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밀접한 관계가 폭력이라는 형태를 통해서가 아니면 맺어질 수 없다는 것이 아오마메는 안타까웠다. 법률을 등지고 몇몇 사람을 살해하고, 그리고 이번에는 누군가에게 쫓겨 살해될 지도 모르는 특이한 상황에 처하면서 우리는 깊은 마음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하지만 거기에 살인이라는 행위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그런 관계를 이루는 게 과연 가능했을까.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만났기 때문에 이만큼 끈끈한 신뢰의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아마 보통 세상에서라면 이런 인연을 맺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 P441
원래부터 체계가 없는 것에 체계를 세워보려고 해도 그건 쓸데없는 시도일 뿐이었다. 결국 가 닿을 곳은 한정적이었다. - P452
인간은 성장하는 것이고 성장한다는 건 변화를 이뤄내는 일이다. - P455
인류가 불이며 도구며 언어를 손에 넣기 전부터 달은 변함없이 사람들 편이었다. 그것은 하늘이 준 등불로서 때로는 암흑의 세계를 환하게 비추어 사람들의 공포심을 달래주었다. 그 차오르고 이지러지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시간관념을 부여해주었다. 달의 그같은 무상의 자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밤의 어둠이 쫓겨나버린 현재에도 인류의 유전자 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 같았다. 집합적인 따스한 기억으로. - P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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