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문의 아들이여, 그대는 나의 설법을 들었구려. 그리고 그대가 그 설법에 관하여 그토록 깊이 사색하였다는 것은 그대에게 참으로 잘된 일이오. 그대는 그 가르침 안에서 한 틈, 한 결함을 찾아내었소. 앞으로 그것에 대하여 계속 깊이 생각하여 보는 게 좋겠구려. 하지만 지식욕에 불타는 그대여, 덤불처럼 무성한 의견들 속에서 미로에 빠지는 것을, 말 때문에 벌어지는시비 다툼을 경계하시오. 이런 저런 의견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소. 의견이란 아름다울 수도 있고 추할 수도 있으며, 재치 있을 수도 있고 어리석을 수도 있소. 우리 개개인은 의견들을 지지할 수도 있고, 배척할 수도 있소. 그러나 그대가 나한테서 들은 가르침은 하나의 의견이 아니며, 그리고 그 가르침의 목적은 지식욕에 불타는 사람들에게 이 세상을 설명하여 주는 것이 아니오. 그 가르침의 목적은 다른 데에 있소. 그 목적은 번뇌로부터의 해탈이오. 고타마가 가르치고 있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오 - P54

당신은 죽음으로부터의 해탈을 얻으셨습니다. 죽음으로부터의 해탈은, 당신이 그것을 얻기 위하여 나아가던 도중에 당신 스스로의 구도 행위로부터, 생각을 통하여, 침잠을 통하여, 인식을 통하여, 깨달음을 통하여 얻어졌습니다. 그것이 가르침을 통하여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말씀입니다! - P55

<그 부처가 나한테서 무언가를 빼앗아갔어> 싯다르타는 생각하였다. ‘그 분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빼앗아갔지만, 빼앗아간 것 이상을 나에게 선사해 주셨어. 그 분은 나한테서 나의 친구를 빼앗아갔다. 그 친구는 예전에는 나를 믿었지만 지금은 그 분을 믿으며, 예전에는 나의 그림자였지만 지금은 고타마의 그림자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분은 나에게 싯다르타를, 나 자신을 선사해 주셨다.‘ - P58

그는 여러 가지로 깊이 생각하여 보았으며, 마치 깊은 물 속을 뚫고 맨 밑바닥까지 들어가듯이 이러한 느낌의 맨 밑바닥까지, 그러한 느낌의 원인이 도사리고 있는 맨 밑바닥까지 파고들어갔다. 그렇게 한 까닭은, 원인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생각이라고 여겨졌으며 오직 그렇게 함으로써만 느낌이 인식으로 바뀌어져서 사라지는 일이 없이 본질적인 것이 되고 그 인식 속에 있는 것이 빛을 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 P59

‘나는 바로 자아의 의미와 본질을 배우고자 하였던 것이다. 나는 바로 자아로부터 빠져나오려 하였던 것이며, 바로 그 자아를 나는 극복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극복할 수 없었고, 그것을 단지 기만할 수 있었을 뿐이고, 그것으로부터 단지 도망칠 수 있었을 뿐이며, 그것에 맞서지 못하고 단지 몸을 숨길 수 있을 따름이었다. 진실로,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나의 자아만큼, 내가 살아 있다는 이 수수께끼, 내가 다른 모든 사람들과 구별이 되는 별다른 존재라는 이 수수께끼, 내가 싯다르타라고 하는 이 수수께끼만큼 나를 그토록 많은 생각에 몰두하게 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나 자신에 대하여, 싯다르타에 대하여 가장 적게 알고 있지 않은가!‘ - P60

<내가 나 자신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 싯다르타가 나에게 그토록 낯설고 생판 모르는 존재로 남아 있었다는 것, 그것은 한 가지 원인, 딱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나를 너무 두려워하였으며, 나는 나로부터 도망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트만을 나는 추구하였으며, 바라문을 나는 추구하였으며, 자아의 가장 내면에 있는 미지의 것에서 모든 껍질들의 핵심인 아트만, 그러니까 생명, 신적인 것, 궁극적인 것을 찾아내기 위하여, 나는 나의 자아를 산산조각 부수어 버리고 따로따로 껍질을 벗겨내는 짓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이 나한테서 없어져 버렸던것이다.> - P61

<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생각하였다. <이제 다시는 나한테서 이 싯다르타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지. 이제 다시는 나의 생각이나 생활을 아트만이나 세계고(世界苦) 따위로 시작하지 말아야지. 이제 다시는 나 자신을 죽이거나 산산조각 내어, 그 파편 뒤에 있는 비밀을 찾아내려고 하는 따위의 짓은 하지 말아야지. 이제 다시는 요가 베다"의 가르침도, 아타르바 베다의 가르침도, 고행자의 가르침도, 그 어떤 가르침도 받지 말아야지.
나 자신한테서 배울 것이며, 나 자신의 제자가 될 것이며, 나 자신을, 싯다르타라는 비밀을 알아내야지.> - P62

본질적인 것이란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세계 너머 저편 피안(彼岸)에 있다고 생각한 싯다르타의 눈으로 볼 때에는 이 모든 것들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었다. - P72

뱃사공이 말하였다. 「매우 아름다운 강이지요, 나는 이 강을 무엇보다도 사랑한답니다. 나는 자주 이 강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하였으며, 자주 이 강의 눈을 들여다보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항상 이 강으로부터 배워왔습니다. 우리는 강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답니다」 - P76

싯다르타, 당신이 말귀를 잘 알아듣는 분이라면 이것도 배워두세요. 사랑이란 구걸하여 얻을 수도 있고, 돈을 주고 살 수도 있고, 선물로 받을 수도 있고, 거리에서 주워 얻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강탈할 수는 없는 거예요. - P86

‘사실상 사람 사는 실정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군요. 누구나 서로 주고받는 것, 인생이란 그런 것이지요‘ - P96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고, 사색하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지혜로운 것은 좋은 일이고, 참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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