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헌정한 책 『한여자』에서 어머니가 쇠락하기 시작한 순간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녀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일이 처음 발생한 건 내가 학생들의 과제물을 고쳐주고 있을 때였다. 나는 귀를 막아버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 끝났어.‘ - P105
어머니는 지나가버린 과거에 매달려 있었다. 그 과거는 그녀에겐 계속되는 것,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 것이었다. 바로 사랑의 열정이었다 - P107
어머니는 크리스타 볼프가 ‘몸앓이‘에서 ‘내면의 고고학‘이라 부른 것의 지층을 가로지르며 탐사를 수행하는 동안 적어도 행복했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정서적 드라마의 영역에 속해있었다. 질투, 분노 절망... - P107
"내 모든 시간성은 시간의 부재 속으로 침몰했다." 볼프는 심각한 복막염을 앓은 뒤 자신이 입원했던 경험을 다루는 책에서 이렇게 쓴다. "내 시간은 비非시간처럼 지워진다." - P108
그녀는 자신이 고통받고 있음을 안다. 고통은 시간과 맺는 관계를 무화하고, 이제껏 그녀의 시간과 타자들의 시간에 리듬을 부여했던 모든 것에서 정신과 신체를 빼낸다. - P109
늙고 병들어 고통받는 사람이 시간과 맺는 관계의 변화는 훨씬 첨예하다. 모든 일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것이고(점점 더 가까이 의식 상태에까지 다다르는 노쇠로 인해, 지속적으로 맑은 정신을 전제하는 이런 언어가 거의 무력할지라도) 우리가 시간의 시간성 속에 다시 편입될 수 있다는 식의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엔 사태가 진정될 가능성이 없다. 우리는 이미 빠져든 시간의 공백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 P109
핌의 에파드는 공공시설이니만큼, 확신하건대 수용자들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사설 시설에 비해 훨씬 더 지배적일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어머니에게 어떤 나쁜 대우도, 그런 층위의 어떤 폭력도 행사하지 않았다 한들, 난 폭력적인 것은 바로 이 모든 상황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는 제도가 그녀의 조건을, 그녀와 같은 사람들의 조건을 관리하는 방식에 의해 학대받았다. 이곳에서 ‘의존적‘이라는 단어는 끔찍한 의미를 띤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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