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녀석과 눈을 맞대던 바로 그때 나는 또 다른 소리를 들었다. 울음소리였다. 처음엔 녀석이 내는 소리인가 했다.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아마도 살고 싶어 하는 내 욕망이 내는 소리였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내는 소리였을 것이다. 너무나 명백해서 어찌해 볼 여지가 없는 내 운명에 대한 분노의 소리였을 것이다. - P173
나는 내 미래를 확인하게 된 이래로 울어본 적이 없었다. 의사 앞에서든, 아버지 앞에서든, 나 자신 앞에서든 감정을 통제하는 나름의 방식이자 나를 대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것이 왜 하필 여우를 만난 순간에 무너졌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는 게 있다면 지금 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울음이 나를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목을 잠갔다. - P174
말은 참 이상한 힘을 가진다. 그러하다,라고 말하면 정말로 그러한상황이 닥친다. - P175
나는 감정과 표정과 행동이 일치하는 단순한 부류였다. - P195
내 몸에 갇힌 채 소나무처럼 오래오래 살고 싶지는 않았다. - P199
의식만 살아 있는 나무가 되어 이생에 오래오래 머물까 봐 두려웠다. 제이가 살아 있는 나를 지긋지긋하게 여길까 봐 두려웠다. 이 건강한 남자의 정신을 뿌리까지 망가뜨릴까봐 미치도록 무서웠다. 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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