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 그런 완만하고 조용한 투입과 배출뿐이다. 이따금 간호사가 전기면도기로 수염을 밀고, 끝이 둥근 작은 가위로 귀와 코 밖으로 비어져나온 하얀 털을 깎는다. 눈썹도 가지런히 다듬는다. 의식은 없어도 그것들은 계속 자란다. 그런 사람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삶과 죽음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덴고는 점점 알 수 없어진다. 원래 차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우리가 그저 편의상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 P61
하지만 때로는 단순한 반복이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질 때도 있다. - P70
할 수 있는 일이라도 누구나 다 하는 건 아니에요. - P75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만큼 속여먹기 쉬운 상대도 없다고 우시카와는 새삼 생각했다. - P96
주위 아이들 모두가 신나게 떠드는 가운데 내내 침묵해야 하는 그괴로움에 비하면, 나 혼자서 지키는 침묵은 훨씬 쉽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 P108
그녀는 이제 더이상 어느 누구도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상처받고 싶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 P110
인간은 희망을 부여받고, 그것을 연료로, 목적으로 삼아 인생을 살아간다. 희망 없이 인간이 계속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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