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중인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일보다 책을 읽는 한 사람을 방해하는 일을 더 꺼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 중에서 기묘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부분이다. 설사 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이 멍청한 로맨스소설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 P133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이 보았다면, 내 대답에 십중팔구 한쪽 눈썹을 치떴을 것이다. 내 말에 반짝이는 느낌 같은 건 별로 없었다. 그리고 단답형 대답은 대개 그다지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사실 내 말은 진심이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진심이었다. - P154
아버지는 모든 종류의 노름을 증오했다. 노름은 타인의 친절에 기대서 살아가야 하는 처지로 떨어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이었다. - P269
어떤 사람을 가리켜 카멜레온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진부한 표현이다. 환경에 따라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1백만 명 중 한 명도 안 된다. 반면 나비 같은 사람들은 수만 명이나 있다. 이브처럼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색깔을 지닌 사람들. 한 색깔은 매력을 발산하고, 다른 색깔은 자신을 감춰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날개를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 색깔을 바꿀 수 있다. - P193
아버지는 살면서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아무리 풀이 죽고 기운이 빠져도, 자신이 언제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 처음 커피를 마시는 순간을 고대하는 한은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나는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뒤에야비로소 그것이 아버지가 내게 해준 조언이었음을 깨달았다. - P209
타협을 모르고 목표를 추구하는 자세와 영원한 진리를 향한 탐구는 고귀한 이상을 지닌 젊은이들에게 확실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사람이 일상적인 것, 그러니까 현관 앞 계단에서 피우는 담배나 욕조에 몸을 담그고 먹는 생강 쿠키의 즐거움과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십중팔구 쓸데없는 위험 속에 몸을 담갔다고 보면 된다. 그때 아버지가 당신 인생의 결말을 앞두고 내게 말하려고 했던 것은, 이 위험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반드시 소박한 즐거움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아함이나 박학다식처럼 온갖 화려한 유혹들에 맞서서 소박한 즐거움을 지켜야 한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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