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하고 별 특징 없는 얼굴에는 호기심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 고뇌의 흔적이 어려 있었는데, 어떤 종류의 고뇌인지 알아채기 어려웠다. 결핍, 번민, 그리고 이미 많은 고통을 겪은 자의 체념에서 오는 괴로움 등 여러 감정을 나타내는 듯했다. - P8
그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하고 자신감이 없었다. 기대해봐야 소용이 없기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자의 목소리처럼. - P8
그는 이런 가구들로 실내를 장식한 이유를 "권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현대적인 스타일로 꾸민 방에서는 권태가 불편함, 육체적 고통이 돼버린다면서. - P9
인생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으로 가는 마차를 기다리며 머물러야 하는 여인숙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 P14
그러나 무엇인가 더 있다………… 이 느리고 공허한 시간 속에서 온몸으로 느끼는 슬픔이 영혼에서 마음으로 치솟는다. - P16
삶이 고양될 때면 더욱더 강렬하게 살아 있음을 느낀다. - P20
자유는 진정한 안식이자 예술적 성취이며 존재의 지적인 완성이 될텐데.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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