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무책임한 낙관과 자기 연민이 불러오는 비관 둘 다를 경계해왔다.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하면서 주어진 조건에 순응해왔다. 그러나 이제야말로 언제까지나 그런 사람만은 아니란 걸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 P21

떠나오기 전 그녀는 주변의 모든 것이 자신을 밀어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들에게서 떠나온 지금은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아는 사람인 민영에게 또 거부당하는 기분이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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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핸드폰 액정 속의 환영이라는 단어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흔하고 일상적인 말이었지만 그때의 승아에게는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승인과 호의가 담긴 유의미한 단어로 여겨졌다. - P19

눈앞에서 문이 닫히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고 어딘가에 환영이라고 적힌 다른 문이 있다. 그것이 마치 어떤 계시처럼 느껴졌던 승아의 눈에는 그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으로 보였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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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의 공항에서 영어로 말하고 있는 자신을 의식하자 그제서야 떠나왔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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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선수는 기억과 경험, 고도로 추상적인 추론, 패턴 인식, 직관을 활용해 판 위에 자기 정신을 투영해내지만, 체스 기계는 게임 자체를 이해한다기보다 그저 계산능력을 사용해 프로그래머가 설계해둔 복잡한 규칙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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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무시무시한 핵전쟁의 가능성이 더 끔찍한 것으로 바뀔지도 모르겠네. 문자 그대로나 비유적으로나 우리가 설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어. 마침내 우리는 지구의 유한한 실제 크기가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느끼기 시작했네. 기술이 무르익어 찾아온 위기지. 지금부터 다음 세기 초반까지 세계에 불어닥칠 위기는 이전 양상보다 훨씬 더 심각할 거야. 언제, 어떻게 끝날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 - P297

언젠가 인류의 관심사가 달라져 지금과 같은 과학적 호기심이 멈추고 전혀 다른 것들이 인간 마음을 차지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아주 약간은 위안이 돼. 결국 기술은 인간의 배설물일 뿐 대단한 ‘무언가‘로 간주되어서는 안 되거든. 거미줄이 거미의 일부이듯 기술도 우리의 일부일 뿐이니까. - P297

하지만 기술은 갈수록 빠르게 진보하면서 불가피한 특이점으로,
우리가 아는 인류 역사가 더는 지속되지 못할 티핑 포인트로 나아가고 있는 듯해. 이제 진보는 이해를 초월할 만큼 빠르고 복잡해질 걸세. 기술력은 언제나 양면성을 가진 성과이고, 과학은 지극히 중립적이어서 어떤 목적으로든 쓰일 수 있는 통제 수단을 제공할 뿐 모든 사안에 무관심하지. 어떤 특정한 발명품의 비뚤어진 파괴력이 위험을 초래하는 게 아니야. 위험은 원래부터 내재해 있지. 진보를 치유할 방법은 없어. - P297

세상의 영광은 이렇게 지나간다. - P301

지상의 우리 존재는 그 자체로 무척 미심쩍은 의미를 갖고 있어 다른 존재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결국 모든 것에 원인이 있다는 원칙과 유사한데, 이는 과학 전체를 떠받드는 원칙이기도 하지요. - P317

미래를 감춰놓은 베일을 걷어낼 수 있다면, 그리하여 우리 과학이다음에 어디로 진일보할지, 다가올 세기에 일어날 과학 발전의 비밀이 무언지 일별할 수 있다면,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 P317

국제적인 명성과 자국 내 영웅적인 지위로 사람들 앞에서 말할 자신감을 얻은 이세돌은 이후 이런 말을 남겼다. "나의 바둑스타일은 남다른 것, 새로운 것, 나만의 것, 누구도 이전에 생각못한 것이었으면 한다." - P326

"나는 생각하지 않고 바둑을 둔다. 바둑은 게임도, 스포츠도 아닌, 하나의 예술이다. 체스나 쇼기 같은 게임은 판 위에 모든 말을 두고 시작하지만, 바둑은 빈판으로 시작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흑돌과 백돌을 추가하며 두 명의 기사가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바둑의 무한한 복잡성은 무에서 비롯된다." - P328

"누군가 바둑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그러니까 돌의 위치와 관계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형세에 숨겨진, 거의 감지할 수조차 없는 패턴을 이해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게 신의 정신을 들여다보는 것과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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