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견딜 수 없는 마음이 제일 견딜 수 없었다. 나는 견딜 수 없는 마음을 또다른 못 견딜 마음으로 돌려 막고 있었다. 나는 살기 위해 내 삶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 P25

도배지는 도배지이다. 하지만 도배지를 벽에 붙이면 그건 벽지가 된다. 벽지를 구태여 도배지라고 부르지 않으니까. 그러면 그 벽지를 뜯어내면 그때부터 그것을 도배지라고 불러야 할까 벽지라고 불러야 할까. 나는 상황이 바뀔 때마다 내가 바뀐다고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돌이켜봤을 때 지금은 아주 다른 내가 되어 있었다. 심지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쪽으로. - P26

나를 돌보려면 나를 돌아보아야 하는데, 나는 나를 돌아보는 데 미숙했다. 일은 졸렬하게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손쓸 수 없을 만큼 좋아했다. 사랑에 있어서는 늘 나를 함부로 대하고 선을 넘어버렸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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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에는 일관성을 갈구하는 열망과 어설프고 미숙한 것들에 형태를 부여하려는 비상한 시도가 각인되어 있어, 우리는 거기서 평화와 흥분, 안온과 위로를 얻는다. - P10

무엇보다 독서는 머릿속 가득한 혼돈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며 순수하고 온전한 안식을 허한다. 이따금, 책 읽기만이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 - P11

나를 저 멀리 다른 세계로 훌쩍 데리고 가는 이야기의 쾌감만으로도 마냥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헤쳐나가고 있는 이 삶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어떤 의미를 끌어내야 할지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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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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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향한 사적 복수를 행하는 릴리.
그렇다면 이 세상에 살아남을 사람이 있을까.
어떠한 경우라도 죽여 마땅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죽어 마땅한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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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아빠가 했던 말을 생각했다. 그저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말. 어쩌면 나도 그걸 내 인생의 목표로 삼아야 할지 모른다. 쳇을 죽인 후에도, 런던에서 에릭을 죽인 후에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 내가 한 짓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미란다와 에릭은 둘 다 내게 상처를 줬다. 쳇은 그러려고 했고, 브래드는 직접 상처를 주진 않았지만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 아마도 테드 스버슨을 내 인생에 들여놓은 게 실수였을 것이다. 난 지난 몇 주간 엄청난 위험을 감수했고, 다행히도 무사히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젠 끝났다. 완전히. 앞으로는 조용히 살면서 다시는 누구도 내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나는 계속 생존할 것이다. 초원에서의 그날 밤, 쏟아지는 별빛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간직한 채. 그것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고, 남과 다른 도덕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깨달음이었다.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 동물, 소나 여우, 올빼미의 도덕성을. -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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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다시 트럭을 타고 돌아가기 전에 별이 총총한 하늘 아래서 오로지 어둠과 자연에 둘러싸인 채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이런 희귀종 같으니." 한때 아빠는 날 그렇게 불렀는데 지금 내 기분이 딱 그랬다. 생생하게 살아 있고, 생생하게 혼자인 기분. 이 순간 내 유일한 동반자는 어린 나, 쳇을 우물에 밀어 넣은 아이뿐이었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고 우린 서로 말할 필요도 없었다.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삶의 의미였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여러모로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표현이었다. 내가 눈을 깜빡이자 어린 나는 사라지더니 내 안으로 들어왔고, 우린 함께 뉴욕 시로 향했다. -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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