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별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하늘에 떠 있는지 알려면, 먼저 어두워져야 합니다. - P120

몸과 숨을 분리할 수 없듯이 영혼과 자유를 분리할 수 없음을 인식하기 위해, 먼저 어둠의 시간이, 아마도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간이 우리에게 닥쳐야 했습니다. - P120

오로지 폭력만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자유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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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뭔가 생각이 떠오르기는 했는데, 그게 어떤 생각인지 파악할 수가 없다. 멀리 보이는 비구름처럼, 그것은 두툼하고 촘촘한 형태를 띠고 있다. 형태는 알겠는데 윤곽을 잡을 수 없다. 형태와 윤곽 사이에 아무래도 어긋남이 있는 것 같다. - P580

나는 지금까지 내가 이 ‘1Q84‘년에 오게 된 것은 타의적인 힘에 휩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의 의도에 의해 레일 포인트가 바뀌고, 그 결과 내가 탄 열차는 본선에서 벗어나 이 새롭고 기묘한 세계로 들어서고 말았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을 때, 나는 이곳에 있었다. 두 개의 달이 하늘에 떠 있고, 리틀 피플이 출몰하는 세계에. 그곳에는 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없다. - P584

이 세계 속에 내가 포함되고, 나 자신 속에 이 세계가 포함되어 있다. - P585

중요한 것은 한 인간이 이 세계에서 소멸했다는 것이고, 남겨진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 P591

"사람 하나가 죽는다는 건 어떤 사연이 있건 큰일이야. 이 세계에 구멍 하나가 뻐끔 뚫리는 거니까. 거기에 대해 우리는 올바르게 경의를 표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구멍은 제대로 메워지지 않아." - P594

"하지만 때로 죽은 사람은 몇 가지 비밀을 안고 떠나가." 덴고는 말했다. "그리고 구멍이 메워졌을 때, 그 비밀은 비밀인 채로 끝나버리지."
"내 생각에는, 그것 역시 필요한 일이야." - P594

"만일 죽은 사람이 그걸 안고 떠났다면, 그 비밀은 분명 남겨놓고 갈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던 거야." - P594

"아마 거기에는 죽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일이 있었을 거야. 아무리 시간을 들여 말을 늘어놓아도 미처 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이. 그건 죽은 사람이 스스로 안고 가는 수밖에 없는 어떤 일이었어. 특별히 중요한 수하물처럼 말이지." - P594

뒤에 남겨지는 것은 기억뿐이다. 그리고 그 기억도 언젠가는 티끌처럼 사라져버린다. - P598

"아버님은 뭔가 비밀을 안고 그쪽으로 가버렸는지도 몰라. 그 일로 너는 약간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여.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냐. 하지만 덴고 군은 어두운 입구를 더이상 들여다보지 않는 게 좋아. 그런 건 고양이들에게 맡겨두면 돼. 그런 걸 해봤자 너는 어디로도 갈 수 없어. 그보다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는게 좋아." - P598

당신이 내 친아버지였건 아니건, 그건 이미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는 일이다. 덴고는 그곳에 있는 어두운 구멍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어느 쪽이라 해도 당신은 나의 일부를 가진 채 죽었고, 나는 당신의 일부를 가진 채 이렇게 살아남아 있다. 실제적인 혈연이 있건 없건, 그 사실이 이제 와서 달라지는 건 아니다. 시간은 이미 그만큼 지나갔고, 세계는 앞으로 나아가버렸다. - P602

고통이라는 건 간단하게 일반화할 수 있는 게 아냐. 개개의 고통에는 개개의 특성이 있어. 톨스토이의 유명한 한 구절을 약간 바꿔 말해보자면, 쾌락이라는 건 대체로 고만고만하지만, 고통은 나름나름으로 미묘한 차이가 있지. - P611

인간의 죽음은 모름지기 애도되어야 하는 것이다.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라 해도. - P631

적당한 야심은 인간을 성장하게 해주지. - P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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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좋은 삶을, 내 유년기보다 훨씬 수월한 삶을 살아왔다.
부족한 것이 없었다. 자기를 사랑하는 두 부모가 있었다. 친구도 많았다. 너른 뒷마당도 있고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교육도 받았다. 그런데도 아이에겐 어쩐지 슬픔이, 불행이 불만족이 있었다. 그건 어디에서 온 걸까? - P154

어쩌면 이언은 이런 불행을 내게만 내보였는지도 모른다. 내 잘못이라고, 나 때문에 자기가 이렇다고 알려주기 위해. 아니면 그보다 훨씬 단순한 문제였을 수도 있다. 그저 자기가 뽑은 패에, 자신에게 주어진 아버지에게 실망한 건지도. 아이가 가장 원한 건 그저 다른 삶이었는지도. - P154

"부모라고 언제나 완벽하진 않아." 나는 말했다. "우리도 자주 일을 망쳐. 결함이 많은 사람들이지. 적어도 부모들 대부분은." 내가 하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으리란 걸 알면서도 계속 이어갔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아빠는 다른 부모들 대다수보다 더 결함이 많은지도 몰라. 하지만 네 말이 맞아. 아빠가 거기 있었어야 해. 네 말이 전적으로 맞아."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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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후로 나는 인간의 모든 일이 어떻게 수행되어야 선하고 유효할 수 있는지 알았다. 자기 자신과 모든 목표 및 목적을 완전히 잊고, 오직 도달할 수 없는 궁극적 목표인 완벽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 P83

"신중해지자. 이것은 독일인만의 내부 문제다. 독일인들이 자기네 나라에서 뭘 하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그냥 두자. 독일인들이 서로 잘 알아서 할 것이다. 국경을 넘지 않는 한,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심각한 착오다! 어떤 판단을 내릴 때, 내 나라냐 남의 나라냐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 어쩔 수 없이 늘 같은 형태로 발생하는 착오다. 모든 인간은 권리와 신성한 의무를 지닌 불가분의 통일체고 어떤 깃발과 이름과 이념으로 저질러지든 범죄는 범죄라는 사실을 망각할 때 발생하는 착오다. - P103

침묵, 뚫을 수 없는 침묵, 끝없는 침묵, 끔찍한 침묵. 나는 그 침묵을 밤에도 낮에도 듣는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로 내 귀와 영혼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어떤 소음보다 견디기 힘들고, 천둥보다, 사이렌의 울부짖음보다, 폭발음보다 더 끔찍하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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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잃고 깊은 혼수에 빠진 것과 생명을 잃어버린 것 사이에, 현재로서는 그다지 차이가 없다. 영양보급과 배설 처리가 필요 없어진 것뿐이다. 다만 이대로 두면 며칠 내에 부패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큰 차이가 된다. - P526

인간은 죽은 이에게 자연스러운 경의를 표한다. 상대는 방금 전에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 P529

사실이 명확해질수록 진실은 점점 더 멀어져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 P540

아버지는 덴고의 정신에 무겁고 농밀한 그림자를 남기고 갔다. 우체국 예금통장 하나와 함께. - P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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