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더 풍부한 이미지를 제공하지. 이미지는 모호할수록 더 좋은 거라네. 결국 진정으로 보는 일은 내면에서 이루어지니까. 그런데 그림은 눈에 띄는 결함을 드러내며 사람을 응시하지. 난 여자들을 그린 그림에서 특히 그런 느낌을 많이 받네. 여자들이 채색된 겉모습에 불과한 듯이 말이야! 여자들을 진정으로 볼 수 있으려면 그 동작과 목소리를 기다려야 해. 그들은 숨 쉬는 것도 달라. 시시각각으로 변한다네. 방금 본 여자를 예로 들자면 자네는 그녀의 목소리를 어떻게 그릴 텐가? 그녀의 목소리는 자네가 그녀에게서 본 그 무엇보다도 성스러운데." - P325

그러나 결혼의 문턱을 일단 넘어서면 기대감은 현재에 집중된다. 결혼의 항해가 일단 시작되면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바다가 보이지 않으며 - 실은 둘러막힌 웅덩이 속을 탐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 - P334

우리는 우리의 수치스러운 고백을 상대가 온전히 받아들일 때도 화가 난다. 하물며 우리가 병적이라고 치부하고 마비의 징후라도 되는 양 물리치려 애쓰는 그 모호한 웅얼거림을 가까이 있는 관찰자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잔인하게도 명확한 음절로 듣게 된다면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 P342

그러나 도러시아의 마음속에서 모든 생각과 감정은 조만간 한 갈래의 흐름으로 흘러들 테고, 그녀의 온 의식은 가장 완전한 진실, 가장 편파적이지 않은 선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분노와 낙담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음은 분명했다. - P345

사람들은 떠들썩하게 퍼져 나가는 이웃 사람의 명예의 싹을 잘라 버리려는 유혹을 쉽게 느끼고, 그런 식으로 죽이는 것은 살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P352

참회하는 자가 멀리서 돌아오는 것을 보면 사랑은 그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지 않을까? - P357

우리가 우리 경험에서 소중한 기대가 무너져 버렸거나 새로운 동기가 생겨난 획기적인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듯이. 이날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반응을 캐소본 씨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모한 환상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의 삶에는 그뿐 아니라 그녀에게도 대단히 큰 무언가를 요구하는 애처로운 의식이 있으리라는 예감에 눈뜨게 되었던 것이다. - P358

우리 모두는 우매한 마음으로 태어나고, 세상을 우리의 지고한 자아에 젖을 먹여 줄 젖통으로 여긴다. 도러시아는 일찌감치 그 우매함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편에게도 동등한 자아의 중심이 있으며 거기에서 나오는 빛과 그림자는 늘 어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머리가 아닌 감정으로 더욱 명확하게 -물체의 견고함처럼 감각에 직접 작용하는 관념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떻게 캐소본씨에게 헌신하고 그의 힘과 지혜 속에서 현명하고 강해질지를 상상하는 편이 훨씬 더 쉬웠다. - P358

멀리 손이 닿지 않는 옥좌에 앉은 여자에게 숭배를 바치는 것은 남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대개의 경우 숭배자는 여왕에게 인정받기를 갈망한다. 자기 영혼의 여왕이 높은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면서도 기운을 북돋워 줄 어떤 승인의 신호를 보내 주기를 바란다. 윌이 원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 P370

"제가 바라는 것은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거예요. 모든 사람의 인생을 말이지요. 그런데 어쩐지 예술은 인생의 바깥에 있고 세상을 위해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것 같지도 않은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괴로워요. 사람들 대부분이 예술에서 차단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것을 누리는 즐거움이 깨지고 말지요." - P372

윌은 또다시 말이 너무 지나쳤다고 느꼈다. 하지만 우리가 말에 부여하는 의미는 우리 감정에 달려 있다. 화를 내면서도 안타까워하는 그의 어조에 도러시아를 위한 다정다감한 마음이 듬뿍 담겼기에 늘 열정을 발산하기만 했지 주위의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열정을 받아 본 적이 없던 도러시아는새삼 고마운 마음으로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P374

시인은 미워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괴테가 말했다.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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