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주택가는 달랐다. 길게 늘어선 집들, 무성한 나뭇잎, 그곳의 익명성, 예의 바른 부산함에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 P203
기네스를 다 마신 후, 나는 살인자로서 내 경력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살인에 흥미를 잃어서가 아니라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누구도 나와 그렇게 가까워지도록, 에릭처럼 내게 상처를 입히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성인이다. 상처받기 쉬운 어린 시절과 위험한 첫사랑의 시기를 무사히 넘겼다. 다시는 그런 처지에 놓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위안이 되었다. 이제부터 내 행복을 책임지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다. - P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