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보다 태양 스콜라 창작 그림책 51
마시 캠벨 지음, 코리나 루켄 그림, 김세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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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학(남녀합반은 아니였음) 중학교를 다녔던 제게 음악실은 아주 징글징글한 장소였어요. 음악 시간이면 각 교실이 아닌 음악실로 이동해서 수업을 받아야 했거든요. 이게 뭐 그렇게 징글징글할 일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제겐 그랬어요. ㅜㅠ 사춘기 남녀 학생, 학년 전체가 돌아가며 사용하는 음악실이란...어휴. 그 시절 피끓는 청춘들의 오작교 역할을 했던 음악실, 그리고 그곳 책상 위에 토해낸 엄청난 낙서들. 그걸 본다면 "충분히 그럴만도 해.' 하실 거예요.

책상에는 '화이트'라 불리던 수정액부터, 사인펜, 볼펜, 심지어 조각칼까지 이용한 낙서들이 빼곡했는데요. 음악선생님은 매 수업 시작 전후로 책상을 검사하셨어요. 그러다 혹시라도 새로운 낙서가 발견되면 반 전체가 기합. 아주 징글징글했어요. 성악 전공(부전공으로 기합??)의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그분 덕분에 별의별 기합을 다 체험해볼 수 있던 시절이었거든요.

몇몇 날라리들이 낙서하다가 걸리는 날이면 어휴...
원산폭격의 날이 되는데요. 저는 이거 진짜 못해서 흑흑... 원인제공자인 날라리들에게 "늬들, 수업 끝나고 남아! 가만 안두겠어!!"라고 으름장을 놓고 싶었으나...그러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분을 삼켰드랬죠.
(원산폭격이라 함은 일명 "대가리 박아!" 자세예요. 바닥에 머리 박고 멒드려 뻗쳐서 손은 열중 쉬어 자세. ㅜㅠ)

이런 가혹한 벌이 낙서를 줄이는데 효과가 있었냐고요?
전혀요. 오히려 낙서 내용에 선생님을 욕하는 내용이 추가되었다는 거 외에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어요.
낙서가 발견될 때마다 반 전체 학생은 버러지만도 못한 존재가 되어 가혹행위를 겪어야만 했던 그 시절...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구름보다 태양>에 나오는 낙서가 지난 옛 시절의 기억까지 소환하게 할 줄이야. 암튼 그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구름보다 태양>은 학교 여자 화장실 벽에 써 있는 나쁜 말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청소부 아주머니가 발견한 그 '나쁜 말'.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끝내 밝혀지진 않지만 그것의 부정적인 파급력으로 미루어볼 때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의 것임은 분명해요. 나쁜 말이 발견된 이후로 아이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걱정을 하거나 불안해하고, 전보다 더 못되게 구는 등 문제행동을 보이게 되거든요.


아이들의 변화를 재빠르게 감지한 교장 선생님은 전교생을 강당으로 불러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줘요.

"우리 모두는 특별하고, 우리 학교도 특별하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 무엇보다 고운 마음을 가졌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 이곳에 나쁜 말이 설 자리는 없다."라고요.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림 속 아이들의 제각각인 표정만 봐서는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아이들 마음 속에 뭔가가 분명 꿈틀대기 시작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번에는 담임 선생님이 학교를 상징하는 배지를 나눠주며 이런 얘기를 해줍니다.

"너희가 누구인지 꼭 기억하렴."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와 연결지어 본다면
"세상 무엇보다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란 걸 기억하라는 의미겠지요?


한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해주는데요. 그것은 나쁜 말이 적혀 있는 화장실 벽을 바꾸는 일이었어요. 아이들은 나쁜 말이 적혀 있는 벽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워 넣으며 나쁜 말이 내뿜었던 부정적인 영향권에서 조금씩 벗어나는듯 보였지요.
그러나 나쁜 말은 그림 아래 벽 그곳에, 그리고 이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 이것은 아이들을 다시 또 의기소침하게 만드는데요. 이에 대해 선생님은 나쁜 말은 남아있지만 우리가 믿는 좋은 것들로 그 벽을 칠했을 때 이미 달라진 거라고 알려줘요.
교장 선생님도 멋지지만, 담임 선생님도 참 훌륭한 분이란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어요.

이후 아이들은 나쁜 말이 써져 있던 벽에 자신들이 그린 벽화를 보며 시를 쓰는데요. 짧지만 마음에 참 와닿는 내용이라 이곳에 옮겨 봅니다.


회색보다 초록이,
구름보다 태양이 더 많다.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이,
미움보다 사랑이 더 많다.

우리 안에 담겨진 많은 것들중에서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려준 고마운 선생님. 덕분에 회색보다 초록을, 구름보다 태양을, 보다 좋은 것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게 된 아이들. 앞으로 만나게 될 세상의 온갖 나쁜 말들 앞에서도 아이들은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분명 배웠으리라 생각해요.

앞서 잠깐 짚어본 중학생 시절의 나였다면 상상도 못했을 이야기들을 이렇게 그림책을 통해 만나보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과거 학창 시절의 나는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이 더 많다고 믿고 자랐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을 거란 믿음이 생겼으니까요. 그리고 '나쁜 말'에 노출된 아이들을 현명하게 이끌어줄 멋진 어른들이 많아졌다는 것에 안심도 되고요.


앞으로 우리가 사는 동안 우리 앞에 수많은 나쁜 X, XX, XXX들이 덤벼들어 우리의 영혼을 갉아 먹으려 할 때면 주문처럼 외워 봐요, 이렇게!

구름보다 태양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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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 - ‘자기주도성’은 ‘성공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윌리엄 스틱스러드.네드 존슨 지음, 이영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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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이와의 실랑이는 계속 됩니다.
아이패드에 얼굴을 쳐박고 유튜브 세상에 빠져서 해야 할 공부는 뒷전인 아이. 이런 모습을 보며 "숙제는 했니?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도 좀 읽고 그래야지. 밖에 나가서 줄넘기라도 해!"하며 잔소리하는 엄마.
"왜 너는 네 할 일을 알아서 스스로 하지 않는 거니!!!" 하며 폭발하는 하루하루입니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에게 잔소리는 별 도움도 되지 않고요. 이제는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 조금씩 다다르는 이 느낌, 불안.

그러던차에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는데요.
책 서두에 저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부모는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다. 무슨 수를 써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역할을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과 행동을 하고, 인생의 여러 갈림길에서 스스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기보다는 아이들의 내적 동기를 끌어낼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부모의 압력에 억지로 끌려다니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행동하는 아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론은 아이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부모는 아이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허락하고 더 많은 선택안을 주어야 하는데,
그 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부모의 욕심, 과잉보호, 집착 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죠.
책 제목 그대로 엄마는 아이를 존중하여 자유롭게 놔주어야 하고, 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의 방향을 선택하고 주도해나가는 것. 이게 바로 핵심.


아이가 스스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는 삶의 통제감을 갖기 위해 각 연령대에 필요한 원칙과 방법들이 나오는데요.
자녀의 연령대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듯합니다.

"나는 네가 좋은 결정을 하리라고 믿어.
이건 전적으로 네 문제지만,
나는 선택의 장단점을 잘 생각할 수 있게
돕고 싶어.
또 네가 좀 더 경험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얻길 바라.
마지막으로 나는 네 결정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때
고려해볼 만한 대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 p.79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 위한
각 연령대에 필요한 원칙과 방법들


1. 유아 - 둘 중 하나를 스스로 고르다

2가지 옷 중에서 선택하게 한다. 도전해볼 때가 되었다면 스스로 옷을 입게 하면서 도움을 주되 강요하지는 않는다. 입는 데 한참이 걸리고,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중요한 배움의 과정이다. 이럴 떄의 제안은 이런 식이어야 한다. "블록 놀이 할래, 그림 그릴래?"


2. 미취학 아동 - 달력을 활용해 통제감을 개발한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즉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지 결정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달력을 주고 그들에게 삶에서 중요한 사건을 적어보라고 조언해도 좋다. 아이들이 시간의 흐름을 이해하고 하루가 어떻게 펼쳐질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 한 번 스케줄을 점검하고, 가능한 부분에서는 아이들이 스케줄을 선택하게 한다. 생각날 때마다 지나간 날은 줄을 그어 지우게 한다. 이 과정을 겪으며 아이들은 자신이 그저 부모의 계획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과, 무슨 일이 언제, 왜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달력에 중요한 일을 적으며, 점차 삶의 통제감도 개발할 것이다.


3. 초등학생 - 장단점을 비교해 스스로 선택한다

어떤 활동을 할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잠을 얼마나 잘지 더 많은 선택을 제안할 수 있다.
"네가 결정할 문제야"라는 말의 의미가 더 확실하게 전달되기 시작한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누고, 예상과 다르게 일이 다르게 진행되면 어떻게 할지도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다.


4. 중학생 - 직접 정보를 탐색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어떤 선택과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5. 고등학생 - 실수를 딛고 더 나은 자기 인식을 개발한다

고등학생에게 "네가 결정할 문제야"를 실천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10대들은 또래의 압력에도 취약하고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 반면에 행동에 수반되는 위험을 명확히 인식하고 잠재적 위험보다 긍정적 결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10대와 협력적 문제 해결법을 쓸 때는 이런 성향을 염두에 두고 그들이 부정적인 면을 진지하게 고려하도록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협력적 문제 해결법을 따르지 않는다면, 독재적인 접근법이 나을지 물어보라. "좋아, 그냥 다음 달은 용돈을 반만 줄 거야." 장담하건대 아이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좋아요, 진지하게 얘기 좀 해봐요." (책에는 이렇게 나와 있으나....쿵하니 문 닫고 방에 들어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10대들에게는 "네가 삶의 문제를 마주해 정보에 따라 판단하고,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라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것은
아이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릴 수 있게 도음을 주는 것이겠죠. 그런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내려놔야만 가능한 일이라 그럴지도요.,
그럴 때마다 에크하르트 톨레가 한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보면 어떨까요.

"그들은 당신을 통해 이 세상에 왔지만 '당신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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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디에나 있어 - 공을 물고 달리는 개의 행복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8
브루스 핸디 지음, 염혜원 그림, 공경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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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는 날. 빌려볼 책들을 잔뜩 적어놓은 종이를 잊지 않고 꼭 챙긴다. 아무 생각없이 서가를 돌며 책을 꺼내보고 싶지만 그럴 여유가 없을 때 꼭 들르는 곳은 반납대 근처의 책수레. 여러 사람들이 읽고 반납한 책들을 이리저리 들쳐보는 건 그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재미다. 타인의 서재에 관해 호기심이 많은 나에게 그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대체재(?)로 이만한 것도 없다.

오늘은 영어그림책들이 대거 눈에 띈다. 익숙치 않은 작가들의 책이지만 겉표지와 내부의 아름다운 그림들이 '나를 데려가세요~"하며 유혹한다. '아니지, 아니지. 오늘 나는 딱 열 권의 책만 빌려갈거야. 구르마도 안 가져왔는 걸. 너희들은 다음에, 다음에 꼭 데려갈게.'하며 휴대폰의 카메라로 맘에 드는 몇 권을 찰칵(최대한 소음이 나지 않도록 소음 나오는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는다.) 찍어 저장한다.

그런데 그중 유독 눈길을 끄는 제목의 영어그림책이 있다.

<The Happiness of a Dog with a Ball in Its Mouth>

'어라, 공을 물고 있는 개의 행복이라니?'
'개는 입에 공을 물고 있을 때 진짜로 행복한 걸까?'
사실 여부는 모르겠으나 그림 속 개가 행복해 보이긴 하다. 눈으로 웃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

'작가가 누굴까? 브루스 핸디?' 처음 보는 이름이다. 그런데 옆에 나란히 적혀 있는 이름이 익숙하다. 어쩐지 그림체도 익숙하더라니. 염혜원 작가의 그림이다.
아, 이런 시간이 흐른다. 빨리 집으로 가야 한다.
그래, 이건 빌려가서 천천히 보자.

부지런히 서가를 돌며 종이에 적힌 책들을 찾아내 대출하고 책 소독기에서 차례로 소독을 한다. 이제는 서둘러 집으로...

이렇게 해서 나는 원서로 이 책을 처음 보게 되었다.
그리고 운좋게 서평단에 당첨되어 번역 출간된 책도 받아볼 수 있었다.

번역 출간되면서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원서의 제목은 부제목으로 쓰였는데, 한국어판 제목의 뜻을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 - 공을 물고 달리는 개의 행복> 이라는 제목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책으로 들어가보면 우선 글도 글이지만, 염혜원 작가의 그림에 스르륵 긴장이 풀린다. 부드러운 선과 따스한 색감에 마음이 풀어지는 그 느낌. 작가가 보이지 않게 숨겨놓은 메시지나 장치들을 찾기 위해 힘들게 눈알을 굴릴 필요가 없다. 그저 보이는대로 보고 느끼면 된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표지에서, 제목에서 언급되었던 개의 행복을 찾아본다.


"문 앞에 가만히 앉은 개의 기다림
...
공을 물고 달리는 개의 행복"

주인이 데리고 나가줄 때까지 보채거나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개의 모습과 바로 이어지는 공을 물고 달리는 개와 어린 소녀. 바로 이런 게 '행복'이란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 것 네 것 가르기
...
우리 것의 행복"


"가야 하는 먼 길

도착했다는 행복"

책 속에서 보여주는 행복은 어느 것 하나 특별할 게 없다.
우리의 일상에서 시시때때로 볼 수 있거나 경험할 수 있는 평범 그 자체다. 맛으로 소문난 떡볶이집 레시피에서 특별한 비법을 잔뜩 기대했는데,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맛을 낼 뿐이라는 주인장의 말에 적잖이 실망할 때와 비슷하달까? 그래서 책 제목만 보고 행복의 비결 이런 것들을 기대할지도 모르는 독자들의 실망과 충격(? ㅋㅎㅎㅎㅎ)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라고 단언하는듯한 제목으로 바뀌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후훗,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 또한 번역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수준도 입장도 아니지만 책 읽는 내내 공경희 번역가의 공들인 흔적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라는 평범하다 못해 흔한 제목에 유독 안심이 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행복이 소수의 특별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밝은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또한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감사의 필터를 통해 불평불만을 걸러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곁엔 늘 행복이 머물러 있지 않을까.



서평단에 당첨되어 주니어RHK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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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조리 소비 함정을 피해라! - 돈 워리 경제 만화 미세기 경제 만화
기메트 포르 지음, 아드리엔 바르망 그림, 이정주 옮김, 박원배 감수 / 미세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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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은 어떤 물건에 마음을 뺏기고, 어떤 것들을 사는데 돈을 지출하셨나요? 우리 삶에서 거의 매일 이루어지고 있는 소비 활동. 과연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 정말 사고 싶어한 그 물건이 맞는지 자신할 수 있으신가요?

매일 무언가를 사고 돈을 지출하도록 부추기는 소비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소비 없는 삶은 불가능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올바른 소비 습관을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이며, 쇼핑중독과 충동구매에서 벗어날 방법은 어떤 것인지 우리는 늘 고민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잠깐뿐, 화려하게 포장된 물건들과 매력적인 광고 문구들은 우리를 한시도 가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경제 만화인 <요리조리 소비 함정을 피해라!>에서는 '소비 함정'이라고 지칭하며, 함정을 피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소비 함정'은 소비자로 하여금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를 계속 사게끔 만드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일치하는데요. 소비자로 하여금 더 사게 할 이유를 만들기 위해 기업에서는 포장과 광고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마케팅이 발전해왔죠. 그래서 소비 함정과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함정'과 '전략'이라는 단어만 서로 다를 뿐 그 내용은 모두 동일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면요.

이제는 너무 흔해서 새로울 게 없지만, 1만원과 9900원 가격의 비밀이 있지요. 고작 100원 차이인데도 불구하고 9900원을 덜 비싼 것으로 느끼는 '심리적 가격'을 이용한 소비 함정(마케팅 전략)이 있고요.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데, 마친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하여 소비를 유도하는 그린 워싱도 있습니다. 환경보호를 핑계로 사람들이 더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러나 가끔 아주 가끔은 정말로 싼값에 파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요즘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캡슐커피머신이 대표적이죠. 캡슐 가격만 내면 커피머신은 거저 주다시피 하는데요. 여기에도 소비 함정은 도사리고 있어요. 커피 캡슐을 교체하는데 계속해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상품의 싼값이 소비자를 위한 게 아니라는 거.

이외에도 한정 수량이라고 광고하는 희소성 마케팅, 무료 앱이라고 시선을 끌어 붙잡아두고 유료 옵션으로 돈을 쓰게 만드는 함정, 현금보다는 카드 결제시 할인을 해주는 방법으로 더 쉽고 빠르게 소비를 유도하는 함정 등등...
알고 있으면서도 무심결에 빠지게 되는 함정들에 관한 이야기가 매우 쉽고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성인이어도 너무나 쉽게 자주 빠지는 소비 함정. 지금도 소비의 늪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재기하며 허우적대는 분들이 분명 계실텐데요.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올바른 소비 교육! 그 시작에 <요리조리 소비 함정을 피해라!>는 어른은 물론 우리 아이들에게 소비와 소비 함정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접근하게 해주는 좋은 교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구입해서 보시던 도서관에서 빌려 보시던 꼭 아이와 함께 보시길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하는 이유가 비단 나의 지갑을 지켜주는 것 뿐만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해요. 나의 현명한 소비가 지구 반대편에서 고통 받는 누군가를 구하고, 동물들의 무분별한 희생을 막으며, 더 나아가 우리의 소중한 지구를 지켜내는데 꼭 필요한 경제 활동이라는 것을요.



해당 도서는 제이그림책포럼 서평단에 당첨되어 미세기 출판사로부터 무상제공받았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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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화당의 여장부, 박씨 - 박씨전 처음부터 제대로 우리 고전 3
김영미 지음, 소복이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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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로 얼굴을 반 이상 가린 여인의 모습이 매우 신비로워 보입니다. 주변을 감싼 용과 호랑이의 기운 또한 예사롭지 않고요. 그림 작가가 누군가 보니, 아~~~~~'소복이' 작가님이시군요. 책 속에 어떤 그림들이 담겨 있을까 기대에 가득차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았습니다만. 감상할 수 있는 그림이 거의 없고, 크기 또한 매우 작아서 아쉬웠습니다. 그림책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좀 많이 아쉽더라고요.

그러나 아쉬움도 잠깐!
글 작가인 김영미 작가의 여는 글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왜 여자 영웅의 이야기는 드문 걸까요?
우리는 여자 영웅의 이야기를 만들거나 찾아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실제로는 우리 주변에는 여자 영웅이 많은데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박씨전> 그런 의미에서 아주 반갑고 고마운 이야기책이랍니다. 여자들이 차별과 억압 속에서 살아야 했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동서양의 고전 소설을 통틀어 손에 꼽힐 정도로 씩씩하고 매력적인 여자 영웅이 나오거든요."

차별과 억압으로 여성에게 특히나 가혹했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전개될 박씨전.
대강의 줄거리만 알고 있었지, 한 권의 책도 읽어보지 않았던 터라 호기심을 가지고 책장을 넘겨보았는데요.
흡입력있게 술술 읽히는 것이 꽤나 흥미진진, 재밌었습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조선 인조 임금 때 이득춘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어느 날 우연히 박처사를 만나게 되고, 박처사의 제안으로 서로의 아들 딸을 혼인시키기로 약속을 하죠. 득춘의 아들 시백은 훌륭한 외모에 아버지를 닮이 지적인 능력까지 뛰어난 걸로 그려지는데요. 딸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사윗감으로 욕심낼 만한 시백. 도인 또는 신선으로 그려지는 박처사라도 시백의 매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거겠죠.

그렇다면 이쯤에서 박처사의 딸은 어떨지 궁금해지는데요.
금강산에서 혼인 후 시백의 집에 와서야 얼굴 모습을 드러낸 박씨의 모습 또한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게 말이죠. 못생겨도 너~~~무 못생겨서 시백은 물론 시아버지 득춘까지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는 거 아닙니까. ㅜㅠ
외모가 추한 탓에 남편인 시백에게 외면당하고 집에서 일하는 하인에게조차 무시 당하는 박씨. 박씨는 시아버지 득춘에게 뒤뜰에 초당을 하나 지어 달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잠깐!!! '초당'이라 함은 초가집을 가리킨다고 본문에도 친절히 설명되어 있는데요. 위에서 보듯 책표지에서는 물론 각 장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그림에도 모두 기와 지붕 형태로 표현되어 있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암튼 박씨는 득춘이 지어준 초당에 '피화당'이라는 현판을 걸고 그곳에서 여종 계화와 함께 외로운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박씨는 놀라운 재주 몇 가지를 보여주는데요. 갑작스레 입궐하게 된 득춘의 조복을 하룻밤만에 지어내고, 삼백 냥 짜리 비루한 말을 삼만 냥 천리마로 만들어 이윤을 남기지요. 그뿐 아니라 신비한 연적을 시백에게 전해 장원 급제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해요.
이같은 일들이 외로운 박씨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줬으면 좋으련만 여전히 시백은 박씨를 외면하네요.

시간은 흘러 박씨가 혼인한지 3년이 되던 해,
박처사가 박씨를 찾아옵니다. 그리고는 말하죠.

"너의 액운이 다했으니 이제 그 누추한 허물은 벗어라."

허물을 벗은 박씨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모두의 짐작대로 절세가인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박씨의 아름다운 외모에 시백은 홀딱 반하고, 지난 날을 후회하며 반성합니다. 잘못을 뉘우치는 시백을 박씨는 넓은 품으로 용서하며 둘은 드디어 첫날밤을 보냅니다. ❤️ ❤️ ❤️

박씨와 시백이 금슬 좋은 부부가 되었다는 점에서
박씨의 변신은 참 다행이다 싶지만,
꼭 아름다운 외모로 변신해야만 하는가에 생각이 미치면 약간의 아쉬움이 듭니다. 물론 박씨의 지혜롭고 어진 성품이 아름다운 외모와 만나 시너지를 낸 건 사실이지만요.

이후 박씨는 조선을 위협하려고 드는 오랑캐의 첩자와 장수들을 기지를 발휘해 제압하는 등 많은 활약을 하게 되는데요.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매우 박진감 있게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책의 여는 글에서 보았듯이 박씨는 매우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보기 드물게 재주와 덕을 갖추기까지 했고요.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박씨의 삶의 변화를 이끈 터닝포인트가 외모의 변화, 변신이었다는 점입니다.

변신 이전에도 박씨는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일들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박씨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그때 잠깐뿐이었지요. 박씨에 대한 비호감이 호감으로 변하기에는 재주 하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는게 사실입니다. 역시 여자는 예뻐야 하는 걸까요? 이것이 여자 영웅 이야기의 한계라면 한계겠지요. 남자 영웅 또한 외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역시나 마찬가지고요.


한편 후반부에서는 여종 계화의 활약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같은 여자라도 양반가의 부인인 박씨보다 종의 신분인 계화의 운신의 폭이 훨씬 더 자유로웠기에 계화는 자신의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내놓고 오랑캐 장수 용울대의 목을 벨 수 있었거든요.

"나는 이 댁의 여종 계화다. 오랑캐 장수 따위가 하찮은 힘만 믿고 당돌하게 쳐들어왔으니 우리 댁 부인께서 네 머리를 베어 오라 하신다. 그러니 순순히 내 칼을 받아라!"

칼을 들고 오랑캐 앞에 나서며 이 대사를 읊는 계화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여종 계화의 이야기가 좀 더 비중있게 다뤄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의 좋은 점에 대해 얘기하면서 마무리할게요.
첫번째로는 고전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옛말에 대한 설명, 뜻풀이가 친절하게 나와 있다는 점이고요.
두번째는 <박씨전>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과 역사 속 실제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록으로 실려 있어서 매우 유용하다는 점이에요. 재미있는 이야기도 읽고 역사도 배우고 일석이조죠.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키위북스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도서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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