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그믐날 밤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방정환 지음, 허구 그림, 장정희 해설 / 길벗어린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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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통해 모르고 지나쳤을 법한 것들을 배웁니다.

하나, 소파 방정환(방정환 선생님의 호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선생님을 단순히 어린이날을 만든 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동문학가였다는 사실.
둘, 어린이날이 처음부터 5월 5일이 아니었다는 점. 
5월 1일이었다가 해방 후부터 5월 5일로 정해져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사실.
셋, 올해가 어린이날 100주년이라는 점.

몰라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겠지만 이렇게 알고 있어서 손해 볼 일도 없겠지요. 오늘도 그림책을 통해 "지식+1", 아는 것이 늘었습니다.

마침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으로 새롭게 출간된 <4월 그믐날 밤>을 아름다운 5월, 서평이벤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미술관에 온 듯 멋지고 아름다운 그림과 새 세상이 열리는 첫날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4월 그믐날 밤>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모두가 잠든 밤 고운 빛깔의 치마를 입은 각양각색의 꽃들이 내일 있을 잔치 준비로 분주합니다. 날이 밝으면 좋은 세상이 온다며 모두 새 옷을 입고 준비중이지요. 그 곁에는 말없이 이 모두를 지켜보는 소녀가 있고요.

그때 조그만 인력거 하나가 참새 새끼를 태우고 등장하는데요. 이를 본 꽃들이 놀라서 우르르 몰려갑니다. 내일 잔치를 위해 제비와 종달새들은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중인데 독창을 하기로 한 꾀꼬리가 목 병이 났다는군요.
꾀꼬리 걱정을 하던 꽃들은 좋은 꿀을 참새 편으로 꾀꼬리에게 전달합니다. 약으로 먹고 얼른 목병이 낫기를 바라면서요.
참새가 돌아간 후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제비.
꽃들에게 일일이 수고가 많다며 인사를 건네는데요. 제비는 5월이 온줄도 모르고 잠자는 꽃과 벌레를 깨워 놓고 왔다네요.
5월 초하루, 날이 밝기도 전에 모두들 각자의 자리로 이동해 잔치 손님을 맞이하는데요. 목병이 나서 걱정했던 꾀꼬리가 도착하자 모두들 환호합니다.
일 년 중 가장 빛나는 햇볕이 비추고 잔치 분위기는 무르익어 갑니다. 온갖 새들이 5월의 노래를 부르고 거기에 맞춰 나비들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
즐거운 봄이었습니다. 좋은 놀이였습니다.

특별나게 햇볕 좋은 아침에 사람들은 모여들면서
"아이고, 복사꽃이 어느 틈에 저렇게 활짝 피었나!"
"아이그, 이게 웬 나비들이야!"
"인제 아주 봄이 익었는걸!"
하고 기쁜 낯으로 이야기하면서 보고들 있었습니다.

5월 초하루는 참말 새 세상이 열리는 첫날이었습니다."

어린이날 축제를 준비하는 꽃과 동물들, 그리고 깊은 밤 홀로 깨어 말없이 이들을 바라보는 단발머리 소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잔뜩 풍기는 그림이 책을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책 마지막 부분에 실린 작품 해설에 따르면 <4월 그믐날 밤>은 방정환 선생이 쓴 대표 창작 동화로 인간이 관찰자가 되어 그려 낸 아름다운 판타지 동화라고 하네요. 이런 설명이 아니더라도 책을 보는 내내 환상의 세계에 초대된 듯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한편 잔치를 위해 서로 돕고 협력하는 꽃과 새들의 모습은 방정환 선생의 평소 생각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방정환 선생이 창간한 잡지 <어린이>에는 늘 이런 구호가 실렸다고 합니다.

"씩씩하고 참된 소년이 됩시다. 
그리고 늘 서로 사랑하며 도와 갑시다."


목 병이 난 꾀꼬리를 걱정해주고 챙기는 꽃들의 모습과 잔치 준비에 한창인 꽃들을 일일이 격려하는 제비의 모습 속에서 "늘 서로 사랑하며 도우라"는 방정환 선생의 메시지가 전해지는데요.
<4월 그믐날 밤>을 어린이와 함께 읽으며,
어린이에 대한 인격적 대우와 사회적 지위를 위해 헌신한 방정환 선생의 노력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듯 합니다. 그런데 옆에 어린이가 없으시다고요? 지금은 청소년이 된 자녀도, 아니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한때는 어린이었다는 사실. 그 때 그 시절, 어린이었던 나를 떠올려보는 것 또한 의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4월 그믐날 밤> 도서를 길벗어린이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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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던 용기
휘리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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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요. 친구와 나 사이에 겨우 한 번의 겨울방학이 지났을 뿐인데, 방학이 끝나고 마주친 둘 사이엔 반가움보다 서먹한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늘 함께였는데, 이제는 눈이 마주쳐도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어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점점 멀어지는 친구와 나의 사이...


"한번 놓친 인사는 시간이 갈수록 하기 어려웠어."<잊었던 용기> 중에서
멀리서 힐끔힐끔 친구를 살피는 나.
인사라도 먼저 건네지 못하고 망설이는 이유는 자존심 그 비슷한 감정 때문일까요. 내가 먼저 굽히고 들어가는듯한 그 느낌 말이죠. 그런데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 서먹해진 사이를 좁히려면 망설이며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재빨리 행동에 나서야 하는데 말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안녕!" 이라는 말 한마디 건네는 그 쉽고 간단한 일이 정말 어려운 일이 되는데... 서로 떨어져 바라보는 저 거리만큼이나요.


"친구가 내게 먼저 말걸어 주기를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잊었던 용기>증에서
망설이는 사이, 어느덧 봄은 오고 봄꽃이 활짝 피었어요.
이 좋은 날, 친구와 함께라면 더없이 좋고 행복할텐데.
여전히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창밖만 내다 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당연한 일.

책을 보다가 이 장면에서는 옛일이 떠올라 이렇게 말하고 싶어질지 몰라요. "어서 그 애에게 뭐라도 말을 해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더불어 지난 시절, 망설이다 멀어진 거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놓친 인연들을 함께 떠올리게 될지도요.


"나는 친구와 다시 가까워지고 싶어.
손잡고 인사하고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다 말하고 싶어." <잊었던 용기>중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와 예전처럼 가깝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사그라들기는커녕 점점 더 커져만 가요. 그래서 봄이 가기 전에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내는데요. 친구에게 편지가 도착해 답장이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을 거예요.



먼저 편지 보내 줘서 고마워.
나도 사실은 너와 인사하고 싶었거든. <잊었던 용기>중에서
친구 역시 나와 같은 생각, 나와 똑같은 마음이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비로소 '나'의 마음도 꽃이 만발한 진짜 봄을 맞이합니다. 친구 없는 봄은 따뜻한 봄이 아니었을테니까요. 그래서일까요. 둘 사이의 서먹함이 눈녹듯 사라지는 이 페이지가 참 좋았어요.
나 혼자만 친구와 다시 가까워지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는 걸 확인했을 때의 그 기쁨은...왈칵 눈물을 쏟게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이제 네가 싫어졌어."라며 행여 매몰찬 답장이 오면 어쩌나 움츠러든 마음이 단번에 스르르 녹아내리듯이 말이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게 착각이었든 아니면 섬세하지 못한 탓에 나와 그애 사이가 서먹해진 이유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해서였든...먼저 나의 마음을 열어 보이고,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 손 내미는 일은 늘 제 몫이었던 때가 있었어요. 멀어진 관계로 인해 괴로운 밤을 보내는 것보단 차라리 용기 내서 내 진심을 말하는 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그게 상대에 따라 제게 상처로 다가올 때도 있었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늘 먼저 다가서고 마음을 터놓는 저를 '쉬운 아이', '만만한 상대'라고 여기는 친구도 있었거든요. 그런 일을 몇 차례 겪은 후 저는 용기를 잊었다기보다는 그냥 외면하며 지내왔던 것 같아요.

'나도 알아. 이쯤에서 내가 먼저 전화를 하거나 톡을 보내면 서먹한 이 관계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다는 걸. 하지만 왜 그래야하지? 그것도 왜 늘 내가 먼저 해야 하냐구. 솔직한 내 마음을 보여줬을 때 돌아오는 상처, 더 이상 아파하고 싶지 않아.' 하며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용기를 차츰 외면하며 살아온 거죠.

<잊었던 용기>는 나에게도 있었던 좋은 점들을 다시 기억나게 해줬어요.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가끔은 그 끈을 확 놓아버리고 싶은 때가 종종 있는데요. '비록 지금은 이모양이지만, 지난 날의 나는 용감하게도(?) 참 솔직했고 먼저 다가설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라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갔던 지난 날들,
잊은 척 외면해왔던 내 안에 숨은 보석 "용기"를 꺼내봅니다.
마음과 마음은 통하는 거라고 제가 먼저 내민 손, 거짓 없이 열어보인 제 마음을 내친 이들 보다 따뜻하게 받아준 이들이 훨씬 더 많았음을 기억하며 말입니다.


서평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받았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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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보다 태양 스콜라 창작 그림책 51
마시 캠벨 지음, 코리나 루켄 그림, 김세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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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학(남녀합반은 아니였음) 중학교를 다녔던 제게 음악실은 아주 징글징글한 장소였어요. 음악 시간이면 각 교실이 아닌 음악실로 이동해서 수업을 받아야 했거든요. 이게 뭐 그렇게 징글징글할 일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제겐 그랬어요. ㅜㅠ 사춘기 남녀 학생, 학년 전체가 돌아가며 사용하는 음악실이란...어휴. 그 시절 피끓는 청춘들의 오작교 역할을 했던 음악실, 그리고 그곳 책상 위에 토해낸 엄청난 낙서들. 그걸 본다면 "충분히 그럴만도 해.' 하실 거예요.

책상에는 '화이트'라 불리던 수정액부터, 사인펜, 볼펜, 심지어 조각칼까지 이용한 낙서들이 빼곡했는데요. 음악선생님은 매 수업 시작 전후로 책상을 검사하셨어요. 그러다 혹시라도 새로운 낙서가 발견되면 반 전체가 기합. 아주 징글징글했어요. 성악 전공(부전공으로 기합??)의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그분 덕분에 별의별 기합을 다 체험해볼 수 있던 시절이었거든요.

몇몇 날라리들이 낙서하다가 걸리는 날이면 어휴...
원산폭격의 날이 되는데요. 저는 이거 진짜 못해서 흑흑... 원인제공자인 날라리들에게 "늬들, 수업 끝나고 남아! 가만 안두겠어!!"라고 으름장을 놓고 싶었으나...그러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분을 삼켰드랬죠.
(원산폭격이라 함은 일명 "대가리 박아!" 자세예요. 바닥에 머리 박고 멒드려 뻗쳐서 손은 열중 쉬어 자세. ㅜㅠ)

이런 가혹한 벌이 낙서를 줄이는데 효과가 있었냐고요?
전혀요. 오히려 낙서 내용에 선생님을 욕하는 내용이 추가되었다는 거 외에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어요.
낙서가 발견될 때마다 반 전체 학생은 버러지만도 못한 존재가 되어 가혹행위를 겪어야만 했던 그 시절...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구름보다 태양>에 나오는 낙서가 지난 옛 시절의 기억까지 소환하게 할 줄이야. 암튼 그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구름보다 태양>은 학교 여자 화장실 벽에 써 있는 나쁜 말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청소부 아주머니가 발견한 그 '나쁜 말'.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끝내 밝혀지진 않지만 그것의 부정적인 파급력으로 미루어볼 때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의 것임은 분명해요. 나쁜 말이 발견된 이후로 아이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걱정을 하거나 불안해하고, 전보다 더 못되게 구는 등 문제행동을 보이게 되거든요.


아이들의 변화를 재빠르게 감지한 교장 선생님은 전교생을 강당으로 불러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줘요.

"우리 모두는 특별하고, 우리 학교도 특별하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 무엇보다 고운 마음을 가졌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 이곳에 나쁜 말이 설 자리는 없다."라고요.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림 속 아이들의 제각각인 표정만 봐서는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아이들 마음 속에 뭔가가 분명 꿈틀대기 시작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번에는 담임 선생님이 학교를 상징하는 배지를 나눠주며 이런 얘기를 해줍니다.

"너희가 누구인지 꼭 기억하렴."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와 연결지어 본다면
"세상 무엇보다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란 걸 기억하라는 의미겠지요?


한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해주는데요. 그것은 나쁜 말이 적혀 있는 화장실 벽을 바꾸는 일이었어요. 아이들은 나쁜 말이 적혀 있는 벽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워 넣으며 나쁜 말이 내뿜었던 부정적인 영향권에서 조금씩 벗어나는듯 보였지요.
그러나 나쁜 말은 그림 아래 벽 그곳에, 그리고 이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 이것은 아이들을 다시 또 의기소침하게 만드는데요. 이에 대해 선생님은 나쁜 말은 남아있지만 우리가 믿는 좋은 것들로 그 벽을 칠했을 때 이미 달라진 거라고 알려줘요.
교장 선생님도 멋지지만, 담임 선생님도 참 훌륭한 분이란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어요.

이후 아이들은 나쁜 말이 써져 있던 벽에 자신들이 그린 벽화를 보며 시를 쓰는데요. 짧지만 마음에 참 와닿는 내용이라 이곳에 옮겨 봅니다.


회색보다 초록이,
구름보다 태양이 더 많다.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이,
미움보다 사랑이 더 많다.

우리 안에 담겨진 많은 것들중에서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려준 고마운 선생님. 덕분에 회색보다 초록을, 구름보다 태양을, 보다 좋은 것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게 된 아이들. 앞으로 만나게 될 세상의 온갖 나쁜 말들 앞에서도 아이들은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분명 배웠으리라 생각해요.

앞서 잠깐 짚어본 중학생 시절의 나였다면 상상도 못했을 이야기들을 이렇게 그림책을 통해 만나보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과거 학창 시절의 나는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이 더 많다고 믿고 자랐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을 거란 믿음이 생겼으니까요. 그리고 '나쁜 말'에 노출된 아이들을 현명하게 이끌어줄 멋진 어른들이 많아졌다는 것에 안심도 되고요.


앞으로 우리가 사는 동안 우리 앞에 수많은 나쁜 X, XX, XXX들이 덤벼들어 우리의 영혼을 갉아 먹으려 할 때면 주문처럼 외워 봐요, 이렇게!

구름보다 태양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제이그림책포럼 서평단에 당첨되어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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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 - ‘자기주도성’은 ‘성공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윌리엄 스틱스러드.네드 존슨 지음, 이영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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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이와의 실랑이는 계속 됩니다.
아이패드에 얼굴을 쳐박고 유튜브 세상에 빠져서 해야 할 공부는 뒷전인 아이. 이런 모습을 보며 "숙제는 했니?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도 좀 읽고 그래야지. 밖에 나가서 줄넘기라도 해!"하며 잔소리하는 엄마.
"왜 너는 네 할 일을 알아서 스스로 하지 않는 거니!!!" 하며 폭발하는 하루하루입니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에게 잔소리는 별 도움도 되지 않고요. 이제는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 조금씩 다다르는 이 느낌, 불안.

그러던차에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는데요.
책 서두에 저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부모는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다. 무슨 수를 써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역할을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과 행동을 하고, 인생의 여러 갈림길에서 스스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기보다는 아이들의 내적 동기를 끌어낼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부모의 압력에 억지로 끌려다니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행동하는 아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론은 아이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부모는 아이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허락하고 더 많은 선택안을 주어야 하는데,
그 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부모의 욕심, 과잉보호, 집착 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죠.
책 제목 그대로 엄마는 아이를 존중하여 자유롭게 놔주어야 하고, 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의 방향을 선택하고 주도해나가는 것. 이게 바로 핵심.


아이가 스스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는 삶의 통제감을 갖기 위해 각 연령대에 필요한 원칙과 방법들이 나오는데요.
자녀의 연령대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듯합니다.

"나는 네가 좋은 결정을 하리라고 믿어.
이건 전적으로 네 문제지만,
나는 선택의 장단점을 잘 생각할 수 있게
돕고 싶어.
또 네가 좀 더 경험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얻길 바라.
마지막으로 나는 네 결정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때
고려해볼 만한 대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 p.79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 위한
각 연령대에 필요한 원칙과 방법들


1. 유아 - 둘 중 하나를 스스로 고르다

2가지 옷 중에서 선택하게 한다. 도전해볼 때가 되었다면 스스로 옷을 입게 하면서 도움을 주되 강요하지는 않는다. 입는 데 한참이 걸리고,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중요한 배움의 과정이다. 이럴 떄의 제안은 이런 식이어야 한다. "블록 놀이 할래, 그림 그릴래?"


2. 미취학 아동 - 달력을 활용해 통제감을 개발한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즉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지 결정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달력을 주고 그들에게 삶에서 중요한 사건을 적어보라고 조언해도 좋다. 아이들이 시간의 흐름을 이해하고 하루가 어떻게 펼쳐질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 한 번 스케줄을 점검하고, 가능한 부분에서는 아이들이 스케줄을 선택하게 한다. 생각날 때마다 지나간 날은 줄을 그어 지우게 한다. 이 과정을 겪으며 아이들은 자신이 그저 부모의 계획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과, 무슨 일이 언제, 왜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달력에 중요한 일을 적으며, 점차 삶의 통제감도 개발할 것이다.


3. 초등학생 - 장단점을 비교해 스스로 선택한다

어떤 활동을 할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잠을 얼마나 잘지 더 많은 선택을 제안할 수 있다.
"네가 결정할 문제야"라는 말의 의미가 더 확실하게 전달되기 시작한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누고, 예상과 다르게 일이 다르게 진행되면 어떻게 할지도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다.


4. 중학생 - 직접 정보를 탐색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어떤 선택과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5. 고등학생 - 실수를 딛고 더 나은 자기 인식을 개발한다

고등학생에게 "네가 결정할 문제야"를 실천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10대들은 또래의 압력에도 취약하고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 반면에 행동에 수반되는 위험을 명확히 인식하고 잠재적 위험보다 긍정적 결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10대와 협력적 문제 해결법을 쓸 때는 이런 성향을 염두에 두고 그들이 부정적인 면을 진지하게 고려하도록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협력적 문제 해결법을 따르지 않는다면, 독재적인 접근법이 나을지 물어보라. "좋아, 그냥 다음 달은 용돈을 반만 줄 거야." 장담하건대 아이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좋아요, 진지하게 얘기 좀 해봐요." (책에는 이렇게 나와 있으나....쿵하니 문 닫고 방에 들어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10대들에게는 "네가 삶의 문제를 마주해 정보에 따라 판단하고,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라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것은
아이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릴 수 있게 도음을 주는 것이겠죠. 그런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내려놔야만 가능한 일이라 그럴지도요.,
그럴 때마다 에크하르트 톨레가 한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보면 어떨까요.

"그들은 당신을 통해 이 세상에 왔지만 '당신의 것'은 아니다."



제이포럼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쌤앤파커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았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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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디에나 있어 - 공을 물고 달리는 개의 행복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8
브루스 핸디 지음, 염혜원 그림, 공경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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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는 날. 빌려볼 책들을 잔뜩 적어놓은 종이를 잊지 않고 꼭 챙긴다. 아무 생각없이 서가를 돌며 책을 꺼내보고 싶지만 그럴 여유가 없을 때 꼭 들르는 곳은 반납대 근처의 책수레. 여러 사람들이 읽고 반납한 책들을 이리저리 들쳐보는 건 그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재미다. 타인의 서재에 관해 호기심이 많은 나에게 그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대체재(?)로 이만한 것도 없다.

오늘은 영어그림책들이 대거 눈에 띈다. 익숙치 않은 작가들의 책이지만 겉표지와 내부의 아름다운 그림들이 '나를 데려가세요~"하며 유혹한다. '아니지, 아니지. 오늘 나는 딱 열 권의 책만 빌려갈거야. 구르마도 안 가져왔는 걸. 너희들은 다음에, 다음에 꼭 데려갈게.'하며 휴대폰의 카메라로 맘에 드는 몇 권을 찰칵(최대한 소음이 나지 않도록 소음 나오는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는다.) 찍어 저장한다.

그런데 그중 유독 눈길을 끄는 제목의 영어그림책이 있다.

<The Happiness of a Dog with a Ball in Its Mouth>

'어라, 공을 물고 있는 개의 행복이라니?'
'개는 입에 공을 물고 있을 때 진짜로 행복한 걸까?'
사실 여부는 모르겠으나 그림 속 개가 행복해 보이긴 하다. 눈으로 웃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

'작가가 누굴까? 브루스 핸디?' 처음 보는 이름이다. 그런데 옆에 나란히 적혀 있는 이름이 익숙하다. 어쩐지 그림체도 익숙하더라니. 염혜원 작가의 그림이다.
아, 이런 시간이 흐른다. 빨리 집으로 가야 한다.
그래, 이건 빌려가서 천천히 보자.

부지런히 서가를 돌며 종이에 적힌 책들을 찾아내 대출하고 책 소독기에서 차례로 소독을 한다. 이제는 서둘러 집으로...

이렇게 해서 나는 원서로 이 책을 처음 보게 되었다.
그리고 운좋게 서평단에 당첨되어 번역 출간된 책도 받아볼 수 있었다.

번역 출간되면서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원서의 제목은 부제목으로 쓰였는데, 한국어판 제목의 뜻을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 - 공을 물고 달리는 개의 행복> 이라는 제목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책으로 들어가보면 우선 글도 글이지만, 염혜원 작가의 그림에 스르륵 긴장이 풀린다. 부드러운 선과 따스한 색감에 마음이 풀어지는 그 느낌. 작가가 보이지 않게 숨겨놓은 메시지나 장치들을 찾기 위해 힘들게 눈알을 굴릴 필요가 없다. 그저 보이는대로 보고 느끼면 된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표지에서, 제목에서 언급되었던 개의 행복을 찾아본다.


"문 앞에 가만히 앉은 개의 기다림
...
공을 물고 달리는 개의 행복"

주인이 데리고 나가줄 때까지 보채거나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개의 모습과 바로 이어지는 공을 물고 달리는 개와 어린 소녀. 바로 이런 게 '행복'이란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 것 네 것 가르기
...
우리 것의 행복"


"가야 하는 먼 길

도착했다는 행복"

책 속에서 보여주는 행복은 어느 것 하나 특별할 게 없다.
우리의 일상에서 시시때때로 볼 수 있거나 경험할 수 있는 평범 그 자체다. 맛으로 소문난 떡볶이집 레시피에서 특별한 비법을 잔뜩 기대했는데,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맛을 낼 뿐이라는 주인장의 말에 적잖이 실망할 때와 비슷하달까? 그래서 책 제목만 보고 행복의 비결 이런 것들을 기대할지도 모르는 독자들의 실망과 충격(? ㅋㅎㅎㅎㅎ)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라고 단언하는듯한 제목으로 바뀌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후훗,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 또한 번역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수준도 입장도 아니지만 책 읽는 내내 공경희 번역가의 공들인 흔적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행복은 어디에나 있어"라는 평범하다 못해 흔한 제목에 유독 안심이 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행복이 소수의 특별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밝은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또한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감사의 필터를 통해 불평불만을 걸러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곁엔 늘 행복이 머물러 있지 않을까.



서평단에 당첨되어 주니어RHK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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