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나에게서 내가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봤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돋보이고, 무엇보다도 힘이 있는 존재, 누군가에게 끌려가거나 수동적인 위치에 처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보이는 그 애의 힘을 동경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 P27
유나에게 느꼈던 선망은 내 오래된 열등감의 다른 말이었다. 나는 유나를 증오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 P33
사람은 자기보다 조금 더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않는다고 한다 - P61
나는 나의 불행과 그것에 대해 토로하지 않고 견디는 내 모습이 어른스러움의 증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P19
관계의 벽에 구멍을 뚫는 방법 - P238
드러내지 않는 것, 아낄 것이 있는 작가는 그만큼 다른 것도 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지 싶다. - P248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중요한 질문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어떤 고민들은 여전히 유효하고 심지어 더 다급해지기도 했다는 걸, - P279
누군가의 문장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 우리 마음에는 빈공간이 생긴다. 옛날 사람들의 문장이 우리 이야기가 되고, 나의 삶이 내 것이 되는 정갈한 자리가. - P217
작가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인종이고 역시 자존심이나 경쟁의식이 강한 사람이 많아요. 작가들끼리 붙여놓으면 잘 풀리는 경우보다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 P10
소설가만큼 넓은 마음을 갖고 포용력을 보이는 인종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건 소설가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장점 중의 하나가 아닐까라고 나는 늘 생각합니다. - P11
‘그 분야‘가 좁을수록, 전문적일수록, 그리고 권위적일수록, 사람들의 자부심이나 배타성도 강하고 거기서 날아오는 저항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 P13
만일 제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린 제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네가 있는 공간을, 그리고 네 앞에 있는 사람을 잘 봐두라고. 조금 더 오래보고, 조금 더 자세히 봐두라고. 그 풍경은 앞으로 다시 못 볼 풍경이고, 곧 사라질 모습이니 눈과 마음에 잘 담아두라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을 만난대도 복원할 수없는 당대의 공기와 감촉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 P202
누군가의 문장을 읽는다는 건 그 문장 안에 살다 오는 거라 생각한 적이 있다. 문장 안에 시선이 머물 때 그 ‘머묾’은 ‘잠시 산다‘라는 말과 같을 테니까. 살아있는 사람이 사는 동안 읽는 글이니 그렇고, 글에 담긴 시간을 함께 ‘살아낸’ 거니 그럴 거다. - P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