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건대 이 유형지에는 죄수를 묘사한 그림이 단 한 점도 없으며, 그런 그림을 그리는 일 자체가 매우 가혹한 처벌 대상으로 금지되어 있다. - P60

한 장의 그림, 한 권의 책은 기껏해야 한 채의 빈집으로 여러분을 초대하는 열린 문에 불과할 뿐, 일단 그 안에 들어가면 나머지 부분은 여러분 스스로가 최대한 만들어서 채워넣어야 한다. 내가 조금이라도 확신을 가지고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곤 여기서 일어난 일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 P60

물론 킹이 좀더 외향적이고 남들을 좀더 허물없이 대했다면 나는 그를 더 좋아했을 것이다. 그는 팝조이와 잘 지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내가 사교 생활의 명백한 이점을 들어가며 독려해도, 그에게는 나의 똥던지기나 팝조이의 구타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망이 없다. 이것이 그의선택이며,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안다. 참나무가 버드나무처럼 휘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킹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어이 친구 잘 만났어!" 따위의 입에 발린 말이 아닌 다른 무엇이다. - P66

나는 온갖 것을 탐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가 살아 있음을, 이름 모를 마을에서 이름 모를 여자에게서 나온 이름 모를 인간이 아님을, 이 빠진 노친네들이 뱃밥에서 뽑아낸 근질근질한 이야기와 싸구려 소책자를 뒤져 하느님에게서 훔친 딱지투성이 옛 노래만이 나를 키운 자양분 전부가 아님을 입증하려면 무슨 힘이든 움켜쥐어야 했기 때문이다. - P75

진정한 악당이 다 그렇듯이. 나 또한 빤한 도둑질을 넘어서는 규모의 발상 앞에서는 그만 깜빡 속아넘어갔던 것이다. - P77

나는 또한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표적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 정확히 말하자면 장바뵈프 오듀본 자신이 아니라 장바뵈프 오듀본이 쏘아맞히지 못한 새들로부터- 배웠다. 사람들은 자기와 상반되는 것을 그 무엇보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에 있을 때 나는 암흑가의 영국인으로 사는 것이 유용하다는 것을 익혔고, 나중에 영국의 암흑가로 돌아갔을 때는 미국인 모험가로 행세했다. 또 이곳 밴디먼스랜드에서는 설령 삼류라 할지라도 ‘외지에서 온 예술가- 물론 여기서 외지란 유럽을 뜻한다-만큼 환대받는 존재가 없는 듯하다. 만에 하나라도 내가 유럽으로 돌아가는 날에는, 부당하게 학대받은 순진하고 촌티나는 식민지인을 연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P78

나는 오듀본으로부터 그림의 대상이 된 동물에게서 그 본질적인 익살, 긍지나 진실함 내지 야만성, 어리석음이나 광기를 찾아내는 법을 배웠다. 그에게는 그 무엇도 단순한 표본이 아니었다. 온 생명이 그에게 소재의 백과사전이었고, 유일하게 곤란한 과제가 있다면 - 그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음을 그도 인정했다-각각의 소재가 드러내는 진실을 이해하고 그것을 최대한 정직하게 정확히 표현하는 일이었다. - P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