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단 작업장은 거친 사내들, 전과자, 탈영병, 징집 회피자 등의 소굴이었고, 세상은 그런 모든 것을 하찮은 비열함이라고 여겼지만 사실 그런 비열함을 안고 살자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법이었으니까. - P241
「네 완성된 작품이 살아 숨 쉬는 모습을 생각해 봐. 그것이 어떤 효과를 낳을까? 네가 지금 작품 속에 응결시켜 놓은 그 순간의 다음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려 보고 사람들이 그것을 머릿속에 떠올리도록 해야 해. 조각은 계시야.」 - P247
그가 내 새들을 향해 다가왔고 곧 묘한 반응을 보였는데, 내 작품을 본 사람들에게서 으레 나오는, 내가 평생 봐온 반응이었다. 멈칫하는 순간과 그 뒤로 작품과 나 사이를 오가는 시선. 어쩌면 이 상황은, 이런 말로 표현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이 난쟁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해냈지? - P248
"착각하지마. 내 공방에 새로 조각가를 들일 자리가 있을까? 위계가, 전통이 있는 법이고, 이곳에서는 그것들을 지킨다. 그래, 네게 재능이 있다는 건 확실해, 그것도 대단한 재능이. 어쩌면 이제껏 내가 본 적 없던 가장 뛰어난 재능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왜 네 삼촌이 네가 미숙련공이라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너의 집안 문제에 엮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계속 절단 작업장에서 일해." - P249
「나도 한때 내게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사람은 재능을 가질 수 없다는 걸 이해했지. 재능은 소유되는 게 아니란다. 그건 네가 평생을 바쳐서 붙잡으려고 애쓰는 증기구름이랄까. 그리고 뭔가를 붙잡으려면 두 팔이 필요하지.」 - P2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