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만드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데, 한 가지 물건을 만드는 곳에서 일할 이유가 있을까요? 돈이 바로 그거잖아요. 모든 것. 최소한 돈은 모든 것이 될 수 있죠. 돈은 우리가 다른 모든 상품의가치를 측정하는 보편적 상품이에요. 그리고 돈이 상품의 신이라면 여기가." 나는 손바닥을 뒤집어 사무실을 감싸는 호선을 그렸고, 그건 그 너머의 건물을 의미했다. "그 신의 최고 신전이죠." - P260
도러시 세이어스, 캐럴린 웰스, 메리 라인하트, 마저리 앨링엄. 청소년이 되고 한참 지나서까지 엄마가 없는 자리에서 나를 돌봐준 건 이 여자들이었다. ‘나는 이들의 소설에 들어 있는 질서라는 관념에 위안을 받았다. 그들의 소설은 전부 범죄와 혼란으로 시작되었다. 분별력과 의미자체마저 시험대에 올랐다-등장인물과 그들의 행동, 동기는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무법성과 혼란이 지배하는 짧은시기가 지나고 나면 언제나 질서와 조화가 회복되었다. 모든 것이분명해지고 설명되고 세상과 어우러졌다. 이 점이 내게 어마어마한 평화를 주었다. 아마 그보다 더 중요했던 건, 이 여자들이 내게 여성적 세계의 전형적 개념에 순응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연애나 가정의 축복만을 다루지 않았다. 그들의 책에는 폭력이 있었다-그들이 통제하는 폭력. 이 작가들은 직접 모범이 되어, 내가 위험한 무언가를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그들은 믿음직한 사람 혹은 순종적인 사람이 되는 데는 아무런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었다. 독자들의 기대와 요구가 존재하는 건, 의도적으로 그런 기대를 혼란스럽게 하고 뒤집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처음으로 내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한 작가들이었다. - P264
정해진 형태가 없는 미래라는 블록으로부터 현재를 조각해낸다. - P274
어려서 받은 교육 때문에 나는 돈을 더러운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지폐는 문자 그대로 "착취당하는 대중의 땀으로 얼룩져" 있는 만큼, 내가 익숙하게 다뤄 온 기름지고 주름진 1달러짜리와 5달러짜리 지폐에 묻은 손때는 도덕적인 것이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 아버지의 신조를 떨쳐버리면서, 나의 윤리적 거부감은 녹아내려 무관심이 되었다. 나는 더이상 돈의 물리적 형태에 대해 좋게도, 나쁘게도 생각하지 않는다ㅡ돈은 그저 상업적 거래를 하는 만질 수 있는 매체라고 본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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