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패트릭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그가 가진 돈의 양이 아니라 그가 주는 사랑의 양이었다. - P147

누군가가 어떤 사람을 원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 안에 무엇이 있어서인데, 자기 안에 그것이 있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것인가? - P148

장소가 사람을 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숨을 막아 생기를 완전히 빼놓을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심히 적대적인 장소에 있어본 적은 전에도 많았지만 이런 사실을 깨달은 것은 처음이었다. - P157

로즈는 패트릭의 어머니가 대화에 상상이나 추측이나 추상적인 말이 끼어들면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물론 로즈의 수다스러운 말투도 싫어했을 것이다. 눈앞에 실재하는 것-음식, 날씨, 초대장, 가구, 하인들 - 에 대한 사실 관계를 넘어선 관심은 어떤 것이든 부실하고 본데없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푸근한 날이네요"라고 말하는 것은 괜찮지만 "이런 날에는 예전에 이러저러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라고 하는 건 괜찮지 않았다. 그녀는 기억이 떠오른다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 P159

진심어린 악의가 한 장소에 그토록 강렬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빌리 포프는 편견과 불평이 심한 사람이고 플로는 변덕스럽고 불공정하고 뒷말을 즐기는 사람이며 아버지는 생전에 냉혹한 판단과 가차없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지만, 패트릭의 가족에 비하면 로즈의 가족은 하나같이 유쾌하고 매사에 만족하는 사람들 같았다. - P161

로즈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측면에서 수치심을 느꼈다. 음식과 백조와 비닐 식탁보가 수치스러웠고, 플로가 이쑤시개통을 전달하자 깜짝 놀라며 얼굴을 찡그리는 패트릭의 암울한 속물근성이 수치스러웠고, 플로의 소심함과 위선과 가식이 수치스러웠으나, 그 무엇보다도 수치스러운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 심지어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 패트릭을 앞에 두고 플로와 빌리 포프와 핸래티 사람들이 쓰는 사투리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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