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리가 겪는 모든 종류의 폭력과 그가 내미는 손길을 철저히 외면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간 얼굴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나야말로 누구보다도 추악했다. 그렇게 나 자신에 대한 환멸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매일을 보냈다. - P252
알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을 알게 되었을 때의 고독감 - P282
어쩌면 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일지도 몰랐다. 커다란 고민에 맞닥뜨렸을 때 충실히 고민하는 대신, 일상의 과업들로 도망쳐버리는 사람. 그렇게 함으로써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다잡고 기어이 모든 감정을 무감각하게 만들어버리는 사람. - P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