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에 이 책들을 다시 읽는 경험은 불편하고 심란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였다. 이전과 달라진 느낌이 기분 나쁘게 입안에 감돌았다. 이번에는 읽을수록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콜레트는 르네- 병적으로 불안하고 끝없이 환상에 빠지며 지독히도 우울하게 노화에 집착하는 여자-를 기막히게 생생하게 그려내는구나. 그런데 이 상황은 얄팍하게만 느껴지네. 르네의 성찰은 항상, 오로지, 아무것도 모르는 자아로만 거듭 귀결된다. 그리고 작품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바, 사유하는 작가라고 해서 인물들보다 더 많은 걸 알지도 못한다. -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