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있는 정상적인 사람은 눈사태가 일어날 법한 계절에 눈사태가 일어날 법한 곳에는 가까이 가지 않아." - P126

나라는 존재의 핵심에 있는 것은 무가 아니다. 황폐하고 메마른 사막도 아니다. 나라는 존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사랑이다. 나는 변함없이 덴고라는 열 살 소년을 그리워한다. 그의 강함과 총명함과 다정함을 그리워한다. 그는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육체는 멸하지 않고, 서로 나누지 않은 약속은 깨지는 일이 없다. - P133

신문은 ‘일어난‘ 일은 적극적으로 다루지만 ‘진행중인‘ 일에는 비교적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는 매체다. - P138

고전적으로 표현하자면, 당신들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들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긴 했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파워풀한 조합이었다. 각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서로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 P187

친절이라는 건 지금(혹은 항상) 이 세계에 부족한 것 중 하나였다. - P188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그런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거예요. - P211

"공백이 생기면 누군가가 와서 채워야 해요. 다들 그렇게 하는거니까." - P215

"설명을 안 해주면 그걸 모른다는 건, 말하자면 아무리 설명해줘도 모른다는 거야." - P215

이 사람은 텅 빈 잔해 같은게 아니다. 그냥 빈 집도 아니다. 고집스럽고 협소한 영혼과 음울한 기억을 안고 바닷가 요양소에서 더듬더듬 삶을 이어가는 살아 있는 한 남자다. 자신의 내면에서 서서히 퍼져가는 공백과 어쩔 도리 없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아직 공백과 기억이 뒤엉켜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윽고 공백이, 본인이 그것을 원하건 원하지 않건, 남겨져 있는 기억을 완전히 삼켜버릴 것이다. 그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가 이제부터 맞서려는 공백은, 내가 태어난 곳과 똑같은 공백일까.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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