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잠이란 것이 무엇인가? 육체를 떠난다는 것은 무엇인가? 단식이란 무엇인가? 호흡을 멈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아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며, 그것은 자아상태의 고통으로부터 잠시 동안 빠져나오는 것이며, 그것은 인생의 고통과 무의미함을 잠시 동안 마비시키는 것이야. 이러한 도망, 이러한 잠시 동안의 마비는 소몰이꾼도 여인숙에서 쌀막걸리 몇 사발이나 잘 발효한 야자유를 마시고 취하면 겪는 일이네. 그런 사람도 취하면 자기 자신의 자아를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되며, 인생의 고통을 더이상 느끼지 않게 되며, 결국 잠시 마비 상태를 겪게 되네. 그 사람은, 쌀막걸리 사발 위에 곯아 떨어진 상태로, 싯다르타와 고빈다가 기나긴 수행 과정을 거친 후에야 자신들의 육신으로부터 빠져나올 경우 도달하게 되는 경지, 그러니까 비아의 상태에 잠시 머무르는 경지와 똑같은 그런 경지에 도달해 있다는 이야기야. 고빈다, 그게 그렇다구」 - P32

고빈다가 말하였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어, 싯다르타, 그리고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이 있네. 우리는 쳇바퀴처럼 맴돌고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위를 향하여 올라가고 있는거야. 그 바퀴는 둥근 원이 아니라 나선형이고, 우리는 이미 많은 단계들을 거쳐온거야」 - P33

그렇지만 우리는 본질적인 것, 즉 길 중의 길은 발견하지 못할거야 - P34

오 고빈다, 나는 <인간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위하여 오랜 시간 노력하였지만 아직도 그 일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어. 우리가 <배움>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오, 친구,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앎뿐이며, 그것은 도처에 있고, 그것은 아트만이고, 그것은 나의 내면과 자네의 내면, 그리고 모든 존재의 내면에 있는 것이지. 그래서 난 이렇게 믿기 시작하였네. 알려고 하는 의지와 배움보다 더 사악한 앎의 적은 없다고 말이야 - P35

명상하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아트만 속으로 침잠하는 자, 그런 자의 마음에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열락이 있도다. - P36

부처는 겸허한 태도로 생각에 잠긴 채 발걸음을 옮기고있었다. 그의 고요한 얼굴은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아 보였으며, 내면을 향하여 그윽한 미소를 흘려보내는 것 같았다. 마음속에 감추고 있어 눈에 띄지 않는 그런 미소를 머금고, 사뿐사뿐, 유유히, 튼튼한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부처는 발걸음을 옮겨놓고 있었다. 그는 다른 모든 승려들과 마찬가지로 법복을 걸치고, 엄격한 계율에 따라서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과 그의 발걸음, 그의 조용히 내리깐 눈길, 그의 얌전하게 아래로 내려뜨린 손, 그리고 얌전하게 아래로 내려뜨린 그 손에 붙어 있는 손가락 하나하나가 모두 평화를 말하고 있었고, 완성을 말하고 있었으며, 무언가를 구하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모방하지도 않았으며, 결코 시들지 않는 안식 속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빛 속에서, 결코 깨뜨릴수 없는 평화 속에서 부드럽게 숨쉬고 있었다. - P46

싯다르타는 주의 깊게 고타마의 머리, 그의 두 어깨, 그의 두 발, 그리고 그의 얌전하게 아래로 내려뜨린 손을 바라다보았다. 그러자 싯다르타에게는 그 손에 붙어 있는 다섯 손가락 모두의 마디마디가 가르침 그 자체인 것 같아 보였으며, 다섯 손가락 모두의 마디마디가 진리를 말해 주고, 진리를 호흡하고, 진리의 향기를 풍기고, 진리를 현란하게 빛내주는 것 같아 보였다. 이분, 이 부처야말로 새끼손가락 놀리는 동작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진실된 분이었다. 이 분이야말로 성스러운 분이었다. 싯다르타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이 분만큼 존경한 적이 없었으며, 어느 누구도 이 분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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