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두 대나 있는걸. 컬러 TV하고 고물딱지 같은 흑백 TV. 웃긴 일이지만, TV를 켤 때는 항상 켜는 게 말이지, 컬러 TV야.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아?" 맹인이 말했다. - P299
모든 일에는 처음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 P301
"난 좋아. 자네가 뭘 보든지 상관없어. 나는 항상 뭔가를 배우니까. 배움에는 끝이 없는 법이니까. 오늘밤에도 내가 뭘 좀 배운다고 해서 나쁠 건 없겠지. 내겐 귀가 있으니까." 그가 말했다. - P304
그는 입 밖으로 연기를 조금씩 내뿜었다. "수백 명의 일꾼들이 오십 년이나 백 년 동안 일해야 대성당 하나를 짓는다는 건 알겠어." 그가 말했다. "물론 저 남자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들은 거야. 한 집안이 대대로 대성당 하나에 매달린다는 것도 알겠어. 이것도 방금 저 사람에게 들은 거고. 대성당을 짓는 데 한평생을 바친 사람들이 그 작업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더군. 그런 식이라면 이보게, 우리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게 아닐까?" 그는 소리내어 웃었다. - P306
"자네 인생에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겠지. 그렇지 않나, 이 사람아? 그러기에 삶이란 희한한 걸세, 잘 알다시피. 계속해. 멈추지 말고." - P309
내 손이 종이 위를 움직이는 동안 그의 손가락들이 내 손가락들을 타고 있었다. 살아오는 동안, 내 인생에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 P311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우리집 안에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 P311
그는 문을 열고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였다. 아래층 층계참에서 이네즈가 오일을 빌려줘서 고맙다고 매슈스 부인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 그다음에는 그녀의 죽은 남편과 그 사이의 연관성 (인용자)을 이끌어내는 말을 들었다.
‘그녀의 죽은 남편과 그 사이의 연관성‘이란 주인 할머니의 남편 역시 귀가 안 들린 적이 있었는데, 로이드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귀지를 빼낸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이리라. 이 에피소드는 이런 일이 로이드와 이네즈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부부 사이에서 매우 흔하다는 것과,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라는 걸 암시한다. - P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