀 꺾이고 때로는 자신의 의견을 스스로 돌이켜보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마음이나 생각도 마치 그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를 '틀렸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존재를 인정해주기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하구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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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관리하는 방법 - 갈등에 대처하는 7가지 전략 70가지 전술
피터 T. 콜먼.로버트 퍼거슨 지음, 김미양 옮김,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 감수 / 마리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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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전제하고 있는 권력과 갈등의 관계를 인정하고 나니, 갈등에 대한 개념이 더욱 명확하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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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관리하는 방법 - 갈등에 대처하는 7가지 전략 70가지 전술
피터 T. 콜먼.로버트 퍼거슨 지음, 김미양 옮김,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 감수 / 마리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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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 없는 관계나 공동체는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갈등을 잘 풀어나갈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갈등에 대한 인식은 다를 것입니다. 갈등을 잘 풀어나갈 수 있다면 갈등이 마냥 끔찍한 것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일반적으로 갈등 상황이 힘들고 어렵긴 하지만, 잘 해결된다면 없었던 때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갈등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을까요?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은 세계적인 갈등 관리 전문가 피터 T. 콜먼과 심리학자이자 경영 코치인 로버트 퍼거슨이 함께 쓴 책으로, 갈등에 대처하는 전략과 전술을 담은 무려 약 3cm의 두꺼운 책입니다. 저자는 '갈등'을 서로 다른 이해관계, 주장, 선호도, 신념, 감정, 가치, 아이디어 또는 진실이 충돌할 때 일어나는 일 (p.32) 이라고 정의합니다. 힘 - 권력의 차이는 공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꺼려지곤 하지만, 수십 년간 갈등을 연구한 저자들은 갈등과 권력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권력이란 '행동을 하게 하거나 하지 못하게 하여 일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 행동하거나 행동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권(p.42)'으로, 갈등 당사자들 사이에는 분명하게 권력과 권한의 차이가 존재하며, 그 차이가 갈등 관리 방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전제로 이 책을 저술했습니다. 갈등과 권력, 그리고 그 둘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갈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구요.

저자는 갈등 상황의 기본적인 3요소인 관계, 공유 목표, 권력 차이를 종합하여 갈등 상황을 7가지로 유형화하였습니다. '온정적 책임, 명령과 통제, 협력적 의존, 불행한 용인, 독립, 파트너십, 영역 다툼'의 7가지 상황은 각 상황에 가장 적합한 특정 사고방식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자비, 지지 구축, 지배, 회유와 순응, 자율성, 적응, 저항'의 갈등 사고방식은 각기 나름의 효용과 이익, 비용과 결과가 있는데, 책에서는 7가지 사고방식의 개념과 구체적 사례, 각 사고방식에 대한 자기-조직 평가 문항, 각각의 장단점과 전술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권력의 정의, 일차 권력과 이차 권력의 구분, 사실상 갈등을 지배하는 것은 감정이라는 사실 등은 갈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갈등이 거의 항상 특정한 관계나 사회적 상황의 흐름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은 갈등의 효율적 해결 가능성에 대해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해주었구요. 다양한 갈등 상황 유형과 사고방식으로부터 발생 가능한 결과를 보면서, 절대적으로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대응 방식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른 상황 판단과 지혜로운 대처의 중요성이 더 크게 와닿았구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갈등 상황을 잘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개념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는 역량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겠죠. 갈등의 상황은 일상에서 종종 만날 수 있으니, 그때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의식적으로 갈등 상황을 분류해 보고, 해당 상황에 맞는 방법도 적용해 본다면 갈등 해결에 한층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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