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오그라들 것 같은 그 순간, 그는 지금까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증오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증오는 사랑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감정이었지만, 사랑과는 달리 얼음처럼 냉정하고 이성적인 감정이었다. - P200

언젠가 손님들을 초대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무슨 분야인진 몰라도 과학을 가르친다는 어느 교수가 분위기를 바꿔볼 요량으로 큰 장식촛대들 위를 날아다니는 벌레 몇 마리를 가리키며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이 벌레들을 빛 속으로 유혹하는 것은 빛 너머에 있는 더 깊은 어둠이라고 했다. 벌레들은 잡아먹히는 한이 있더라도 빛의 가장자리에 있는 가장 어두운 곳을 찾아가려는 본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곤충들 눈에 보이는 빛 속의 어둠은 착시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그의 이런 설명은 궤변처럼, 단지 설명을 위한 설명처럼 들렸다. 어느 누가 곤충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단 말인가? 세상 모든 것에 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데도 그것들을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세상사를 그르치는 일이며 쓸데없는 짓일 뿐 아니라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어떤 일들은정말로 그렇다. - P214

그의 증오가 두렵기는 했지만, 어른에게서 증오를 받는다는 것은 자신이 어른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아이들도 남을 증오할 수는 있지만 변덕이 너무 심하다. 어린애의 증오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어른의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엄숙한 의식과도 같았다.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올라섰다는 의미였다. - P226

자신이 본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순진한 브리오니가 롤라가 해야 할 일까지 다 떠맡아줄 것이다. 롤라는 그저 진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 그 진실을 빨리, 그리고 완전히 잊어버리고, 자신이 브리오니와는 다른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확신이 없는 거라고만 믿으면 되었다. 그의 손이 눈을 가리고 있어서 그를 보지 못했고, 공포에 떨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고 자신을 설득하기만 하면 되었다. - P241

브리오니가 조금만 덜 순진했더라면, 덜 어리석었더라면.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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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의 인생에는, 아니 자신의 인생에 대한 그의 이야기 속에는 비열한 사람도 없었고, 음모를 꾸미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배신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모든 사람이 적어도 한 가지씩은 좋은 면을 가지고 있다는 레온의 말을 듣고 있으면 마치 그것이 모든 인간이 존재한다는 경이로운 사실의 이유라도 되는 것 같았다. 그는 친구들이 했던 재미있는 농담을 기억해내어 들려주곤 했다. 레온이 하는 말을 들으면 언제나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서 너그러워지곤 했다. - P155

그가 아무 욕심 없이 그저 무사태평하게 사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과 천성의 합작품이었다. 세실리아는 결코 상상할 수도, 따라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 P158

성장한다는 것은 참으로 쓸쓸한 일이었다. - P167

결국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자기 자신을 판단하는 것이다. 그 밖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때때로 다른 사람들이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이 우리 자신에 대해 무언가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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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대학에서 여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기껏해야 여자 조정경기에 참가하거나 출세를 보장받은 남자 동급생들이 말쑥하게 차려입고 엄숙한 표정으로서 있을 때 그 옆에 인형처럼 서 있는 것 같은 유치하고 순진한 역할뿐임을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여학생들에게는 학위조차 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 P99

감미로운 공상 뒤에는 현실 복귀라는 쓰라린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공상을 통해 피해왔던 현실을, 더 악화되어버린 듯 느껴지는 현실을 다시 받아들이는 그 순간. 세부 하나하나까지 그럴듯하게 보이던 공상의 순간들은 구체적인 현실 앞에서는 한순간의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어려웠다. - P113

공상의 논리 앞에서는 누구나 무력하다는 착각이 그것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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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수없이 실패했다. 어떻게 ‘수천 번의 실패‘를 견딜 수 있었느냐는 동료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수천 번 실패한 것이 아니야. 전구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수천 가지 알아낸 것이지."
과학자는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사실을, 에디슨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류를 하나씩 수정할 때마다 진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 P7

흔들리는 삶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모두 시련을 통해 삶과 자신을 이해하려는 태도의 철학이 있다. - P8

"사람은 자신을 묶고 있는 쇠사슬은 풀지 못해도 그 벗에게는 구원자가 될 수 있다." - P10

"만일 우리가 본질 안에 갇혀 있지 않다면 그것은 실패 덕분이다. 시련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 P10

성공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실패보다 가르침을 제대로 주지 못할 때가 많다. 승리는 패배를 해봐야 얻을 수있다. 얼핏 모순된 말처럼 들리지만, 이 안에 인간 존재의 비밀이 담겨 있다. 실패를 경험해야 만만치 않은 현실의 벽 앞에서 무엇을 할지 스스로 질문하고, 문제를 모든 각도에서 살펴보기 때문이다. 한 단계 도약할 발판을 찾는 셈이다. - P20

미국, 영국, 핀란드, 노르웨이에서 기업가, 정치인, 스포츠 선수들은 초반에 겪은 실패를 숨기지 않는 편이다. 마치 흉터를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전사처럼 말이다. 그러나 프랑스처럼 고리타분한 나라에서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기준은 고작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면서 취득한 학위뿐이다. - P24

기업 강연을 다니면서 임원과 간부를 종종 만나는데, 이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HEC 76‘, ‘ENA 89‘, 또는 ‘X 80‘이라고 지칭한다. 그러니까 유럽 최고의 경영대학원 HEC파리를 1976년 졸업했고, 엘리트 양성의 중심 기관인 국립행정학교 ENA를 1989년 졸업했고, 명문 대학 에콜 폴리테크니크(‘X‘라고도 부른다-옮긴이)를 1980년 졸업했다는 뜻이다. 이런 방식의 자기소개를 들을 때마다 당사자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지 분명히 알게 되어 깜짝 놀란다. 스무 살에 취득한 학위가 자신의 평생 정체성이자 가치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 P25

보스턴 의과대학에서는 지원자가 너무 많고 실력이 비슷하면 이미 실패를 경험한 지원자를 우선 선발한다. 다른 분야를 전공했다가 잘못된 선택임을 깨닫고 다시 의학을 선택한 학생을 교수가 선호하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진로를 잘못 선택한 적 있는 학생이 더 빨리 성장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더 빨리 알아차린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자신을 더 잘 안다는 것이다. - P27

"삶은 경험이다. 경험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 - P29

"실험에 많이 성공했다고 해서 진리를 증명할 수는 없다. 한 번만 실험에 실패해도 그것이 틀렸음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4

"승리에서 배우는 것은 적고, 실패에서 배우는 것은 많다." - P34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절대로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정을 거듭하며 만들어진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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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아는 마셜이 연설을 시작한 후 몇 분간 그를 유심히 관찰했다. 꽤 괜찮은 외모에 엄청난 부자이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식해 보이는 이런 남자와 결혼을 하면 얼마나 감미로운 자기 파괴가 될지를 생각하며 그녀는 유쾌한 허탈감을 느꼈다. - P79

그녀 앞에 펼쳐진 장면은 이미 오래 전에 일어났고, 모든 결과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엄청나게 큰 것에 이르기까지 이미 정해져 있는 듯한 느낌. 앞으로 아무리 이상하거나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리 놀랍지 않고 오히려 어딘가 낯익은 듯한 느낌이 들고, ‘아 그래, 맞아, 그거였구나, 왜 진작 몰랐지?‘하고 혼잣말을 하게 될 것만 같았다. - P84

이혼이라는 단어는 아이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외설과 가족의 수치를 담고 있는 말이었다. - P88

어쨌든 잭슨은 이혼이라는 말을 큰 소리로 내뱉는 것이 이혼이라는 행위 - 그것이 어떤 행위인지는 쌍둥이들뿐만 아니라 롤라조차도 잘 모르고 있었지만- 만큼이나 큰 죄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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