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떻게 느낄까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성의 본질이며, 동정과 연민의 핵심이고, 도덕성의 시작이다. - P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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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국 로비와 세실리아가 죽었구나.
마지막 책장을 덮고 안타까움에 가슴이 먹먹해져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사람을 불행에 빠뜨리는 것은 사악함과 음모만이 아니었다. 혼동과 오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 역시 우리 자신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똑같은 존재라는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불행을 부른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자신이 본 것이 진실이라고 굳건하게 믿은 어리석고 순진한 소녀가 자신의 언니와 그녀의 남자친구의 인생을 송두리째 뽑아버렸다.
게다가 진실을 알고 있는 롤라와 마셜은 끝끝내 눈을 감아버렸고 잭 탈리스와 에밀리 탈리스 역시 로비를 외면했다. 자기들과 로비는 다른 존재이며 가정부의 아들인 로비의 인생 따위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겠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은 뒤 속죄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떻게 느낄까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성의 본질이며, 동정과 연민의 핵심이고, 도덕성의 시작이라는 작가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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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물질적 존재라는 것, 쉽게 파괴되지만 쉽게 회복되지는 않는 존재 - P425

그녀의 소설에 없는 것은 그녀의 삶에도 없었다. 그녀가 삶에서 정면으로 부딪치기 싫어했던 것은 소설에서도 빠져 있었다. 진정한소설이 되기 위해 빠져서는 안 될 것이 바로 그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소설의 척추가 아니었다. 그녀 자신의 척추, 그녀 인생의 척추였다. - P449

모두 침공에 대해 생각하고 있겠지만, 일상생활을 계속하는 것밖에는 특별히 대비할 일도 없었다. 독일이 침공해온다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테니스를 치거나, 잡담을 하거나, 맥주를 마실 것이다. - P450

그녀의 범죄를 확인시키는 언니의 말을 듣고 있기가 괴로웠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언니의 시각이 자신과 너무 다르다느 사실이 충격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나약하고 어리석고 혼란스럽고 비겁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증오해왔다. 그러나 한 번도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언니는 브리오니가 거짓말을 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것은 언니에게는 너무나 분명하고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한순간 자신을 방어하고 싶은 본능이 일었다. 거짓말을 하려 한 게 아니었다. 로비에 대한 악의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 것도아니었다. 그러나 누가 그 말을 믿어주겠는가? - P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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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엄마가 자신이 하는 비천한 일에 대해 알기를 원치 않았다. 간호사가 되려는 목적 중 하나는 부모로부터의 독립이었다. 그러므로 부모님, 특히 엄마는 그녀가 하는 일을 가능한 한 몰라야 했다. - P389

가족과 집, 친구 등 그녀가 알고 있던 모든 것들로부터 단절된 지금, 글쓰기만이 이전과 지금의 삶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었다. - P392

아무리 힘들고 비천한 일을 해도, 그 일을 잘 해내도, 또 형편없이 해도, 수업시간에 아무리 무시를 당해도, 아니 간호사 되기를 포기하고 대학 교정에서 평생을 학문에 매달려 지낸다 해도 그녀가 저지른 범죄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존재였다. - P399

로비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세실리아와 로비가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면...... 그녀만의 비밀스런 고통과 전쟁이라는 사회적 격변은 항상 서로 다른 세계의 일처럼 보였는데, 전쟁이 그녀의 범죄를 얼마나 더 무겁게 만들 수 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과거를 되돌리는 것밖에 없었다. 그가 돌아오지못한다면...브리오니는 다른 누군가의 과거를 갖고 싶었고, 다른 누군가가 되기를 간절히 열망했다. - P404

브리오니에게 주어진 삶은 도망갈 문이 없는 방 안에 갇혀 사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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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 육 개월 동안 이런 밤을 견뎌냈다.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며, 사라진 자신의 소년기와 한때는 자신의 것이었던 사라진 삶을 생각하며, 새벽과 쓰레기같은 음식, 헛되이 보낼 또 하루를 기다리며 삼년 육개월의 밤을 지새웠던 것이다. - P286

기다릴게. 돌아와. 여기에는 아무리 희박하다 해도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편지와 새 주소가 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생존해야 할 이유였고, 어떤 수를 써서라도 독수리처럼 맴돌며 먹이를 기다리는 스투카가 있는 주요 도로를 벗어나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 P286

일상 속에는 그만이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 P288

모든 어린애가 거짓말로 한 남자를 감옥에 보내지는 않는다. 모든 어린애가 그렇게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태도로, 시간이 지나도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회의를 갖지 않을 만큼 지독할 수는 없다. - P323

마을 끝의 집들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 앞에 펼쳐진 들판에 한 남자와 콜리 종의 개가 말이 끄는 쟁기를 따라 걷고 있는 것이 보였다. 구두 가게에서 본 여자들처럼 이 농부도 퇴각 행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삶은 계속되며, 전쟁은 전쟁광들의 취미일 뿐 심각할건 없었다. 사냥개를 풀어 미친 듯이 사냥감을 쫓는 동안, 울타리 저 너머로 지나가는 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여자는 뜨개질에 여념이 없었고, 새로 지은 집의 휑한 정원에서는 한 남자가 아들에게 공차기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렇다. 쟁기질은 계속될 것이고, 누군가는 그 농작물을 거둬들여 빻을 것이며, 또 누군가는 그것을 먹고...... 모두 다 죽지는 않을 것이다.⋯⋯⋯⋯⋯ - P332

오래 전, 전쟁이 터지기 전과 감옥에 가기 전에는 잭 탈리스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받기는 했어도 스스로 진로를 선택하고 또 바꿀 수 있다는 자유를 만끽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만이 만들어낸 망상이었다. 뿌리가 부실하면 나무는 자라지 못한다. 그는 아버지를 원했고, 바로 그 때문에 아버지가 되기를 원했다. 지천에 깔린 죽음을 목격하면서 아이를 바라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스러운, 그래서 인간적인 이런 바람이 무엇보다 간절해졌다. - P341

부상자들이 고통으로 절규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평화로운 곳에 작은 집을 짓고 가족을 이루어 살기를 꿈꾼다. - P341

기다림. 상대방이 다가올 때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기다림이란 너무나 힘겨운 말이었다. - P368

인간은 오만에서 나오는 자기 비난의 감정에 휩싸이면 너무 많은 책임을 떠안으려 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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