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수치스러운 몰락에 기진한 나는 콩가의 어두컴컴한 거실에 있는 오래된 적갈색 안락의자에 털썩 주저앉았고, 어느덧 깊이 잠들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한 가지 끈질긴 의문이 무한 루프처럼 재생되고 있었다.나는 누구냐....? 그 질문은 묻고 있었다. 나는 누구냐......? - P46
그때 나는 풀잎해룡의 무시무시한 평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상상했지만, 한 일생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그 평정의 이유, 즉 일체의 선도 일체의 악도 똑같이 불가피한 것이라는 인식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이해하는 풀잎해룡은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괘념치 않는 듯 보였다. - P51
삶이란 등에 지고 다니며 그 안에서 살다 죽는 무의미한 등딱지에 불과할 뿐이니. - P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