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삶을 벗어난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 P304
뒤웅박 팔자라는 할머니의 해석이 옳았다. 노인과는 지혜 겨룸을 할 일이 아니다. - P306
내가 원하는 다른 삶은 어떤 것인가. 엄마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또 아버지라는 발음을 극복하지 않아도 되는 삶?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나는 더욱 우울해진다. 내 삶이 이어지는 한 그들의 이미지를 떠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내게 ‘다른 삶‘이란 없었다. - P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