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는 아기가 가쁘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 새로운 존재는 작디작은 몸 전체를 산다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 P99
찰리의 죽음과 로즈가 그 죽음에서 본 배신이 재회 가능성을 전부 망쳤다. - P105
실비는 나무에 -생각과 고민을 털어놓던 나무에 -소설책을 숨겨두고 읽었고, 줄리아는 학업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전부 뛰어넘었다. - P108
"넌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인생은 정말 짧아. 중요한 것을 위해 중요하지 않은 것을 멀리하는 널 말리고 싶지 않았다. 넌 나랑 비슷해, 실비, 둘 다 학교나 직장이 우릴 채워주리라기대하지 않지. 우린 그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찾아서 창밖을 내다보거나 우리 안을 들여다봐." - P108
"넌 더 많은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지루한 수업에 들어가거나 말도 안 되는 규칙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늘 알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차이를 몰라, 그래서 주변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물론 그렇게 사는 게 짜증도 나고 지루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삶은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너랑 나는 다행히도 꼭 그렇지는 않다는 걸 알지." - P108
"하늘도, 네 엄마의 텃밭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기차역에서 자는 노인도 우리의 일부야. 우린 전부 연결되어 있고, 그 사실을 깨달으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돼. 엄마랑 네 언니와 동생들은 그걸 모르지. 아무튼 아직은 몰라. 자신이 자기 몸안에 갇혀 있다고, 인생의 전기적 사실이 곧 자기라고 생각하지." - P109
"우리는 우리의 모자와 신발 사이에 갇혀 있지 않다." - P109
신부님과 추도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찰리를 전기적 사실에 따라 정의하겠지만 사실 아버지는 그보다 훨씬 큰 존재였기 때문에 실비는 마음이 아팠다. 찰리는 거대하고 아름다웠고, 제지공장에서 보낸 시간이 아니라 어린 어머니들에게 선물한 이유식에 존재했다. 친절한 행동, 딸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날 저녁 식료품점 뒤에서 실비와 함께 보낸 이십 분이 바로 찰리였다. - P110
그날 나눈 대화 덕분에 실비는 자신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실비가 제3의 문을 찾으려 한 것은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이었다. 줄리아는 최우수 학생, 여자친구, 아내 같은 꼬리표를 수집하려 했지만 실비는 꼬리표와 거리가 먼 곳을 향해서만 나아갔다. 실비는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어떤 믿음을 갖든 자신에게 진실하고 싶었다. - P110
실비와 자매들은 아버지의 시선을 통해서 스스로를 깨달았다. 이제 그 시선이 사라지자 가족을 단단하게 묶고 있던 끈이 느슨해졌다. 아무 노력도 필요하지 않았던 일에 이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의 집이었던 곳이 이제 로즈만의 집이 되었다. - P111
찰리의 시선을 받을 때 실비는 완전했다. 그런데 이제 어머니 앞에서는 구멍이 뻥뻥 뚫린 채 사라지고 있었다. - P112
줄리아가 말했다. "베스가 된 기분이야." 실비가 언니를 더욱 가까이 끌어안았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말을 한 사람은 실비와 에멀라인, 세실리아밖에 없었다. 이전에 줄리아는 베스 같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감기나 독감에 걸려서 아프면 얼른 힘을 내서 나으려고 오렌지주스를 마시고 아연 정제를 빨아먹고 샐러드를 먹었다. 병이나 실망은 극복 대상일 뿐이었다. 줄리아는 농담으로도 굴복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 P115
줄리아의 계획에 아버지의 죽음은 없었고, 그 충격이 줄리아의 세계관 자체를위협했다. 아버지의 부재는 고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 P115
역사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범위, 즉 중요한 사건을 둘러싼 지형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무엇도, 그 누구도 진공상태에 존재하지 않았다. - P137
두 자매는 서로에게 조심스럽고 다정했다. 윌리엄은 두 사람의 그런 모습에 항상 감탄했다. 줄리아가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좋았다. 자매들 사이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사실 그의 아내는 절대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파다바노가의 네 자매는 인생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강점을 칭찬하거나 활용하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었다. 줄리아는 설계자이자 리더였고, 실비는 독서가이자 신중한 목소리였으며, 에멀라인은 돌보는 사람, 세실리아는 미술가였다. - P140
"난 몰랐어요" 실비가 잠시 말을 멈췄다 "상실이 전부가 될 줄은, 모든 순간의 일부가 될 줄은 말이에요. 누군가를 잃는 것이 너무나많은 것을 같이 잃는다는 뜻인 줄은 몰랐어요." - P145
줄리아는 평생 다른 사람들-부모님, 동생들, 윌리엄-을 고치려고 애썼지만 무의미한 노력이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줄리아는 아버지를 되살리거나, 어머니를 시카고에 붙잡아두거나, 세실리아를 금욕주의자로 만들거나, 윌리엄을 야심 차게 만들 수 없었다. 그녀는 지금을 위해서, 정말 중요한 것을 위해서,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그동안 기술을 미세하게 가다듬었던 것이다. 줄리아는 귀여운 딸을 보호하고 찬양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전부 자기 멋대로 하게 놔둘 생각이었다. 딸이 있으므로 줄리아는 온전했다. 그녀는 감탄하며 깨달았다. 나는 날 사랑해. 지금까지는 이 말이 사실이 아니었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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