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태어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해보았을까? 나는 그 사람에게 죽는 것 역시 행운이라고 얼른 알려준다. 나는 안다. 나는 죽어가는 사람들과 죽음을 지나치고, 새로 씻긴 아기들과 탄생을 지나친다. 그리고 내 모자와 신발 사이에 갇히지 않고, 여러 겹의 목적들을 살핀다. 똑같은 둘은 없다. 전부 다 좋다. 대지는 훌륭하며 별은 아름답고, 그에 속한 것은 무엇이나 좋다. -월트 휘트먼, 「나 자신의 노래 7」 - P9
그동안은 아이든 어른이든 윌리엄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항상 시선이 그를 통과했다. 부모님은 윌리엄을 거의 쳐다보지도 않았다. 윌리엄은 이 모든 것을 받아들였고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윌리엄은 재미없고 잊어버리기 쉬운 아이였으니까. - P13
그날 오후 윌리엄은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집으로 달려갔다. 어른이 그를 똑바로 바라본 것-윌리엄을, 윌리엄이 뭘 하는지를 알아본 것-은 처음이었고, 그 관심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 P14
윌리엄은 이제 아플 시간도, 걱정할 시간도 없었다. 이제야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 것 같았다. 코트에서 남자애들이 윌리엄을 알아보았고, 체육 선생님도 알아보았다. 윌리엄은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을지언정 세상이 가르쳐주었다. 윌리엄은 농구선수였다. - P15
그는 농구코트 바깥에서는 아무 쓸모도 없었다. 아무도 윌리엄을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사라지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같으리라. 아무도 캐럴라인에 대해 말하지 않았듯이 아무도 윌리엄에 대해 말하지 않을 것이다. - P17
아버지의 손을 꽉 잡으면서 부모님을 두 번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고, 두 사람에게는 아이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게 자신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 P18
그가 생각하는 학생의 역할은 입을 닫고 지식을 최대한 흡수하는 것이었다. 윌리엄은 곱슬머리 여학생에 대해 교수와 의견이 같았다. 즉, 자주 끼어들어서 질문하는 것이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윌리엄에게도 흥미로운 질문인 경우가 많았지만 말이다. 진지한 수업이라는 직물은 학생들이 귀를 기울이고 교수가 말로 이루어진 카펫을 신중하게 펼쳐 지혜를 전달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 P19
줄리아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자기 삶이 저멀리가 아니라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이 정말 좋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내내 빨리 자라서 이 자리에 오려고, 성공한 어른이 되려고 기다렸다. - P44
실비는 이 도시의 모든 빛과 날씨를 보여주는 통창과 널찍한 도서관을 구석구석까지 사랑했다. 도서관이 누구나 환영하는 것도, 아무리 애매하고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해도 사서들이 성심성의껏 대답하는 것도 좋았다. - P50
로즈가 결혼생활에 실망한 것은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로즈에게는 딸들이 교육을 받으며 강하게 자라서 사랑처럼 모호하고 못 믿을 것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두 발로 서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했다. - P51
줄리아는 사랑 때문에 더 행복하고 밝아졌지만 실비와 달리 사랑을 삶의 이유가 아니라 잘 쌓아올린 삶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 P52
줄리아는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믿었다. 교육은 좋은 결혼으로, 좋은 결혼은 적당한 수의 아이들과 재정적 안정으로, 그리고 부동산으로 이어졌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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