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들은 내가 그녀를 죽일 거라고 짐작했겠지만 물론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처음 본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아니 영원히 사랑하리라. - P433

샬럿과 딸의 관계가 비정상적일 만큼 싸늘하다고 믿었던 내 생각이 오해였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비참한 사실은 따로 있다. 우리가 기괴하고 짐승 같은 동거생활을 하는 동안,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의 롤리타는 날이 갈수록 가정생활이 아무리 불행해도 근친상간의 패러디 같은 관계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이 고아 소녀에게 마련해준 삶은 그렇게 보잘것없었다. - P462

인간에게 촉각은 시각보다 훨씬 덜 중요하지만 신기하게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현실을 파악하는 유일한 수단은 아닐지언정 주요한 수단이 된다. - P492

점잖은 분들은 ‘롤리타’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으므로 무의미하다고 단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교훈적인 소설은 쓰지도 않고 읽지도 않는다. 존 레이가 뭐라고 말하든 간에 『롤리타』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책이 아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에게 소설이란 심미적 희열을, 다시 말해서 예술(호기심, 감수성, 인정미, 황홀감 등)을 기준으로 삼는 특별한 심리상태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에만 존재 의미가 있다. - P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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