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단희가 일컫는 잠깐이라는 말도 개인차가 얼마나 심한지, 누구에게든 부담 없게 들리는 잠깐이라는 순간도 모이고 뭉치면 그것이 삶에 어떤 크기와 무게로 다가오는지 요진은 모르지 않았다. - P12
고작이 아니었다.세상 어느 살갗에 앉은 티눈도 어떤 버려진 선반에 쌓인 먼지도, 그것이 모이고 쌓였을 때 고작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 P29
어른이 된다는 것은 수치심을 모르는 인간, 모르지 않는다면 그것을 엉성한 뚜껑으로 덮어 두거나 나일론사로 봉합하는 인간이 된다는 뜻이었다. - P82
물론 아는 것과 동의하는 것 사이에는 누구도 깊이를 재어본 적 없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감정적 동의와 실질적 조력 사이에는 최소 광년 단위의 거리가 있게 마련이라, - P200
일상의 자잘한 무례들은 보통 별다른 의도 없이 생겨난다. - P107
어떤 감정은 상대방에 의해 자신이 하찮아지기를 감수하기도 하며, 그 상태에 적응하고 현실과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자신의 하찮음을 스스로 원한다고 착각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 P37
말이 언제 소통의 도구이긴 했던가? 우리는 평생 서로를 이해할 수 없으며 말은 이해보다는 오히려 오해의 도구가 아니었나? 아무에게 돌을 던지거나 아무의 목을 매달아 까마귀밥으로 걸어놓는 무기의 일종이며, 특히 현란한 말이야말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입속의 혀처럼 부리다 그 가치와 흥미를 상실했다고 판단하는 즉시 도륙내기를 일삼던 독재자들의 필수 재능 아닌가? - P89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린 노예이기를 멈추는 것입니다. - P313
짐승들은 짐승답게 살도록 내버려두고, 인간들은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것. 한 마디로 그것이 저의 철학이랍니다. - P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